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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단상>차고 넘치는 리더십의 역설

  • 등록 2016.10.14 11:22:37

윤 봉  중 본지 회장

 

세상이 안팎으로 혼란스럽고 시끄럽다. 미증유(未曾有)의 혼란상에 대한 세간(世間)의 걱정도 갈수록 태산이다. 나라 밖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나라 안도 온통 삿대질에 고함뿐이다. 우리는 지금 리더십이 실종(부재)된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아니 ‘리더십의 과잉’ 더 정확히는 리더 희망자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웬 잠룡(潛龍)이 그리도 많은지 정치판이 아니더라도 협동조합이나 농민단체도 선출직 장(長)자리 경쟁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가뭄에 점점 물이 말라 가는 웅덩이처럼 변한 우리 축산도 예외일 수 없다.

 

리더십 실종은 역설적이게도 리더 희망자 과잉서 비롯
현명한 팔로어가 많아야 리더십  꽃 피울 수 있어
포숙(鮑叔)의 정신 절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리더십부재는 역설적이게도 ‘리더십의 과잉’(리더 희망자의 과잉)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또 리더십의 토양이라 할 수 있는 팔로어십의 부재이기도 하다. 선거만 치르면 아귀다툼이 예사이며 선거판이 끝나고도 싸움은 그칠 줄을 모른다. 모두 리더가 되고 최고의 자리에 앉아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종이 울려도 그치지 않는 경쟁은 혼란과 다툼을 야기하고 급기야는 리더십의 실종을 부른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리더십부재는 따지고 보면 대부분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관포지교(管鮑之交)를 춘추시대 제나라 사람 관중과 포숙(鮑叔)의 지고지순한 우정을 다룬 이야기쯤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여기에는 나라를 구한 리더 못지않게 위대한 팔로어의 숭고한 정신과 교훈이 담겨 있다. 관중은 원래 제나라 환공의 반대편에 섰던 사람이지만 환공이 정권을 잡으면서 재상자리에 올라 제나라를 춘추시대 최강의 강대국지위에 올려 놓은 인물이다. 그의 국정철학이 담긴 관자(管子)는 제자백가의 효시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런 그도 포숙이 아니었다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처지였다. 포숙은 그를 죽이려 하는 환공을 설득해 재상으로 천거하고 관중을 평생 도왔다.
관중이 죽을 때 세상 사람들은 모두 포숙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믿었지만 관중은 “포숙은 군자 중의 군자인지라 재상자리에 맞지 않다”며 평생의 친구 대신 다른 사람을 천거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포숙은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며 관중의 인물됨이 그렇기 때문에 그를 재상으로 천거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인 미 국무장관 슈워드의 사례도 위대한 팔로어십의 전형이다. 그는 원래 링컨과 함께 공화당 대통령후보직을 다툰 정적이었으나 링컨에 의해 국무장관에 임명된 후 모두 반대하던 알래스카 매입을 성사시켜 오늘날 미국의 초석을 놓았다. 만약 슈워드가 국무장관직을 거절하고 링컨이후를 노리는 데만 몰두했다면 오늘날 알래스카는 러시아의 군사기지가 되었을 게 뻔하다. 미국과 캐나다로서는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질 얘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세상이 굴러가는 데는 리더십과 팔로어십이 수레의 두 바퀴가 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물론 역사는 관중이나 링컨과 같은 리더를 더 기억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모두가 지도자가 될 수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다. 역사는 위대한 팔로어들의 행적도 결코 잊지 않는다. 미국의회는 자신들이 탄핵했던 슈워드의 사후에 사과결의안을 채택하고 그의 영혼을 위로했다.
오늘날 우리가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리더십의 실종 내지는 결핍이며 이는 대부분 리더 희망자들의 과잉에서 비롯된 경향성을 갖고 있다. 모두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다툼 때문인 것이다. 각종 단체장과 조합장선거만 치르면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 축산업계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현명한 팔로어십이 뛰어난 리더십의 토양이란 점에서 우리 축산은 지금 관중보다 포숙을 더 필요로 하지 않을까. 리더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위대한 포숙의 정신을 되새겨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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