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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에서>한국엔 부족한데 일본엔 넘치는 것<Ι>

이상호 본지 발행인

  • 등록 2018.10.10 16:55:28

[축산신문]

일본 기구 명칭이나 문건에는 ‘축산진흥’이란 단어 넘치는데
우리는 눈 씻고 봐도 없어 축산진흥 의지 부족에 기인한 결과

 

지난달 초 4박 5일간의 일본 축산관련기관, 단체 방문에서 놀란 게 한 가지 있다. 우리에겐 잊혀진지 오래인 ‘축산진흥(畜産振興)’이란 단어를 무시로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축산관련기구나 부서의 명칭이 그랬다. 우리 축산국에 해당하는 농림수산성 축산부에는 축산진흥과가 있다. 농림수산성 산하단체로서 축산업경영안정과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업무를 담당하는 ‘농축산업진흥기구’는 정식명칭에 아예 진흥이란 단어가 들어가며 축산진흥부라는 부서를 두고 있다. 이 기구는 이른바 농림수산성으로부터 독립된 독립행정법인으로서 공익차원의 국가사무를 수행한다.
이 기구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일반사단법인인 ‘육용우진흥기금협회’라는 단체도 있다. 조직명칭만 그런 게 아니다. 농림수산성 축산부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기구나 단체들이 내놓는 문건에는 축산진흥이란 단어가 빠지는 법이 없다.
일본과는 비교가 어렵지만 우리에게도 진흥(振興)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축협중앙회의 전신이 축산진흥회였고 축협중앙회 핵심부서 중 핵심이었던 축산진흥부도 있었다. 우리 축산업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기금의 명칭도 축산진흥기금이었다. 그러나 축산진흥을 꿈꾸던 축협중앙회는 농협으로 강제 편입되어 축산진흥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축산진흥기금도 슬그머니 축산발전기금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축산분야에 진흥이란 단어가 왜 사라진 걸까. 일본 축산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진흥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농식품부의 외청으로 농촌진흥청이 있는 걸 보면 진흥이란 단어가 일본색(色)이 짙거나 아니면 너무 진부하기 때문이란 설명은 더더욱 객관성이 떨어진다. 어쨌든 명칭이야 진흥이면 어떻고 발전이나 육성(育成)이면 또 어떻겠는가.
그러나 형식이 본질을 지배할 때가 있다는 관점에서 명칭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명칭은 그 조직의 정체성과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축산진흥과가 없고 농축산업진흥기구에 축산진흥부가 없는데도 그들이 내는 각종 문건에 꼬박꼬박 축산진흥이란 단어가 등장할 수 있을까. 그들의 문건에 축산진흥이란 단어가 등장하는 건 그들의 일이 바로 ‘축산진흥’이란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일본이 축산진흥에 성공했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다.
농림수산성 회의실에서 만난 축산부 한 관계자는 축산현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화우 생산기반을 안정 내지는 확대하기 위해서는 수출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축산진흥을 한마디로 압축시킨 말이다. 일본 정부는 공익재단법인인 중앙축산회를 통해 화우고기수출을 총력 지원하고 있다.
과연 우리 정부가 한우고기 수출을 생산기반 확대라는 차원으로 생각할까. 실질적인 식품관련업무는 식약처에 다 넘겨주고도 약칭만은 농축산부가 아닌 농식품부로 고집하는 마당에 축산진흥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인다. 축산진흥이란 단어가 눈 씻고 봐도 없는 현실은 의지의 문제이며 이를 한국엔 부족한데 일본엔 넘치는 것이라고 한다면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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