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품평회에서 길 찾아…혈통 개량으로 명가 구축
10년 준비 끝 목장 확장…체계적 번식으로 도약
종모우 유통시스템 개편·개량농가 보상체계 필요
1975년 경주 구정동에서 시작된 구정목장은 2세대 낙농가 정세민 대표에 의해 50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 대표는 1990년대 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가업을 잇고, 아버지로부터 목장을 물려받아 경북 지역 낙농산업의 개량 선도주자로 성장했다.
정 대표는 2000년대 초 낙농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경북 낙농인들과 함께 전국 품평회에 참가하며 지역의 위상을 높였다. 그는 품평회 출전을 통해 동료들과의 교류와 현장 학습을 반복하며 소 개량에 눈을 떴고, 이를 통해 목장 운영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 그는 “외로웠던 젊은 시절, 품평회는 나에게 동료를 만들어준 고마운 계기였다”고 회고한다.
2009년, 외부 압력으로 인해 기존 목장을 현재 위치로 이전하게 된 정 대표는 이후 빠른 시간 내에 낙농 규모 확대에 성공했다. 당시 무허가 시설로 한계가 뚜렷했던 목장을 떠나, 7천평 부지로 옮겨 3톤이 넘는 착유량을 기록하며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민원과 허가 문제로 확장이 좌절되기도 했지만, 약 10년간의 공들인 설득과 준비 끝에 재확장을 이뤄냈다.
그는 특히 체형 개량과 유전력의 계통 정리에 집중해, 혈통별 장단점을 조기에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번식 전략을 세워왔다. “우리 목장의 장점은 아버지께서 해놓으신 혈통 정리 덕분에, 개체별 특성과 한계를 빠르게 파악하고 보완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략적 개량 노력은 품평회 입상 성적으로 이어졌고, 낙농 후계자들에게 모범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낙농 후계자들과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책임의 무게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아버지의 열매는 제가 따먹고 있고, 걸음은 아버지가 하셨는데 결국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받는 거라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항상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정 대표는 낙농을 물려받은 입장이지만, 아버지의 고독한 시간과 고통을 뒤늦게 공감하면서 가업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혼자 일하셨던 시간, 어머니는 일을 거들지 않으셨기에 그 고단함을 온전히 감당하셨다. 그런 삶을 돌아보며 목장 운영의 무게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정 대표는 개량 농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품평회 수상이나 혈통 분양 수익을 넘어서, 종모우 유통 시스템의 개편과 실질적 인센티브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전능력이 입증된 종모우를 중심으로 공신력 있는 선발체계를 만들고, 개량 농가에 분명한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젊은 세대가 이 산업을 희망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그는 또한 “한국형 품평회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축산문화의 장이 되어야 한다”며, 산업적 개량뿐 아니라 대중성과 교육성을 갖춘 쇼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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