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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논단>손님의 맛, 주인의 맛, 그리고 축산물 안전

  • 등록 2019.11.20 11:35:11


윤 요 한 교수(숙명여자대학교)


현대 사회 삶의 속도가 빨라지고 복잡해지면서 요즘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외식을 더 많이 한다. 그렇다 보니 외식산업이 많이 발전하고 있고, 수요가 많으니 음식점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음식점 폐업률이 꽤 높은 것이 문제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음식점 폐업률(폐업자 대비 신규사업자의 비율)이 21.9%로 나타났다. 5곳 중 1곳은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다.
또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5년 이내에 폐업하는 음식점이 무려 81%에 달하여 음식점의 5년 생존율이 20%도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많은 음식점들이 폐업하는 가운데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아야 먹을 수 있는 일명 ‘대박집’이 있다. 이런 대박집들 중에서는 몇 대에 걸쳐 사업을 이어올 정도로 아주 오랫동안 장사가 잘 되는 경우들도 꽤 있다.
필자가 출장을 갈 때 이왕이면 그 지역의 대박집을 찾아가 음식을 먹어보곤 한다. 그리고 ‘왜 이 식당들은 성공할 수 있었을까?’ 분석한다. 결론적으로, 대박집들의 공통적인 성공요인은 친절도나 음식점의 위치보다는 ‘음식의 맛’ 이다.
이것을 보아 손님들은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을 원했고 이것이 음식점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식의 맛은 음식점의 주인이 결정한다. 이것은 폐업 음식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 두 그룹은 대박과 폐업으로 운명이 귀결되었을까?
우리는 여기에서 아주 기본적인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인이 식당을 운영하는 이유는 금전적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이고, 이 이윤은 손님으로부터 온다. 이 논리에 음식의 맛을 대입한 주인은 대박이 나는 것이고, 문제를 잘 못 풀어낸 주인은 폐업하게 되는 것이다.
즉, 대박집 주인들은 음식 맛의 결정을 손님이 원하는 쪽으로 하는 것이다. 손님이 생각하기에 맛이 있어야 이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아주 기본적인 원리이다.
그런데 어떠한 음식점을 가보면 주인이 원하는 맛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음식점의 주인은 음식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처럼 열을 내어 설명하고 차원이 다른 음식이라고 자부하지만 정작 손님들에게 음식이 맛이 없다. 이 주인은 음식점 운영의 기본을 잊은 사람이다. 이 주인도 다른 음식점에 가면 손님이 되는데 왜 이 기본을 잊어버리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규모가 큰 기업들도 이런 음식점들처럼 손님이 이윤을 만들어 주는 것은 같다. 다만 큰 기업들이 판매하는 식품들에 대해서 손님들이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축산물을 소비하는데 손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전 문제이다. 축산물 안전문제가 이슈가 될 때 다른 식품들에 비해 판매량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것을 보면 안전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학적 잔류물질은 없는지, 유해한 미생물은 없는지, 부패되지는 않았는지 등에 대해 불안해한다.
축산물 회사는 축산물을 구입하는 손님이 있어야 존재하고 재구매율이 높아야 그 사업이 영위된다. 따라서 대박 음식점들의 맛처럼 축산물의 안전 수준은 주인이 아닌 손님에게 맞춰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회사들은 축산물의 안전 수준을 손님이 아닌 회사의 수준에 맞추는 경우가 있다.
물론 ‘법에서 정하는 기준·규격을 지키고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 하겠지만 이러한 회사의 철학은 회사의 운영을 결국 어렵게 만들 것이다.
어떤 회사들은 축산물의 안전 수준에 대한 손님들의 요구도가 너무 까다롭다고 원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식당 주인이 손님에게 왜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어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
잠깐 돌아보면 그 축산물 회사들도 제품 생산을 위해 각종원료를 구매하는 손님이 되기도 한다. 본인들이 소비자 입장일 때의 생각과 태도를 살펴보면, 손님들의 원하는 축산물 안전 수준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축산물의 안전이 손님의 수준에 맞춰지지 않으면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을 만들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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