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축소·전문 인력 부족에 “국가, 축산업 포기했나 의구심”
네덜란드 사례 벤치마킹 필요…“자급력 확보가 가격 안정화의 길”
가축 질병·환경 규제·생산비 증가…전문성 갖춘 정책 뒷받침돼야“
[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농업 생산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우리 식량산업의 핵심이자 농촌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축산업이 끊이지 않는 가축 질병, 높아지는 환경 개선 요구, 그리고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생산비 증가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 속에서 축산업계 원로들은 과연 어떤 해법을 제시할까. 국내 대표 육계 전문기업 체리부로의 김인식 회장으로부터 위기 속 한국 축산업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들어보았다.
“농촌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넓은 면적이 필요한 농업과 달리 단위 면적당 훨씬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죠. 하지만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내에서 축산정책국이 축산정책관으로 통합되는 등 조직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은 아쉬움을 넘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솔직히 말해, ‘국가가 축산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 마저 듭니다,”
김인식 회장은 축산을 담당하는 부서의 규모 축소와 함께 축산직 공무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
김인식 회장은 “농식품부 내에 축산직 공무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축산 관련 예산 확보도 매우 어려워 졌으며, 반면 가축 질병 대응과 예방을 하는 방역정책국의 비중은 점점 커지며 마치 축산업을 수의사가 대체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축산 현장에서 수의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 축산업 발전을 위해 조성된 축발기금(축산발전지금)이 고병원성 AI나 구제역 발생 시 살처분 비용으로 전용된 사례도 있었는데, 이 역시 수의 계통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생겨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축산업을 영위하기 힘든 도시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축산직을 확대해 산업 규모와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걸맞는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축산직의 축소는 농업계 내에서 축산업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고 우려했다.
매년 반복되는 가축 질병으로 살처분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다보니 축산국이 수립하던 각 산업에 대한 5개년 계획, 10개년 계획 등도 수립하기 어려운 실정이 되어버렸고 어느 순간 흐지부지되며 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한 목표 설정 조차도 어려워진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축산업계 원로들의 활동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축산 선진국들은 업계 원로들이 자문관처럼 자리잡고 현직에 많은 업무를 도와주곤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축산업계에 오랜 경험을 지닌 사람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축산업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축산 선진국의 벤치마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유럽 내에서도 국토 면적이 작고 땅값도 비싼 편에 속하지만 세계적인 축산 강국으로 성장했다”며 “이는 국가 차원에서 축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네덜란드의 경우 도시 한 복판에 도축장이 자리잡고 있음에도 국가가 축산업을 핵심산업으로 육성하면서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킬 수 있었으며, 덴마크의 경우도 지리적으로 서풍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냄새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축사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선하면서 이 문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4계절이 뚜렷해 축산업을 영위하는데 좋은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 소비 패턴에서도 고기 소비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축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식량 안보 측면에서 축산업에 접근해야 합니다. 축산물을 수입해 먹으면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자칫 자급력을 잃을 경우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벼(쌀)는 철저하게 100% 자급을 목표로 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축산업도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모든 축산물은 자체적으로 자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김인식 회장은 축산업이 단순한 먹거리 산업을 넘어 국가 식량 안보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전문적인 정책이 절실함을 역설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