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ASF 방역현장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ASF 전파 위험성을 높이는 악재가 발생하거나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이달 중순까지 이어졌던 폭우 피해 속 전파가능성이 부담스럽다.
수의전문가들은 폭우 피해지역의 유량과 유속을 감안할 때 야생멧돼지에서 배출된 ASF 바이러스가 빗물에 섞이더라도 대부분 희석, 양돈장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야생멧돼지의 ASF가 빈번한 지역의 상당수가 살처분과 수매도태 등으로 양돈장이 비어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돼지가 사육되고 있는 양돈장의 경우 폭우 피해 이후의 바이러스 전파요인 차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장 및 인근지역에 대한 피해 복구 과정에서 ASF 바이러스에 오염된 토사와 복구 인력에 의한 전파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폭우로 인해 파손된 광역울티리 점검과 보강도 시급하다.
한 수의전문가는 “기본적으로 광역울타리가 허술하거나 설치되지 않은 곳들이 적지 않다보니 이번 폭우 이전에도 야생멧돼지의 ASF가 뜷리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파손된 울타리에 대해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야생멧돼지가 적응하고 뚫을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내달 중순부터 농산물 수확시즌에 돌입한다는 사실은 방역당국과 농가들을 긴장케 하는 주요인이다. 야생멧돼지가 민가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을 뿐 만 아니라 농민들의 이동이 잦은 만큼 ASF 전파 위험성이 가장 높은 시기가 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더구나 민통선내에서만 ASF가 발생했던 지난해와는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는 게 수의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 시기를 넘어서도 안심할 수는 없다. 야생멧돼지의 2차 분만과 짝짓기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야생멧돼지는 봄에 한번 분만을 하게 되는데 새끼를 적게나는 개체들의 경우 바로 번식에 들어가 11월을 전후로 분만, 개체수가 증가할 뿐 만 아니라 또 다른 번식을 위한 수퇘지들의 이동도 빈번히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야생멧돼지 ASF 확인지역에도 수의전문가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모두 광역울타리내에서 확인되고 있다고는 하나 양돈장 밀집지역과 더 가까워졌거나 야생멧돼지 남하시 주요 경로로 이용될 위험성이 높은 태백산맥과의 거리도 더욱 좁혀졌다는 분석이다.
수의전문가들은 “야생멧돼지 ASF 차단을 위한 실효적 정책과 함께 양돈현장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