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가가 “건유소가 쓰러져 사료를 먹지 못하네요. 어떻게 하죠?”라고 글을 올리면 체 1시간도 안돼서 십여개의 댓글이 달린다. “체온을 우선 재야해요”, “걱정되시겠네요. 제 경험상 장염이 걱정 됩니다”,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저혈당이 아닐까요”, “칼슘과 당을 보충해보세요”, “보통 기립불능은 스트레스와 칼슘부족으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 일일이 읽어보기도 벅찰 만큼 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이곳에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살아숨쉬고, 낙농가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오간다. ‘낙농공감’ 밴드(온라인상에 모임을 구성해 운영하는 일종의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성종씨(썬피드 대표)를 만나봤다.
개설 반년만에 회원수 500명 돌파
고민 공유…전문가 지식·조언 제공
낙농이라는 테두리 안에 모인 이들은 자유롭게 생각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눈다. 밴드를 만든 이성종 운영자는 밴드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요즘은 맨날 핸드폰과 컴퓨터에 붙어 있다. 일종의 중독이다. 많은 낙농가들이 이 안에서 고민을 나누고, 경험을 나누는 것을 보는 것이 요즘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회원들이 가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운영자 뿐 아니라 밴드 내에 구성원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쳤기 때문이다.
“한 농가가 고민을 올리면 실시간으로 수많은 댓글들이 달린다. 같은 경험을 해본 낙농가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조언을 해 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조언들은 낙농현장에서 큰 도움이 되고, 이런 긍정적인 밴드의 역할이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참여인원이 많아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종 운영자는 낙농가였던 경험을 통해 소통의 길을 터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도 낙농업을 했었는데 목장을 하면서 소가 잘 안되면 정말 답답하다. 또한, 매일같이 목장에 메여있기 때문에 외롭다”며 “예전처럼 가까운 곳에 선배나 동료들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고민할 사람은 더욱 줄어들었다. 때문에 낙농가들에게 정보공유의 통로가 필요하고, 공감의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낙농공감 밴드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30여년을 낙농인으로 살아오면서 보고 느낀 것이 반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밴드 내에는 낙농가가 대다수지만 최병렬 박사, 한규호 원장, 김현진 박사, 박수범 박사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운영자 이성종씨 역시 현장에서 20년간 사료배합비를 만들어온 현장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이성종 운영자는 마지막으로 “이제 낙농공감 밴드는 운영자가 없어도 잘 굴러갈 것 같다. 이미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굴러가고 있다”며 “이 밴드 안에서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질문을 던지고, 또 그 질문에 대해 누구나 답을 달아줄 수 있다. 낙농가들은 이 안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 긍정적인 역할을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 그것이 낙농공감이 추구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