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2 (금)

  • 맑음동두천 -10.2℃
  • 맑음강릉 -4.0℃
  • 맑음서울 -8.8℃
  • 맑음대전 -7.3℃
  • 맑음대구 -5.9℃
  • 맑음울산 -5.4℃
  • 구름조금광주 -3.3℃
  • 맑음부산 -4.6℃
  • 구름많음고창 -6.0℃
  • 구름많음제주 2.6℃
  • 맑음강화 -8.7℃
  • 맑음보은 -8.3℃
  • 맑음금산 -6.7℃
  • 구름조금강진군 -3.3℃
  • 맑음경주시 -6.0℃
  • 맑음거제 -3.1℃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기획특집

<신년특집 / AI 시대, K-축산 > AI 시대를 위한 제언 / 이인복 서울대 교수

‘빠름의 축산’에서 ‘기본의 축산’으로…AI 시대 전환 조건
속도 중심의 한국 축산, 고속 성장 이뤘지만 ‘디테일’ 한계

AI는 해법이지만 전제는 ‘기본’…데이터·시설·구조의 재설계 과제
스마트 기술 도입 넘어 인간–AI의 협업…지속가능한 미래 경쟁력

 

 

농축산업까지 첨단 기술 진화

대한민국은 전쟁 직후 산업 기반이 거의 무너진 상태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고도성장을 이뤄낸 특이한 국가로 꼽힌다.

1950~1953년 전쟁으로 산업 시설이 폐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산업화를 달성한 과정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다.

오늘날 한국은 휴대전화,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등 핵심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에는 음악·게임·웹툰 등 문화 콘텐츠 산업까지 세계 시장을 선도하며 경제의 외연과 질을 확장하고 있다. 경제 성장의 속도와 산업 기반 확대의 폭이 동시에 큰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의 발전 양상은 국제 경제사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은 농업·축산업에서도 예외 없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농축산업은 지난 수십 년간 녹색혁명, 백색혁명, 품질혁명, 디지털 혁명이라는 굵직한 변화를 연속적으로 거치며 양과 질 모두에서 획기적 발전을 이뤄냈다. 특히 축산업은 1990년 이후 연평균 6.7%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현재는 전체 농업 생산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경제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농축산업 고도화의 중심에 스마트축산이 있다.

스마트축산은 축산 시설 내부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를 통해 환경·질병·개체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인공지능이 이를 분석해 현장을 진단·예측·제어·최적화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온도·습도·가스·조도 등 환경 정보뿐 아니라 체온·활동량·사료 섭취량·질병 징후 등 생체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생산성과 복지를 동시에 향상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원격 모니터링 중심 1세대 스마트축산과 달리, 미래의 스마트축산은 정밀 사육과 예측 기반 제어, 융합 자동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하는 데이터농업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스마트축산이 단순한 자동화 기술 보급이 아니라, 축산업의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AX, DX의 추진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 필요… 축산업에서 보여지는 경고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빨리빨리 문화'가 있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최대한 빠르게 실행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속도와 효율을 중시한 사고방식은 경제발전과 산업화의 핵심 엔진으로 작동했다. 농업·축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이 이 문화의 혜택을 받아냄으로써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속도 중심 문화는 그림자도 남겼다.

과정보다 결과를, 안전보다 성과를 우선시하는 풍조는 충분한 검토와 토론의 부재, 황금만능주의, 부실 공사·부실 서비스 등의 문제를 야기해 사회 전반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산업 구조의 리스크를 높여왔다.

빠르게 성장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기에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앞으로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빨리빨리’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속도와 규모가 아닌 과정의 질, 안전, 지속 가능성, 혁신, 협력과 소통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의 필요성은 축산업에서 특히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의 총요소생산성(TFP) 연평균 증가율은 1991~2000년 3.6% → 2013~2022년 0.8%로 급격히 둔화되었다. 생산 요소 투입 대비 생산 증가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규모 확대’와 ‘속도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는 신호이다.

또한 국내 생산자 보조는 OECD 평균보다 높은 반면, 생산자 가격은 세계 가격 대비 평균 70%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산업을 단기적으로 지탱하는 역할을 하지만, 비용 절감·기술혁신·품질 경쟁을 유도하지 못해 장기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역설을 만들어낸다. 환경 지표도 적신호다.

질소·인(N·P) 잉여는 OECD 평균 대비 각각 7.5배, 21.2배에 달하며, 이는 높은 환경 부담과 낮은 투입 효율을 의미한다. 여기에 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상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생산 비용·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취약성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 가축질병, 악취 문제, 동물복지 요구, 에너지 비용 상승 등 다양한 변수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며 산업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즉, 과거의 성장 방식만으로는 산업이 더 버티기 어려운 시점에 직면하고 있다.

 

'빨리빨리' 시대 끝나… 이제는 ‘기본’

대한민국의 대표적 문화로 꼽히는 “빨리빨리”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고속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

빠른 실행, 빠른 성과, 빠른 확장은 산업화 과정에서 막강한 경쟁력이 되었고, 농업과 축산업 또한 이 흐름 속에서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제 이 문화가 산업의 성장 한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다. 속도와 성과에 매몰된 관행이 과정의 질과 안전, 지속 가능성을 희생시키며 구조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축산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성장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단기간 성과 중심 전략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앞으로의 경쟁력은 속도와 규모가 아니라, 우리가 빨리 빨리의 과정 중에 놓친 많은 중요한 기본이나 발전 절차 등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

한국 축산업은 빨리 성장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튼튼하게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기본들을 놓쳐왔으며, 지금의 성장 둔화는 결국 그동안 미뤄왔던 기본에 대한 '대가' 를 치르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현재와 같은 '빨리 빨리 문화' 에 의존한 축산산업 발전은 거의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빠름만으로는 더 이상 앞서갈 수 없다. 그렇다면 다음 성장을 이끌 동력은 무엇인가. 이제 한국 축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기본에 충실’이라고 본인은 확신한다.

최근에 우리나라 정부는 “AI를 단순 기술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글로벌 AI 강국 ‘톱 3’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동원되는 ‘국가 AI 전략’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는 단순한 디지털 전환(DX)을 넘어서, AI를 기반으로 한 산업/공공/사회 전반의 구조적 전환(AI Transformation, AX)을 핵심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인프라 구축, 산업 지원, 법·제도 정비, 공공 서비스 혁신, 데이터 활용 기반 마련 등 다각도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AI 정책이 실제로 “성공”하려면, 멋진 슬로건(AX, DX 등)보다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환영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AI 기술이 축산산업 경쟁력의 핵심 동력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더더욱 “기본”에 충실하여야만 한다.

 

한국 축산업 충실해야 할 ‘기본’은?

우리가 축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의 위하여 고려하여야 할 '기본' 에 대해  몇가지만 제시해 보자.

첫 번째, 축산산업에서 AI의 성공적 구현은, 절대적으로 신뢰도 높은 빅데이터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산 및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충분한 빅데이터 없이, AI의 정확한 판단 및 제어, 그리고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은 매우 어렵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빅데이터의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며, 여기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다. 축사내에서의 열악한 공기질로 인하여 데이터 수집을 위한 센서들의 내구성은 열악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센서 개발보다도, 센서의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현장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관련 국가 기준의 통일된 프로토콜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구축된 빅데이터센터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공데이터 활용을 지원해 왔는지도 되집어 보아야 한다. 또한 관련 산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데이터 표준화, 기자재 표준화, 인터패이스 표준화, 플렛폼 표준화 등이 단계적으로 발전되어야만 한다.

두 번째, 우리나라 축산시설의 노후화 비중은 매우 높은 것은 모두들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축사 구조의 기밀성과 단열성이 열악한 상태에서, AI 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생산성 향상의 극대화를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다.

또한 축사 건축 시에 함께 설계 및 구축되는 환기구조 설계도 사육환경조절 용이성 및 에너지부하 절감을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환기구조 개선만으로도, 사육환경 개선 및 에너지 부하를 각각 50% 및 15%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되었다.

사육환경 개선 및 에너지부하 절감 및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서, 축사 구조의 현대화는 우선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기장 중요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우리나라 축사구조의 현대화와 함께, 축산 농장의 규모화는 매우 중요하며, 이는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는 필수적이다.

축산업은 사료비, 인건비, 난방·냉방 비용, 시설 유지비 등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다.

농장의 규모화를 통하여, 단위 가축당 생산비를 낮출 수 있어 가격 경쟁력 향상,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하여 자동화 및 스마트 축산 전환, 안전·환경·복지 개선을 통하여 질병·위생·환경 규제 충족 등을 달성할 수 있다.

네 번째, 이번 정부에서 AI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많은 R&D 예산들이 AI, AX, DX 등에 집중되고 있다.

필자 생각으로는, 모든 산업이 발전을 하고 현장에서의 생산성과 직결되기 위해서는 균형 투자 및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

AI 발전과 더불어, AI 구현을 위하여 정밀한 데이터의 실시간 모니터링 및 수집을 위한 센싱/모니터링 기술, 모든 데이터 및 정보의 수집 및 원활한 교류를 위한 ICT/IoT 기술, AI의 명령을 현장에서 정확히 수행할 기계화/자동화 등의분야가 동시에 함께 투자 및 관심이 이루어져야 하며, 함께 발전하여야만 한다.

다섯 번째, 축산 현장에서 단일 기계화가 아닌 복합 자동화 및 기계화가 필요한 이유는, 축산업이 단일 공정이 아니라 여러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 생산체계라는 점에 있다.

복합 자동화와 기계화는 농장의 운영을 개별 공정 단위가 아닌 전 공정 단위로 최적화하는 전략이다.

자동 급이기, 자동 급수, 환기·온도·습도 제어 장치, 분뇨 자동처리 시스템, 개체별 건강·활동 모니터링, 분만·산란 예측, 질병 알림 시스템 등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며 작동할 때, 축산 작업은 단순 장비 활용을 넘어 지능화된 사양 관리 체계로 전환된다.

또한 대표적인 축산 현안 해결을 위해서, 단일 대상-단일 시스템의 생각에서 벗어나서, 복합 자동화 및 기계화 구현을 통하여, 축산 현안들을 동시에 해결함과 동시에, 농가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AI 기반 통합 시스템 개발 및 현장적용을 고민해야만 한다.

 

AI와 인간의 공존

모든 세계적 CEO들이 AI를 강조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기업과 산업의 생존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AI가 확산되면서 사람을 점점 더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AI가 사고, 판단, 기억, 문제 해결까지 대신해 주면서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하는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축산업에서도 AI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판단·창의성을 확장시키는 기술이라는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 복지에 대한 감수성, 윤리적 판단, 현장의 변수를 읽는 능력은 사람이 제공하고, 대규모 데이터 분석과 예측·반복 작업은 AI가 담당하는 인간–AI 협업 모델이 축산 산업의 미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즉, 미래 사회에서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대신하는 존재라기보다, 인간의 의사결정과 사고를 확장해 주는 파트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축산업에서의 사육두수와 시설 규모가 경쟁력을 좌우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데이터, 설계, 환경 제어, 공정, 인공지능, 사람의 전문성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빠름으로 살아남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기본으로 강해지는 시대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