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이후 닭 한 마리의 경제 혁신…부업서 식량산업으로
생산-유통-소비 통합 관리 ‘계열화 사업’, 육계산업 성장 견인
냉장 유통·프랜차이즈 확산…국민 소울프드로 대량소비 촉진
[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이제는 저렴한 값으로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구입해 섭취할 수 있는 닭고기이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지는 데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집 뒷 마당에서 한 두 마리씩 키우던 닭은 어느덧 전문화된 기업이 대량으로 생산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했고 그 덕분에 굳이 집에서 닭을 키우지 않더라도 닭고기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육계 산업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되돌아보았다.
◆ 태동기 (1960년대)
국내 육계산업의 역사는 광복 이후인 195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 당시는 ‘산업’이라고 칭하기 민망할 수준으로 농가의 부업으로 닭을 기르는 수준이었다.
이후 1960년대 본격적인 경제 개발 계획과 함께 정부가 적극적인 축산 장려 정책을 펴기 시작했고 그렇게 서서히 변화가 이뤄졌다.
1960년대 실용계와 종계가 도입되고 육용 종계가 수입되면서 육계 생산의 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또한 미국 등에서 옥수수, 대두박 등이 들어오면서 배합사료의 품질이 좋아지고 생산 효율이 증가했다.
◆ 성장기 (1970년대)
국민 소득 향상으로 닭고기와 계란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양계산업이 본격적으로 육계 산업과 산란계 산업으로 분리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외국 종계와 대형 부화기가 도입되고, 전용 부화장이 생겨나면서 육계 생산이 전문화되었다. 1970년대 이후 환기 시스템과 자동 급이기‧급수기를 갖춘 무창계사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무창계사는 닭의 생육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질병 발생률을 낮추고, 폐사율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시설 현대화는 육계의 대규모 사육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축산물가공처리법’이 제정되어 전용 도계 처리 공장이 설립되었으며, 후라이드 치킨 등 가공식품이 등장하며 육계 산업의 기반이 더욱 공고해졌다.
축산물가공처리법의 제정은 도축 및 가공 시설의 현대화를 촉진해 위생적이고 안전한 닭고기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계열화와 대량생산 시대 (1980~1990년대)
1980년대에 접어들며 육용 전용 종계가 본격적으로 수입이 이뤄지며, 육량이 많은 전문 육계가 사육되기 시작했다.
육용 종계의 도입은 육계의 체중 증가 속도를 빠르게 하고 사료 효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가격 변동의 위험에 노출되었던 육계 농가를 보호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위탁 사육을 기반으로 하는 ‘축산 계열화 사업’이 도입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계열화 사업은 생산(농가)부터 가공, 유통까지 하나의 기업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시장 가격 변동의 위험을 줄이고 생산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과거에는 도축 후 바로 판매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1980년대 이후 냉장 유통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신선한 닭고기를 전국으로 유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1980년대 천호식품, 1990년대 하림과 같은 계열화 업체들이 선두주자로 등장했으며, 본격적으로 생산, 가공, 유통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자리잡게 되었다.
또한 ‘페리카나’, ‘처갓집양념치킨’ 등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생겨나며 닭고기 소비를 더욱 촉진했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등장은 닭고기 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닭고기 소비의 주류가 되었고 삼계탕, 치킨 너겟 등 다양한 가공식품이 개발되면서 닭고기의 활용도가 더욱 확대됐다.
◆ 현대화와 국제 경쟁 시대 (2000년대 이후)
하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며 각종 축산 강국들과의 FTA가 체결되며 닭고기 수입이 급증, 국내 육계 산업은 국제적인 경쟁에 직면해야만 했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닭고기 수급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간이 흐르며 국내 육계 산업은 과거 소규모 농가 중심에서 대규모 계열화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었으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웰빙, 친환경, 동물복지 등 소비자의 관심이 다양해지면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 등 친환경적인 사육 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것이 특징.
또한 닭고기는 ‘치킨 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국민 소울푸드로 자리잡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가공식품과 외식 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