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권재만 기자]
국내 축산학 교육의 중심에 있는 국립대학 축산학과에서 오히려 축산을 대체하는 배양육 개발에 집중, 시제품 상용화를 가속화하며 축산업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상국립대학교 축산과학부 주선태 교수<왼쪽 사진>가 이끄는 창업기업인 (주)오렌지카우는 지난 5월 23일 세계 최초로 마블링이 구현된 ‘덩어리형 배양육<오른쪽 사진>’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이를 통해 도축 없이도 고기 특유의 맛과 풍미, 식감을 모사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기술을 ‘미래를 위한, 대체 축산식품’, ‘시간·공간에 제약받지 않는 차세대 고기’로 조명하며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주)오렌지카우 측은 이 같은 기술 개발 내용을 알리기 위해 지난 5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25 글로벌 융복합 스타트업 페스티벌’에 참가해 배양육 기술 홍보와 함께 시식 행사까지 진행하며 연구 성과를 대중에 직접 선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축산업계의 현실과 교육 현장의 역할을 외면한 ‘현장 괴리적 기술 우선주의’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축산학과는 정통 축산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교육기관으로서, 미래 축산인을 양성하고 농가와 연계된 지속 가능한 축산 시스템을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축산학과 교수가 배양육을 통해 축산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은 정통 축산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기웅 경상남도 축산단체협의회장(전국한우협회 부산경남도지회장)은 “축산학과 교수라면 당연히 농가와 산업의 편에 서야 한다”며 “축산 교육기관이 ‘축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그린다면 학생은 무엇을 배우고, 농가는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내 축산업은 고비용, 소비 위축, 수입육 공세, 환경 규제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정부의 축산물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우 비육농가들은 한우 한마리를 출하 할 때마다 161만4천원의 손실을 감내하며 농장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 축산학과 교수가 앞장서 ‘가축을 기르지 않고도 고기를 먹을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향후 축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들의 불안감을 더욱 자극해 정통 축산업의 고사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기웅 회장은 “축산 교육의 본질과 책임이 흐려지고 있다. 기술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산업을 지탱할 철학이며, 축산학 교육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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