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발전해 왔다. 과거에 매달리고, 그 속에 머물러 있다면 더 좋은 미래를 약속하기 어렵다. 기술 속도는 매우 빠르다. 특히 그 많은 기술들이 서로 융·복합되고, 또 다른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킨다. IT 기술을 보라. 휴대폰 기술을 보라. 10년 전만 해도 상상나래에만 있던 것들이 세상밖으로 나왔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은 우리 현대인들에게 미래메시지를 던져준다. 축산 역시 많은 변화를 불러올 만 하다. 사물인터넷의 거장 조병완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인간 조작없이 사물끼리 네트워킹…분석·판단·지시까지 기기가
센서와 뇌과학이 질병 이상징후 파악…사전예방·신속대응 첨병
생산·도축·가공·판매 등 전분야 접목, 미래축산 새 가치 창출
전세계적으로도 초기시장…IT 인프라 우수해 세계시장 선도 가능
-교수님 안녕하세요. 축산인들에게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한양대에서 건설환경공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창조경제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IT 융·복합이 제 전문 연구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최근에는 이 사물인터넷 기술을 삶과 연결시키려는 노력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요?
현대 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일상이 얽혀 있습니다. 그야말로 융·복합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혼자 따로 떨어져 있는 것들이 있나요? 사람을 포함해 모든 사물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서로 네트워킹한다는 것이 사물인터넷입니다. 네트워킹 과정 중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 유비쿼터스 등과 차별화되는 개념입니다. 즉 사물인터넷에서는 모든 사물이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하고, 지시를 내리게 됩니다.
-선뜻 이해가 잘 안되네요.
한 예를 들게요. 출근하면 강아지가 혼자 집에 남잖아요. 강아지는 외롭고, 자칫 굶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사물인터넷을 접목하면 강아지 상태에 따라 놀 수 있도록 공을 튕겨주거나 물과 음식이 나오는 것을 가정할 수 있어요. 사람 없이 강아지와 기기, 그리고 기기간 소통을 통해 강아지 삶을 최적화하게 됩니다.
-약간 먼 일처럼 들리는데요.
그렇지 않아요. 구글글래스도 일종의 사물인터넷입니다. 글래스가 체온 등을 측정해 그 정보를 메인서버로 보내고, 메인서버는 정보를 분석해 다시 글래스에게 전달합니다. 사람이 일일이 조작하지 않아도 기기들이 알아서 정보를 수집하고, 서로 네트워킹하며 일을 처리한다고 보면 됩니다.
-기술개발이 어느정도 진척됐네요.사물인터넷은 센서기술이 핵심입니다. 위치, 온도, 습도, 열, 조도 등 사물주위 환경을 제대로 파악해야 이를 바탕으로 서로 네트워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블루투스 등 센서기술이 이를 돕게 됩니다. 저 역시 센서특허 5개, 플랫폼특허 20개 등 30개 가량 관련특허를 갖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사례가 있나요.
몇 해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나중에 CCTV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테러범들은 체온, 흥분상태 등에서 일반인과 확실히 차이가 났어요. 센서기술과 뇌과학(뇌파진동 등)을 이용해 테러범을 골라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른 측면으로는 미리 테러범을 찾아내 대처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습니다.
-축산에서는요.
아직 접목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네요. IT 기술이야 로봇착유기, 차량GPS 등 이미 쓰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사물인터넷이라고 볼 수 없어요. 여전히 사람이 개입해야 하잖아요. 네덜란드에서는 가축의 귓속에 무선인터넷 센서를 이식해 가축의 건강, 수유, 임신 등을 체크하는 기술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축산은 사물인터넷에 이제서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단계입니다.
-사물인터넷의 축산 활용분야는.
단순하게는 가축 건강상태를 살필 수 있습니다. 사료섭취량과 분뇨 등에서 평소와 다른 이상징후를 확인하고 즉시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사료와 물, 그리고 각종 기기 등도 서로 소통하며 가축들에게 가장 행복한 환경조건을 만들어줍니다. 생산단계 뿐 아니라 도축, 가공, 판매과정에서도 사물인터넷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육질 등 생산성을 훨씬 개선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질병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새로운 가치를 심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질병요?
FMD, 조류인플루엔자(AI) 등 큰 피해를 주는 악성가축질병이 연구 대상입니다. 좀전에 말씀 드렸지만, 센서기술과 뇌과학은 이미 이상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가 됩니다. CCTV를 달고 이것으로 가축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아울러 이상징후를 확인하는 작업이 기기들 스스로 계속됩니다.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미리 예방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이 가능합니다.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야생조류, 철새 서식지 등을 매핑하고 관련개체간 번식지, 경유지 등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예방이라면 백신 등을 쓰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나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때입니다. 철새는 계속오고, 막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사물인터넷은 수많은 인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질병발생에 따른 살처분 등을 막을 수 있습니다. 첨단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교수님께서도 축산분야 사물인터넷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우선 축산동물과 이동철새의 병원성 바이러스 감염징후를 동물 뇌과학적으로, 동영상 이미지와 센싱정보로 분석하게 됩니다. 이어 방역 대응정보를 관련자 및 시설과 네트워킹해 공유경제 기반 하에서 최적화하고, 이를 서비스 제공하는 것입니다. 또한 초소형 무인비행기(드론)를 철새도래지 오지로 보내 조류인플루엔자 징후를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러한 연구들이 정부 연구과제로는 잘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사장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까지 합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새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질병 외 다른 분야가 있다면.
사물인터넷 활용은 무궁무진합니다. 생산, 도축, 가공, 판매 등 전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육장, 목장, 사료저장고, 세척장, 그리고 소·돼지·닭 등 가축, 축산인, 시장, 관련조직 등등…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센서기반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네트워킹돼 소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신개념 미래형 축산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바뀝니다. 멀잖아 사물인터넷 축산이라는 말이 축산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활용이 대단하네요.
거기다 더욱 고무적인 축산분야에서 사물인터넷은 이제 시작이라는 겁니다.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결국 축산 역시 사물인터넷으로 갈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가고, 시장을 선도해야 합니다. 고기만 수출하라는 법 있습니까. 축산 사물인터넷 기술을 수출하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IT 선진국이고, 인프라 기반도 훌륭합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