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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판을 뒤흔들어야 축산이 발전한다

  • 등록 2019.03.28 19:26:04


박규현 교수(강원대학교)


고기 빠진 햄버거가 맛도 살리고 환경도 지킨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KBS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비슷한 내용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제목만 봐도 이젠 그 내용을 유추할 수도 있다. 예상대로 보도의 흐름은 다음과 같았다. 요즘 나오는 식물성으로 만든 고기 대체품(식물성 고기)들이 실제 고기와 차이점이 예전보다 적다는 것이다. 그리고 식물성 고기들과 채식이 건강에도 좋고 환경에 더 이롭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겠다는 신념(도덕)을 가진 완전 채식주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마친다. 요약하자면 채식을 하면 건강, 환경, 도덕까지 지킬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보도에서 예를 든 내용은 설렁탕 1인분과 콩나물국밥 1인분의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값이었다. 콩나물국밥 1인분과 설렁탕 1인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했을 때 설렁탕 1인분이 콩나물국밥 1인분보다 100배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했다. 축산물이 들어간 설렁탕을 먹으면 지구가 정말 뜨거워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런가? 식품이라는 공통점을 이용해서 비교해보기로 했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식품안전정보포털 식품안전나라(www.foodsafetykorea.go.kr)에서 두 음식의 영양 성분을 찾아보았다. 설렁탕 1회 제공량은 600g이며 열량은 419.81kcal, 탄수화물은 12.56g, 단백질은 59.58g, 지방 14.59g이었다. 콩나물국밥(전주)은 1회 제공량이 900g이며 열량은 429.65kcal, 탄수화물은 71.08g, 단백질은 18.5g, 지방 7.93g이었다. 1인분 당 영양소로 콩나물국밥과 비교했을 때 설렁탕의 섭취량은 약 67%, 열량은 약 98 %이었다. 3대 영양소를 비교하면 탄수화물 약 18%, 단백질 약 322%, 지방 약 184%이었다. 

탄수화물은 생물체의 구성성분과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단백질은 다양한 신체 기관, 효소, 호르몬 등의 주 성분이고 주로 인체 구성에 사용된다. 지방은 세포막과 호르몬의 재료로 사용된다. 뇌는 약 80%가 지방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지방은 에너지원으로도 사용된다. 2015년에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으로 보면 20대의 경우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는 2,600kcal라고 한다. 이때 탄수화물과 지방의 섭취기준은 각각 하루 에너지 섭취량의 55~65%와 15~30 %이기 때문에 에너지로 환산하면 탄수화물은 1,430~1,690kcal, 지방은 390~780kcal가 필요하다. 탄수화물의 경우 1g 당 4kcal, 지방은 1g 당 9kcal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므로 에너지를 무게로 환산하면 탄수화물은 357.5~422.5g, 지방은 43.3~86.7g이 필요하다. 단백질은 65g을 섭취해야 한다. 따라서 하루 필요량을 기준으로 설렁탕 한 끼로 충족할 수 있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각각 3.0~3.5%, 92%, 17~34%이다. 콩나물국밥의 경우 17~20%, 28 %, 9~18%를 충족할 수 있다. 따라서 콩나물국밥은 단백질과 지방을 보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반면에 설렁탕은 비슷한 에너지양에서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보도자료에서 이용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에너지양을 기준으로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에너지양이 아닌 단백질 섭취량을 기준으로 보면 설렁탕이 콩나물국밥보다 3.3배 많기 때문에 설렁탕만큼의 단백질을 먹으려면 콩나물 국밥을 3인분 넘게 먹어야 한다. 따라서 단백질을 기준으로 하면 설렁탕이 콩나물 국밥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30배 많은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처음 100배에서 1/3로 줄었다. 이렇듯 하루에 섭취해야 할 영양소의 종류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바뀐다.

우리는 하루에 한 종류의 음식만을 먹지 않고 식단을 통해 다양한 음식물을 먹으면서 필요 영양분을 섭취한다. 완전채식을 하는 식단과 고기가 포함된 식단을 기준으로 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시험적으로 계산해 보았다. 완전채식 식단은 에너지가 2,417.4kcal, 고기 포함 식단은 2,582.1 kcal이었다.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의 경우 완전채식 식단은 14,359.53mg이었고 고기 포함 식단은 32,293.70mg이었다. 각 식단에서 사용된 음식의 1인분 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완전채식 식단에서 2,649g 이산화탄소 환산량, 고기 포함 식단에서는 3,448g 이었다. 이를 에너지양 당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계산할 경우 완전채식 식단과 고기 포함 식단은 1kcal 당 각각 1.06g, 1.34g 이산화탄소 환산량이었고 고기 포함 식단이 26% 더 높았다. 하지만 필수 아미노산의 양으로 계산할 경우 완전채식 식단과 고기 포함 식단은 필수 아미노산 1g 당 각각 171.9g, 106.8g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계산되었다. 오히려 고기 포함 식단이 완전채식 식단보다 38% 적게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이다. 이러한 필수 아미노산은 사람의 몸 안에서 전구물질로부터 합성할 수 없는 아미노산이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며 축산물에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축산물 섭취로 쉽게 충족할 수 있다.

해방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는 한우가 일꾼이었지만 개체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1980년까지는 농기계 보급으로 한우는 육용우로 사육 목적이 바뀌기 시작하고 국민소득이 늘어나 전체 육류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축산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축종별 전업화와 규모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2000년대에는 축산물 안전성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10년대에는 동물복지와 친환경 축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렇듯 축산은 계속 사회와 함께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으로서의 축산은 아직도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라는 3대 영양소의 관점에서만 언급되고 있다. 축산만이 가지고 있는 필수 아미노산 등의 영양학적 이점이 있는데 강점은 말하지 못하고 에너지양이라는 경종의 기준에 끌려가고 있다.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축산의 이점에 대해 말해야 우리의 의견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판을 뒤흔들어야 축산이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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