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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축산 지우기’가 농협개혁인가

개혁, 수요자 공감 얻을 수 없다면
근본부터 재검토 해야할 필요
시대 거스르는 우(愚) 범해선 안돼

  • 등록 2016.05.11 16:55:14

윤봉중 본지 회장

 

정부가 추진중인 농협 구조개편작업을 보면 그 근본부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개혁차원에서 진행중인 구조개편의 목적이랄까 이유랄까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분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관료들이 하는 일이니 무엇이 됐든 그 이유는 분명 있을 터. 그러나 농협의 수요자인 회원조합과 농민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없다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한 번 물어보자. 농협개혁(구조개편)을 왜 하는가?
현란한 수사(修辭)를 구사하는 언어의 마술사라 해도 이에 대한 답은 딱 하나여야 한다. 농협을 협동조합답게 만들어 농민조합원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야지 그 외의 표현은 말장난일 뿐이다.
농협은 지난 반세기 동안 돈이 되고 손쉬운 은행업에만 탐닉한 나머지 협동조합 본연의 기능에 소홀했고, 이것이 업보가 되어 주기적인 개혁압력에 시달려 왔다.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농협의 신경분리는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주로 재야학자들이 제기해온 신경분리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김영삼정부 때다. 이때부터 농협은 사업부문간 독립적 운영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식으로 예봉을 피해왔다. 농협은 지난 4반세기동안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돈장사’에 안주하다 화를 자초한 것이란 점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인지도 모른다.
신용사업은 그렇다 치고 협동조합의 존립근거이기도 한 경제사업마저 지주회사체제로 개편하는 것은 협동조합개혁의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농협의 지배구조를 협동조합답게 개편해야지 상법상의 주식회사로 개편하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중앙회가 자회사를 관리하는 사실상의 지주회사임에도 별도의 지주회사를 만들어 옥상옥 구조를 만들어 어쩌자는 것인가.
일선 조합장들은 중앙회 자회사가 별도의 지주회사로 편입되면 회원조합의 경제사업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1중앙회 1지주(금융)’ 공약을 내건 김병원 회장의 당선은 조합장들의 이런 정서를 담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농협법개정안의 국회제출을 앞두고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는 자세에서 벗어나 중앙회의 수요자인 조합과 농민조합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농민의 이익이 걸린 사안이란 점에서 무조건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농협구조개편과 관련한 또 다른 의문은 개혁이란 이름으로 ‘축산 지우기’를 노골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배구조를 새로 개편하는 마당에 농협법상 축산특례조항을 존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헌재가 인정한 농축협통합정신에도 위배될뿐더러 축산의 산업적, 경제적 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축산은 전체 농업생산의 42%를 차지하고 농촌의 10대 소득작목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이란 점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현행 축산경제조직은 전문화를 더욱 가속화해서 축산발전을 지원토록 해야 함에도 농업경제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행태는 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다. 축협연합회 등 별도조직으로 육성하기 어렵다면 현행 체제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그도 아니라면 옳고 그르고를 떠나 별도의 지주회사를 만든다고 해야 개혁이라는 모양새만이라도 갖춰지지 않겠는가.
농협개혁에 대한 이런 의문이 고집스런 노인의 불평쯤으로 오해받을까 저어되는 면이 없지 않으나 작금 벌어지는 개혁은 개악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도 너무 크다. 농협의 구조개편을 밀어붙이는 당국자들은 ‘혁명은 200일 동안 할 일을 두 달 만에 해치우기도 하지만 200년 동안 공들인 일을 단 2년 만에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발레리의 경고를 흘려듣지 않기를 바란다. 잘못된 개혁은 훗날의 책임도 엄중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가 산업의 장래와 수많은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농협개혁이 축산의 전문성 지우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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