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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이일호 기자의 이런말, 저런생각 / ‘돼지가격 보고제’가 불편한 까닭 (상)

대행패커 독과점도 없는데, 목적이 뭔가

 

정부가 추진하는 돼지가격 보고제와 그 법률적 근간이 될 축산물유통법(축산물유통 및 가축거래의 관리 ·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으로 인해 국내 양돈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처음 시도되는 정책은 아니지만 양돈업계에 던져주는 무게감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돼지가격 보고제는 개인 사업자, 즉 양돈농가와 육가공업체의 거래가격을 의무적으로 정부에 보고토록 하고, 공개하는 것이기에 자유경쟁 시장 체제하에서는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정부의 시장 개입이자, 강력한 규제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태생적 한계로 ‘굴곡’
이에 지난 정부가 축산물유통법 제정안을 마련했을 당시 사전 규제 심사를 담당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서 이해산업계를 대상으로 동의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이를 전제로 한 입법 추진을 강조했을 정도였다.
돼지가격 보고제의 이러한 태생적 한계는 거대 야당의 존재와 맞물리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양돈업계와 육가공업계 모두 치열한 논리 대결이나 공개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던 배경이 되기도 했다.
21대 국회 임기만료에 따른 자동 폐기, 2차례에 걸친 재입법 예고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축산물유통법안의 굴곡진 이력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았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상황이 달라졌다.

 

언제는 문제 없다더니
정부가 돼지가격 보고제를 추진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돼지 도매시장 가격의 대표성을 지적하고 있는 축산물유통법안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최근 전체 돼지 출하두수의 3%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도매시장 상장물량이 그 명분을 제공한 셈이지만 이것만으로 도매시장 가격의 대표성을 가늠하겠다는 판단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전문가나 민간 수준이 아닌 정부 차원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논란을 일으킬만 하다.
지난 정부 초반기만 해도 그 대표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수준에서 내부적인 입장 정리가 이뤄졌을 뿐 만 아니라 내심 도매시장 가격의 개선을 기대해 온 육가공업계에서 조차 지금껏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아닌가.


기준가 선택 자율의지...대표성 인정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산자와 육가공업계의 자율적 의지에 따라 도매시장 가격이 돼지가격 정산을 위한 기준으로 선택되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상 이해당사자들이 도매시장 가격의 대표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돼지 도매시장 가격=기준가격’ 의 등식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시장 흐름의 변화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기준 가격 수준을 넘어 정산 방식 전체에 대한 변경이 이뤄질 수 있다.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거래 주체 스스로 ‘사전거래 약정제’ 나 ‘원가정산제’ 등 다양한 정산방식에 대해 협의할 수 도 있고, 이 과정에서 기준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급률 조정 또는 상하한선제 도입이 현실화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혹여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시장의 자율 기능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우리와 달라
반면 지난 1999년 이미 축산물가격 의무보고제를 도입한 미국의 사례처럼 우리 정부가 공개한 돼지가격이 시장에서 당초 기대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산지와 소비단계 모두 대형패커가 아닌, 생산자와 소비자 중심의 시장 구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끼인 존재’로서 대형패커를 중심으로 한 육가공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국내 돼지 도매시장의 운영 방식을 감안할 때 생산자나 육가공업계의 개입에 의한 시장 왜곡의 가능성도 희박하다.
따라서 대형패커의 독과점으로 인한 부작용을 차단,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고 투명한 유통가격을 유도해 온 미국과 달리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돼지가격 보고제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 헌법은 국가가 농수산물의 유통구조를 개선하는데 있어 농어민 이익을 보호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도매시장 가격의 대표성을 판단하는 객관적인(혹은 통계학적인) 기준과 함께 돼지가격 보고제의 최종 목적에 대해 정부 차원의 명쾌한 설명이 이뤄진다면 보다 수월한 정책 도입과 조기 정착을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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