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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국축산의 가장 큰 위협요소는

 

윤봉중 본지 회장

 

무엇하나 속 시원히 풀리는게 없는 축산
미래개척 의지와 능력 의심 받는 상황에
가장 큰 위협은 FTA 아닌 축산인 자신들

 

축산인들을 만나보면 한결 같이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힘들다는 축산인들의 하소연은 축종 간 차이도 없으며 사료나 동물약품을 비롯한 각종 기자재와 전후방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마치 습관이기라도 한 듯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모두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한국 축산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조건들을 감안할 때 힘든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세계 각국과의 FTA로 인해 외국산 축산물이 우리 국민들의 식탁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데다 이 땅에서 가축을 기르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니 내우외환(內憂外患)이 따로 없다. 이런 상태라면 힘들다는 하소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세계적 축산 강국들과 맺은 FTA로 인해 외국산 축산물의 수입관세는 요율이 낮아지거나 속속 철폐되고 있다. 칠레산 돼지고기의 경우 이미 관세율이 제로(0)로 떨어졌으며,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은 미국과 EU산의 관세철폐도 시한폭탄처럼 대기하고 있다. 쇠고기도 마찬가지이며 수입유제품의 경우 그 물량이 매년 급증해 국내산 우유수급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으니 어디를 둘러보더라도 사면초가(四面楚歌)의 형국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난국에 대처할 수 있는 해법과 이를 풀어나갈 의지와 능력이 있느냐 일 텐데 딱히 ‘이거다’하고 내놓을 게 없을 것 같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 휴경지를 비롯한 농경지를 활용하자는 목소리는 무성하지만 국내산 조사료 자급률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품질 경쟁력 제고 노력은 UR협상 타결 이후 줄곧 같은 버전에만 머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유기축산물생산은 각종 인증제도만 양산했지 아직도 먼 나라 먼 장래의 일로 치부되고 있으며 동물복지는 까탈스러운 일부 소비자들의 유난스러움 정도로 간주될 뿐이다. 축산현장의 방역은 그렇게 혼이 나고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수입축산물과의 차별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위생문제지만 유통과정의 고질병은 잊을 만하면 TV를 통해 안방에 생중계되기 일쑤고, 유통선진화 역시 도축장 구조조정사업처럼 구호만 무성하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이 주도하는 가축계열화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생산자조직인 협동조합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게걸음이며 이것도 모자라 농협은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이른바 ‘재벌놀이’에 빠져 있다.
이 뿐인가. 생산자단체와 사업체적 성격의 협동조합 간 역할분담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축산업계의 결속력은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다. 모두가 각자도생을 꾀하는 건지 제각기 자신의 팔만 흔들어 대고 있으니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교훈 따위는 메아리조차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축산의 장래가 밝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축산인들의 힘들다는 하소연이 그칠 수 있을까.
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인 김대식 KAIST 교수는 최근 자신의 칼럼을 통해 한국은 빨리 빨리만 외치지 국가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문제를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인의 가장 큰 적은 더 이상 ‘양놈’ 도, ‘왜놈’도, ‘빨갱이’도 아닌 한국인 바로 우리 자신들이라고 말했다.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김 교수의 일갈은 활력도 잃고, 방향도 잃은 듯한 한국사회를 향해 내리치는 죽비와 같다.
그가 내리친 죽비소리는 한국 축산에도 그대로 통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렇다면 한국 축산에 가장 위협적인 ‘적’은 FTA도, TPP도, 안티축산도 아닌 바로 축산인 우리 자신들이 아닐까. 여러 모로 삼복(三伏)더위를 실감하게 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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