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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에서>신용사업, 협동조합의 날개인가?

 

농협 신·경 분리, 이카로스 날개 연상돼
일선조합 미래성장 동력, 경제사업 활성화서 찾아야

 

이 상 호 본지 발행인

요즘 일선 협동조합 관계자들의 심사가 편치 않다. 농협중앙회는 개혁이란 이름으로 지주회사체제로 급속히 개편되는 중이며, 농협법의 조합원 하한선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달라는 조합의 빗발치는 요구에 키를 쥔 정부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니 왜 안 그렇겠는가.
일선조합 입장에서 중앙회의 지주회사화(化)는 소위 ‘비빌 언덕’이 없어지는 것이고, 현행 조합원 하한선 고수는 언제든 찬바람 부는 구조조정에 내몰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한 협동조합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위기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하지만 이 격랑이 언제 어떤 식으로 밀어닥칠 것인지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또 예측이 가능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묘책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일선협동조합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앙회가 왜 신·경이 분리되며 재벌그룹 마냥 지주회사로 바뀌고 있는지를 짚어 보고 ‘신용사업이 협동조합의 날개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스신화에 ‘이카로스의 날개’라는 이야기가 있다. 미노스왕의 미움을 사 땅속 깊은 동굴에 갇히게 된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로 만든 날개를 밀랍을 녹여 아들 이카로스와 자신의 등에 붙이고 아들에게는 절대 태양 가까이 날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런데 동굴 탈출에 성공한 이카로스는 푸른 물결 넘실대는 에게해(海)의 경치에 취한 나머지 아버지의 당부를 잊은 채 태양 근처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밀랍이 녹아 바다에 추락하고 만다.
농협의 신·경분리는 이 신화 속 얘기와 많이 닮아 있다.
정부가 농협에 신용사업을 허용했던 건 농협이 돈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촌에 만연했던 고리채의 굴레에서 영세농민들을 구해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딱 여기까지였는데 농협은 신화 속 주인공처럼 너무 높이 날아올라 기어이 ‘슈퍼뱅크’가 되고 말았다. 에게해의 황홀한 경치에 취한 나머지 아버지의 당부를 잊은 이카로스처럼 슈퍼뱅크에 취한 농협도 그 당부를 잊었던게 아닐까. 
농협은 협동조합의 본질인 경제사업은 소홀히 한 채 ‘돈장사’에만 몰두한다는 비난에 신용에서 돈을 벌어 경제지도분야에 쓰고 있다는 방어논리를 펴며 슈퍼뱅크 놀음에 더욱 빠져 들었다.
개혁바람이 불 때마다 농협내부에서 경제와 신용사업 간 인사와 예산의 벽을 확실히 치는 독립사업부제, 즉 내부적인 신경분리를 통해서라도 경제사업의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가 신·경분리다. 신·경분리는 신용사업에 몰두한다는 외부의 비판과 압력, 그리고 경제사업을 ‘밑 빠진 독’으로 간주한 농협신용사업부문의 에너지가 어우러진 결과인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농협 신용사업의 지주회사화는 농협은행의 탈(脫) 협동조합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농협신용사업의 지주회사화는 협동조합 전체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일선조합에는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일선조합이 수행 중인 신용사업도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경계선이란 게 있다. 그리고 신용사업이 옛날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아니다. 이제 조합원의 경영현장이 꼭 필요로 하는 경제사업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원하는 바가 간절하면 꿈도 이뤄진다고 하질 않는가. 우리는 지금 신용사업이란 협동조합의 날개가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허약하기 짝이 없는 날개라는 사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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