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지난해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국내 양계산업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방역당국이 확산방지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수평전파를 막는데 성공했지만 3천만 마리 가까운 가금류가 살처분 되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산란계 질병관리등급제를 마련,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산란계 농장 질병관리등급제는 어떻게 운영될까. 산란계 농장 질병관리등급제의 준비 상황과 향후 계획을 살펴 보았다.
방역시설 우수 농장 예방적 살처분 제외 선택권 부여
전체 사육규모 기준 41%가 신청…지자체‧방역본부 큰 역할
농가 주도 자율방역체계 구축…가축질병에 강한 축산업 구현
AI 예방적 살처분, 농가 스스로 결정
가축전염병예방법 제3조 제5항에 따라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고병원성 AI에 대한 방역기준 유형을 부여한다.
참여농장에 대한 방역시설 평가에 따라 가~다로 분류되며 ‘가’ 유형(강화된 방역관리 충족, 최근 5년 이내 AI 1회 이하 발생, 3년 이내 미발생)과 ‘나’ 유형(강화된 방역관리 충족, 최근 5년 이내 2회 이상 발생 또는 3년 이내 1회 발생)은 예방적 살처분에서 제외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가’ 유형과 ‘나’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다’ 유형과 등급제 미참여 농장은 인근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시 예방적 살처분에 참여해야 한다.
단, 예방적 살처분에서 제외되었다가 추후 농장에서 AI가 발생했다면 살처분 보상금이 감액된다.
276농가, 3천24만수 시범사업 참여
농림축산식품부가 산란계 농장 질병관리등급제의 신청을 집계한 결과 총 276호(사육규모 3천24만수)가 질병관리등급제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질병관리등급제 신청농가 수는 전체 산란계 농가(전업농 1천91호)대비 25%이며, 사육규모(7천371만수)대비 41% 수준이다.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고 주변 방역 여건이 열악한 농가, 과거 AI 발생 농가, 방역시설 미흡농가 등이 제외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농가가 참여했거나 관심을 보인 셈이다.
사육규모가 큰 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진 점이 눈에 띈다.
전체 10만수 이상 사육 농가 중 46%(97호)가 신청했으며, 100만수 이상 농가도 100%, 100~50만수 규모 농가도 60%가 참여하는 등 상대적으로 시설 여건이 좋은 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10만수 미만 중‧소규모 농가도 20%가 신청, 앞으로 시설 개선을 통해 더욱 많은 참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질병관리등급제 신청 농가는 지역별로도 골고루 분포됐다.
산란계 농장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한 경기도 지역에서 67농가로 가장 많았으며, 경북이 40농가, 충남이 29농가, 전북 28농가로 뒤를 이었다.
농가가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구비서류를 없애는 등 신청서를 간소화함과 동시에 지자체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관내 농가별로 신청기간과 방법 등을 안내하며 농가들의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시범운영 결과 분석…타 축종 확대 계획
현장에서는 농가 노력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이 제외될 수 있는 질병관리등급제의 도입으로 자율 방역을 위한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반응이다.
농식품부는 질병관리등급제 신청 농가를 대상으로 질병관리등급을 부여하기 위해 9월까지 평가를 이어갈 계획이며, 1차 평가에서 보완이 필요한 농가의 경우 지자체에 재평가를 요청해 보완이 완료되면 10월 이전에 질병관리등급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질병관리등급제 참여농가의 방역수준 향상으로 농가의 발생 위험도가 낮아지면 해당 지역의 발생‧확산 및 살처분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시범운영 추진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타 축종으로 확대해 가축질병에 강한 축산업으로의 변화를 타진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관계자는 “질병관리등급제 농가의 차단방역 수준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며 “처음 시범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농가와 축산관계자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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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농림축산식품부 박정훈 방역정책국장
새로운 가축방역 시스템 롤 모델 기대
방역시설 전반적 개선‧살처분 마릿수 감소 ‘일석이조’ 효과
방역 우수 농장, 산업 중심으로…첫 걸음 떼는 제도 성공 안착을
“산란계 질병관리등급제 도입은 정부 주도의 가축 방역 정책에서 농가 주도의 정책으로 바뀌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박정훈 방역정책국장은 산란계 농장 질병관리등급제와 관련, 농가에서 방역기준에 맞춰 방역시설‧장비를 보완하고, 방역관리 수준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AI 긴급행동명령(SOP)에 따라 발생농가와 인접농가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이 실시 되었는데 방역 여건이 양호하고 차단방역에 노력하는 농장에는 예외를 두어 농가의 방역 개선 노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일부 의견이 있어 이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첫 걸음을 떼는 제도인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되어 앞으로 더욱 많은 농가가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농식품부는 질병관리등급제 마련을 위해 생산자단체들은 물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수차례 회의를 갖고 수정ㆍ보완 작업을 거쳤다. 그 결과 우수한 방역 시스템을 갖추고 질병 관리가 잘 되어 온 농가에게는 예방적 살처분에 대해 선택권을 부여하는 농가 주도의 방역 시스템으로 방향이 잡혔다.
농가 스스로 방역을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부여함과 동시에 농가가 10월에 예방적 살처분 제외 범위를 선택하며 이듬해 3월 말까지 예방적 살처분을 제외하는 인센티브 등 일석이조의 효과와 함께 질병관리등급제 시범 운영에서 효과가 확인되면 타 축종·질병으로의 확대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농장의 방역시설 개선과 함께 가축질병 방역 정책의 대전환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정훈 방역국장은 “질병관리등급제 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산란계 농장 단위의 차단방역 시스템이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우수한 방역체계를 갖춘 농가가 가금산업의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며 “농가의 방역 수준 향상으로 인해 지역 발생 위험도도 낮아져 고병원성 AI 발생 최소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병원성 AI를 훌륭하게 막아낸 농가의 경우 농가 스스로 가축질병을 막아낸 경험을 바탕으로 해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가금산업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처음 시행되는 질병관리등급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