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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신년특집 / AI 시대, K-축산> 2026 낙농산업 전망

계절 편차·소비 변화 속 새로운 균형을 모색해야

임재헌 부장(낙농진흥회 수급제도팀)

 

원유의 사용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된 지 3년째를 맞은 2025년, 원유 수급은 유난히도 계절의 변화 시기마다 크게 흔들렸다. 그 어느 해보다 뚜렷하게 드러난 수급의 불균형은 결국 ‘미사용 원유의 처리’라는 난제를 남겼고,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인가, 나아가 계절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생산관리 체계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숙고해야 하는 한해였다.

 

분만 쏠림·기후 영향 확대…원유 생산 흐름의 변동성 심화
농가수·사육두수 감소 지속…음용유 중심 구조 한계 드러나
가공유 활용 확대·집유 효율화·데이터 기반 생산관리가 해법

 

▲계절이 뒤흔든 생산의 흐름

올 한 해의 원유 수급은 그야말로 파도 높은 격랑의 바다를 건너는 형국이었다. 파고는 높았고, 흐름의 사정은 분명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국면이 펼쳐져, 한 해 전체가 하나의 장대한 드라마처럼 극적 굴곡을 그렸다.

연초에서 2월까지가 비교적 조용한 탐색기였다면, 3월 이후의 생산량 증가는 마치 오랫동안 웅크렸던 힘이 한꺼번에 폭발한 듯한 기세로 가열차게 보여졌다. 전년 폭염의 후유증에 럼피스킨 발생으로 인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수정, 그 어긋난 시간이 결국 올해 상반기로 몰려들며 분만이 집중된 탓이 컸다. 자연의 약속이 조금씩 어긋났을 뿐인데, 그 조각난 균형이 원유 생산의 흐름 전체를 흔들어 놓은 것이다.

상반기에 비해 중반기 이후의 생산량 변화를 견인한 것은 다름 아닌 기후였다. 단순히 더워지고 추워진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온의 등락이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실제로 올해 원유 생산량의 차이를 최대월과 최저월로 나누어 살펴보면, 그 격차는 지난 5개년 가운데 가장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 원유 생산곡선은 완만한 흐름이라기보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마치 큰 파도에 흔들린 꺾은선 그래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미사용 원유’의 급증과 그에 따른 대응

문제는 이러한 생산 증가가 곧바로 ‘미사용 원유’라는 부담으로 현실화되었다는 점이다. 필요한 우유는 급감하는 반면, 줄여야 할 재고(분유)는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버릴 수도, 마냥 쌓아둘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 앞에서 관계자들은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보내야 했다. 원유 한 방울도 허투루 흘리지 않기 위해, 처분의 해법을 찾기 위한 치열한 대책이 논의되었고, 긴급조치 수준의 대책들이 시시각각 제시되었다.

낙농가들에게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안내 사항이 전달됐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안내’ 수준이었지만, 사태가 깊어질수록 문장의 어조는 ‘요청’을 지나 ‘호소’에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유업체를 향한 협력 요청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용처를 찾지 못한 원유의 처리를 부탁해야 했고, 전국에 몇 남지 않은 분유 제조시설이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도록 해달라는, 사실상 애원에 가까운 요청을 이어가야 했다. 사정은 절박했고, 그 절박함은 산업 전체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왔다.

그렇게 가까스로 처리해냈는데, 그렇게 해서 생산한 분유 가공품 또한 문제였다. 가공은 했으되, 그 다음이 없었다. 시장은 좁았고, 판매는 더뎠으며, 손실은 불가피하게 쌓여갔다. 모든 부담을 유업체에 떠넘겨 버릴 수만은 없었다. 분유 가공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분에 대해 지원책을 긴급히 마련했고, 420여톤에 이르는 분유 가공품 처리에 힘을 보탤 수 있었다.

 

▲물량 배정 원칙과 집유 효율화

2025년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참여한 업체들에 대한 물량 배정 과정에서 진흥회는 낙농 생산의 안정과 소비 구조에 걸맞은 원유 사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도 참여 업체를 대상으로 명확한 원칙을 세워 지원을 시행했다.

우선 소비 감소 흐름을 반영해 음용유용 구매량 기준을 현실화했고, 이에 대응하는 음용유용 지원 한도물량 4만 톤을 배정했다.

지원의 핵심 원칙은 ‘제도이행의 충실도’였다. 제도에 참여한 업체들의 원칙 준수 여부를 엄정하게 반영하여 지원 물량을 조정했다. 진흥회·낙축협과의 계약량을 감량한 경우에는 감량분만큼 지원 가능량을 차감했고, 계약 후 실제 공급이 계약량에 미치지 못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차감하는 방식으로 형평성과 제도 신뢰를 확보하고자 했다.

아울러 원유 집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던 원거리 운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진흥회와 참여 업체 간 원유를 상호 교환하는 ‘집유효율화’ 제도도 시행했다. 그 결과 여기에 참여한 푸르밀, 비락, 연세유업은 평균 물류비용을 40%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

 

▲장밋빛 전망 속 구조적 어려움 여전

2025년 6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경제는 전년과 다른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 내년도 성장률도 최대 2.1%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농가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국제 사료 가격 역시 미국 등 주요 수출국의 생산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흐름이 곧바로 우리 낙농업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 구조에 뿌리내린 문제는 어느 한 정책이나 일시적 여건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높은 초기 비용으로 인한 신규 진입 장벽, 심화되는 노령화, 축산업 내에서는 높지만 그렇다해도 여전히 낮은 후계농 비율,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각종 민원까지—이 모든 요소가 우리 낙농가의 숨통을 점점 조이고 있다.

이러한 압박은 통계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난다. 2026년 낙농가 수는 약 4천100호로, 올해보다 4.9%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육두수 역시 감소세를 피하기 어려워 약 1% 줄어든 37만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원유 생산량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2026년 생산은 193만6천 톤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올해 195만3천 톤 대비 약 0.9% 감소한 수치다.

물론 이 전망에는 2025년과 유사한 기후 조건이 유지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만약 기후 여건이 더욱 악화되거나 올해와 같은 ‘분만 쏠림’ 현상이 재발할 경우 생산량의 추가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원유의 용도에 있다.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소비 심리가 살아나더라도 음용유 소비가 늘 것이라는 기대는 희망에 가깝다. 실제 전망 또한 냉혹하다. 2026년 음용유용 원유 사용량은 156만6천 톤으로 올해 158만8천 톤보다 1.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외식 경기 회복으로 치즈, 아이스크림, 농축유 등 가공유 소비 증가가 예상되지만, 음용유 중심 구조에 놓인 우리 낙농 현실에서 이러한 감소세는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위기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주요국과의 FTA 이행으로 관세가 철폐되며 수입 유제품의 진입 장벽은 크게 낮아졌다. 그 영향은 이미 소비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유제품 총소비는 증가하겠지만, 그 대부분을 외국산이 가져가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용도별차등가격제 시행 이후 어렵게 끌어올린 원유 자급률이 2026년엔 다시 약 1.5%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결국 이러한 흐름의 결과다.

 

▲제도 보완·데이터 기반화·집유효율화 확대

지난해의 경험을 토대로 새해에 우리가 가장 먼저 직면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용도별 원유의 효율적 활용과 그 범위의 확장을 통해 생산기반을 지키고, 계절과 시장의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수급체계를 마련하는 일, 그것이 핵심이다. 이 목표를 향해 추진될 계획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가공유용 원유의 안정적 공급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국산 가공유제품을 시장에 꾸준히 공급하려면 연중 일정한 규모의 원유가 가공용으로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원유 생산량이 줄어드는 하절기에는 음용유 수요가 오히려 증가해 가공유용으로 배분할 물량이 크게 부족해졌고, 이로 인해 유가공업체들은 국산 원유만으로는 연중 안정적인 가공유 확보가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절기에도 가공유 용도의 원유를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원유 공급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국산 가공유제품의 생산 기반 또한 한층 견고해질 것이다. 관련 규정 개정은 이미 추진 중이며, 그 실질적인 효과는 2026년 하절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로, 2026년에는 낙농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산업의 현재를 정확히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을 공고히 구축해 갈 것이다. 원유의 생산량, 제품의 수급, 유제품 수출입 등 주요 통계는 물론, 소비자 트렌드 같은 외부 데이터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고, 필요할 경우 전문기관 분석을 활용해 통계 체계를 정교화할 계획이다.

검정 데이터·이력관리 등 아직 미비한 데이터 분야는 관계기관과 협조해 기반부터 정비해 나가며, 향후 ‘낙농 빅데이터 센터’ 구축의 토대를 갖춰 나가는 것이다.

수집된 자료는 특정 기관에 대한 서비스에 머무르지 않고 낙농가를 비롯해 산업 전반의 모든 이해주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 등 시각 자료로 재구성해 정례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산업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원유 생산·사용량 예측 모델은 이미 2024년부터 구축을 진행해 왔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부터는 모델을 실제 운영 단계로 전환해 수급관리의 정확성과 대응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셋째는, 집유효율화 사업의 전국 확대다.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이미 그 효과와 필요성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는 사업을 보다 본격화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전국 유업체를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이어 단계별 검토와 실무 협의를 거쳐 구체적 추진체계를 확정할 것이다. 이러한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늦어도 새해 상반기에는 집유효율화의 전국적 확대를 현실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집유효율화는 단순한 물류 개선사업이 아니다. 지역과 업체에 따라 제각기 달리 움직이던 집유 흐름을 하나의 체계 속에 재편하는 과정이며, 나아가 우리 낙농이 ‘산업 전체의 최적화’를 향해 나아가는 첫 시작이 될 수 있다.

 

▲반전의 가능성과 미래를 위한 선택

국내산 원유는 오래전부터 세계 최고라 일컬어져 왔다. 맛도, 품질도, 그 어느 나라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 자부심의 그림자처럼 가격 또한 세계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지 오래다. 새해의 변화중에 하나는 시장의 문이 더 활짝 열린다는 것이고, 그 틈으로 불어들 외풍은 지금보다 훨씬 거세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산업 현실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 미풍이라도 스며들 만한 틈새조차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상황을 “언젠가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와 익숙한 관성으로 넘긴다면, 우리 낙농과 유가공 산업은 성장의 길보다는 쇠락에 가까운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외국산 유가공품이 넓게 차지한 영역을 국산이 되찾을 수 있다면, 품질과 가격을 모두 갖춘 국산 유가공품의 경쟁력은 분명 반전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국산의 품질은 이미 세계에 견줄 만하다. 여기에 가격의 경쟁력이 더해진다면, 길게 이어져 온 소비 침체의 장벽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길 것이다. 그 틈새로 반전의 빛이 번져 들어오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나 일회성 공약이 아니다.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이들이 묵묵히 쌓아 올리는 노력, 그리고 국산 원유의 자급률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려는 흔들림 없는 의지, 그 모든 것이 모여야만 이 위태로운 국면을 넘어설 힘이 된다.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낙농, 그 함께하는 낙농이 폭넓게 확산되는 희망찬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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