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시론>AI사태 세밀한 복기(復棋) 필요하다

  • 등록 2014.04.21 14:16:54

 

윤봉중<본지 회장>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야생마의 천적 중에는 박쥐도 있다. 포식자도 아닌 박쥐가 말의 천적이라니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이 흡혈박쥐는 말의 다리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데 말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절대 떨어지지 않고 제 배를 채운 후에야 유유히 사라진다. 박쥐에게 물린 야생마는 마침내 목숨을 잃게 되는데 동물학자들은 말이 빼앗긴 피가 결코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독자들께서는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야생마의 사인(死因)은 공포다.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야생마는 흥분해서 날뛰다가 기력이 다해 죽는 것이다. 역대 최악인 이번 AI 사태에 흡혈박쥐에게 물려 날뛰는 야생마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 되는 이유는 왜일까.

컨트롤타워 부재…허둥된 방역대응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난 1월 중순 전북 고창에서 AI가 확인된 이후 정부의 대응은 가축방역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허둥댔다. 영락없는 야생마의 모습이었다. 과거와 달리 철새가 AI 용의자임을 밝히고 소독작업에 가용자원을 총동원한 것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그 후의 대응은 어땠는가. 확산을 막는다며 농약살포용 헬기를 철새도래지에 띄워 소독약을 뿌리고, 살처분보상과 관련,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급기야는 철새도래지 주변에서의 가금사육을 금지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헬기가 철새들을 다른 지역으로 내몰아 결과적으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위험이 크다는 사실, AI 발생책임을 몽땅 농가에 전가한다는 지적, 민원 때문에 신규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삼진아웃제 등 설익은 정책 남발
종식선언이란 ‘고지’만 보는 당국의 방역드라이브 하에서 대량살처분과 주요 도로에서의 소독조설치가 소비자들에게 필요이상의 공포심을 야기하고, 방역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는 입 밖에 내놓을 수 조차 없었다. 살처분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장비와 관련한 기본 매뉴얼도 제대로 지켜지지가 않았다. 이렇게 허둥대는 사이 AI바이러스는 종축을 관리하는 농진청에까지 침투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방역드라이브가 이처럼 허둥거림으로 일관했지만 최근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다행스럽게도 추가발생신고가 없다는 소식이다. 이대로 간다면 5월 하순경에는 공식적인 종식선언이 가능하다고 한다. ‘추가발생 없음’이란 전제가 붙긴 하지만 종식국면에서 그간의 문제를 굳이 둘추는건 장래를 위해 새겨야 할 교훈과 앞으로의 과제가 그야말로 엄중하기 때문이다.

수의전문 인력·기구 확충 시급과제
이번 AI사태는 방역행정의 컨트롤타워인 농림축산부에 수의전문인력과 기구를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졌다. 이를 ‘밥그릇 이기주의’ 차원으로 해석하고 유야무야 넘긴다면 재앙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지난 몇 달간 축산국은 다른 업무는 전폐하다시피 AI에 매달렸지만 전문성의 분명한 한계를 노출했다. 이제 더 이상 수의관련 기구나 인력의 확충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 명분도 충분하다. 교훈을 교훈으로 삼지 않을 때의 책임은 정말이지 엄중할 수밖에 없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