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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에서>지주회사는 농협의 예고된 재앙

금융지주 원심력 커지는 부작용
농협·정부 충분히 검토했는지…
경제지주도 금융지주 전철 불보듯
다시 짚어보는 융통성 갖기를

  • 등록 2016.07.18 18:05:40

 

이상호 본지 발행인

 지난달 농협금융지주가 조선·해운업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털고 가야 한다고 애드벌룬을 띄웠을 때 농협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농협금융이 빅배스(Big bath)를 한다며 예년보다 훨씬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고 이로 인해 적자가 나면 회원조합배당이 불가능해지고 중앙회의 ‘생명줄’인 명칭사용료 지급이 확 줄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농협금융이 비상경영으로 흑자를 내고 보험 등 다른 계열사의 수익을 통해 예년 수준의 배당 및 명칭사용료지급이 가능하다고 밝힘으로써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일종의 전조(前兆)현상이다. 신경분리이후의 과정을 살펴 보면 앞으로도 농협에선 이런 애드벌룬을 수시로 볼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신경분리이후 농협금융 내부에선 “이익에 비해 명칭사용료와 배당이 너무 과도하다”는 식의 불만이 계속 터져 나왔다. 최근 농협금융의 고위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농협금융은 특성상 이익금의사내유보가 안된다”고 말했다. 명칭사용료와 배당 때문에 이익금의 사내유보가 어려워 농협금융의 기초체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걸 에둘러 말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이런 유형의 불만이 ‘찻잔 속의 폭풍’에 그치고 있지만 농협의 대금융 장악력은 갈수록 이완될 수밖에 없다. 명칭사용료와 배당 때문에 농협금융의 건전성이 문제가 된다는 내부불만은 감독기능을 가진 금융당국의 개입(권고·시정조치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농협금융이 이를 무기로 여론전에 나설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농협으로선 대응하기가 곤혹스러운 일이다. 신경분리를 두고 농협 주변에서 ‘먹튀’론이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빅배스로 인해 자본에 문제가 생길 경우 증자 또는 신종자본증권발행으로 해결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쉬운 건 아니다. 증자는 회원조합의 형편상 어렵고 자본증권 또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농협과의 격돌이 예상되는 상장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농협이나 감독부처인 농식품부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치겠지만 농협은행이 경영수지악화를 이유로 명칭사용료와 배당을 줄이자고 나오거나 금융기관으로서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사내유보의 확대 필요성을 제기할 것은 불 보듯 뻔한일이다. 여기에 금융감독당국 까지 건전성을 들먹이며 이를 빌미로 농협금융이 여론몰이에 나설 경우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 이는 곧 농협과 농협금융이 심각한 내홍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2012년 금융지주 출범이후의 상황을 보면 농협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앙회의 구심력은 서서히 약화되는 반면 그 구심점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농협금융의 원심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당시 구조개편작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농협과 정부 일부관계자들 조차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털어 놓는 실정이다.
농협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농협금융의 원심력은 농협에겐 예고된 재앙이다. 재앙이기는 구조개편을 밀어붙인 농식품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내년에 완편조직이 될 경제지주는 사정이 다를까. 이는 농협의 구심력 약화라는 점에서 더 큰 재앙이 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은 이에 대해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고 1지주(금융) 1중앙회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한 농협회장 역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농협은 이처럼 분명한 징후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재앙에 대비할 의지도 능력도 없고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또한 지주회사로 간다는 기존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농협과 농업의 장래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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