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도매시장 출하시 전국 돈가 영향…업계 해법 고민
롯데푸드(주)의 김천도축장 폐쇄 방침이 ‘위드 코로나’ 바람과 함께 오랜만에 활기를 띄고 있는 국내 양돈시장에 또 다른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
단기적이긴 하나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한 돼지들이 도매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 경북지역은 물론 국내 전체 양돈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루 1천500두 처리
롯데푸드(주)는 경영난 심화에 따른 모그룹 차원의 결정이라며 오는 12월31일을 끝으로 김천도축장의 육가공 및 도축사업을 중단방침을 이달 초 양돈농가들에게 통보했다.
경북지역 양돈농가 120개소에서 출하되는 하루 1천500여두의 돼지가 당장 갈곳을 잃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더구나 롯데푸드(주)의 도축장 폐쇄 방침과 함께 도축 인력누출이 본격화되며 당초 계획 보다 앞서 도축장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심각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롯데푸드(주)의 방침이 처음 알려졌을 때 만 해도 경북지역내 다른 도축장의 분산 수용이 가능할 뿐 만 아니라 다른 육가공업체도 김천도축장에서 가공작업을 해온 만큼 양돈농가들이 새로운 출하처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경북지역 도축장들의 수용능력이 월 20만두에 달하며 4만두 규모의 김천도축장이 폐쇄된다고 해도 16만두 수용이 가능, 롯데푸드(주) 출하농가를 포함해 13만두 수준으로 추정되는 경북지역 돼지출하량을 소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단순 계산이 그 배경이 됐다.
“돼지 갈곳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지역내 다른 도축장들은 인력부족, 부산물 등 판로 확보 등을 이유로 추가 물량 수용에 난색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령 도축이 가능하다고 해도 1차 가공과 판매를 담당할 새로운 육가공업체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양돈농가들의 정상적인 출하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롯데푸드(주)가 김천도축장 출하물량의 대부분을 육가공, 자체적인 판로를 통해 유통시켜 왔기 때문이다.
다른 육가공업체들 역시 갑작스런 취급 물량 확대는 힘들다는 입장.
경북의 한 양돈농가는 “현재 돼지 수급 상황이 원할치 않은 만큼 급한데로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는 농가들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뿐 만 아니라 그나마도 농가들이 불리한 상황에서 계약이 이뤄지다 보면 지급률을 포함한 각종 거래 조건에서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최악의 경우 도매시장으로 출하가 몰리며 전국 도매시장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롯데푸드의 김천 도축장 폐쇄 방침에 경북지역만이 아닌 국내 양돈산업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경북의 또 다른 양돈농가는 “워낙 급하다 보니 도매시장 출하 방안도 검토해 봤다”며 “법적으로 출하를 막을수는 없지만 상장과정에서 팔리지 않은 도체 처리는 출하농가의 몫이라는 게 도매시장측의 입장이었다”며 답답해 했다.
“도축장 폐쇄 유예돼야”
경북지역 양돈농가들은 지난 10월28일 대한한돈협회 주최로 서울 롯데그룹과 롯데푸드(주) 본사 앞에서 ‘한돈산업 사수?생존권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고 김천도축장 폐쇄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농가들은 경제성만을 내세워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 하는 대기업 횡포로 인해 수십년간 상생해온 양돈농가들이 하루아침에 출하처를 잃고, 지역경제 기반마저 무너지게 됐다며 롯데푸드의 이번 방침이 양돈농가들에 대한 ‘사망통보’ 라고 비난했다.
따라서 농가들의 출하처 변경이 완료될 때까지 2년간 도축장 폐쇄를 유예하거나, 부득이 김천도축장 폐쇄가 불가피할 경우 타기업 임대나 매각을 통해 경북 한돈산업의 기반 유지 및 지속적인 상생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푸드(주)는 이에대해 “기존 거래 농가의 수요처 확보를 우선적으로 고려, 농가 판로개척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도 “김천공장을 HMR/육가공 사업의 생산 거점으로 전환한다는 계획 아래 대규모 투자는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실상 수용 불가능 입장을 밝혔다.
이에따라 경북지역 양돈농가들이 김천도축장 앞에서 집단 시위를 예고하고 나서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양돈농가들의 우려도 높아만 가고 있다.
이달 1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대한한돈협회 손세희 회장 입장에선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받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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