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협동조합 정체성 상실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농협개혁이 올해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골자로 한 새로운 농협법 시행(12월10일)과 농협중앙회 사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농협법 입법예고안(10월28일)으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번 입법예고안을 국회에 제출해 2011년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동시에 분리하고 오랫동안 협동조합의 최대 쟁점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어 왔던 사업구조 개편(신경분리)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농협법 입법예고안을 통해 나타난 정부의 사업구조 개편 추진내용은 많은 부분에서 농업인과 협동조합, 그리고 농민단체들의 우려를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계 “주식회사 구조 경제사업 발상…협동조합 운동 종말” 지적 경제사업 독립성 보장…신용부문과 시너지 창출 시스템 주문도 “농협, 품목별 마케팅 조직 재구축…개혁 본질 살려야” 한목소리 정부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모두 지주회사 방식으로 분리하겠다는 골격을 잡으면서 사업 분리 개편의 본래 목적이 빛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용사업 경쟁력만을 중시해 금융권에서 선호되고 있는 지주회사 방식을 도입하면서 경제 사업에까지 무리하게 지주회사 방식을 적용하면서 협동조합 개혁의 출발선이 된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가 희석되는 것은 물론 협동조합의 정체성마저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농민조합원들의 요구에 맞춰 제대로 경제 사업을 수행하는 협동조직을 만들어 달라는 개혁요구가 신용사업을 살리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협동’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쪽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협동조합 전문가들의 목소리이다. 김정주 교수(건국대)는 “자본주의 폐해를 막기 위해 만든 협동조합이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회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농협중앙회가 수익창출에 매진하는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자회사에 대한 통제조차 확실하게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옥상 옥 구조로 모든 경제 사업을 주식회사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우리나라 협동조합 운동에 종말을 고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농협개혁은 실험 삼아 해보고 안 될 경우 돌아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신용사업과 달리 농민조합원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경제사업 분리는 농협중앙회의 계획대로 철저한 독립사업부제 실시 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윤재 교수(서울대)도 “농협은 농민조합원을 위한 생산자단체라는 관점에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함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아직 우리 현실에서는 필요할 것”이라며 “설령 분리하겠다고 해도 경제사업에 대한 자본금 부분이 명쾌하게 답보되지 않는 한 정부의 안은 상당한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오 교수(강원대)는 “현재와 같은 그림으로 신경분리를 할 경우 경제사업의 위축은 당연히 따라 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고정투자부터 어려움이 예상되며 이는 농민조합원들의 농장경영에도 좋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많은 학계 인사들은 지금 농협의 개혁논의가 정부에서 자본금을 지원해 줄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입법예고안이 농민조합원과 일선조합 보다 농협중앙회의 금융부분만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한 것이다. 이들은 협동조합은 사업의 특성에 따라 꼭 필요한 경우에 일반 회사체제를 도입할 수는 있지만 사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전면적인 도입은 조합원 실익과 배치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협동조합 고유의 기능을 살리기보다 축소하거나 죽이고, 시장경제에 내놓은 다음에 스스로 살아남으면 좋고, 경쟁력을 잃으면 그대로 역사 속으로 넘겨 버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이다. 농민조합원들의 규모화, 전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이며, 전업화된 농가는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와 안정적인 생산물의 판매를 요구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에 적합한 품목별 마케팅 조직으로 농협조직을 재구축하는 것이 자조조직인 ‘협동조합’ 본래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는 개혁요구에 부합되는 것이며, 협동조합 운동의 영속성을 지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