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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ASF 전문가가 말하는 ASF 방역…도드람양돈농협 정현규 박사

DMZ-민통선 엄연한 현실…장기화 대비해야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도 잇따라 바이러스가 확인되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ASF 전문가인 도드람양돈농협 정현규 박사를 통해 국내 발생 및 방역 현황을 짚어보고 향후 대책을 모색해 보았다.


사육돼지 발생국 1~2년내 종식 사례없어
한수 이남도 야생멧돼지 감축…실기 차단 
SOP, 구체적 실행 대책도 반드시 필요해
농가 ‘돈사 밖 모두 오염’ 간주해 방역
재입식 막연한 두려움보단 소독고민을


Q.  야생멧돼지 폐사체의 ASF, 어떤 의미일까
A. 예상됐던 일이다. 이미 DMZ와 민통선내에 광범위하게 폐사가 이뤄져 있을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 문제는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방역과 청정화가 매우 어려운 지역들이란 사실이다.
DMZ만 해도 그렇다. 정부 의지가 있다고 해도 북한의 협조가 없으면 효율적인 방역대책을 수행해 나갈 수 없지 않겠나. 민통선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워낙 광범위한 데다 지뢰밭까지 존재하는 등 폐사체 확인과 수거작업 조차 용이치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출입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가 다른 어떤 나라들 보다 ASF에 대응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들 지역의 ASF를 해결하지 않는 한 ASF의 근본적인 청정화는 기대할 수 없다. 집안에 도둑을 두고, 도둑을 맞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방치하기도 힘들다. 전파속도가 빠르지 않아 한쪽에서 지속적인 야생멧돼지 폐사가 진행되더라도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개체의 생산이나 유입이 이뤄지면서 순환감염이 끊이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치 못한다.


Q. 야생멧돼지에 대한 전파경로를 추정한다면
A. 민감하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이긴 하나 과학적으로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감염됐는지 밝혀내기 힘들 것이다.
북한이나 DMZ에서 중간매개체를 통해 민통선의 멧돼지 또는 농장으로 감염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심증만 가지고 접근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워낙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데다 한가지 추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를 화보하는데도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보니 원발농장이나 농장간 전파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결코 용이치 않아 보인다.
분명한 건 최근의 상황은 ‘확산’ 이라는 사실이다. 이동제한 지역에서 빠져나간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 독립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했는지 지금으로선 알수 없지만 이론적인 잠복기(최대 19일) 마저 넘어선 상태에서 2건 이상이 추가로 나왔기 때문이다.


Q. 예방살처분 범위에 대한 논란이 많다.
A. 케이스별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ASF 발생이 잇따른 강화와 김포, 파주에 대한 전지역 예방적 살처분 조치는 수의과학적인 시각으로도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천의 경우 정책적인 판단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 
‘거리’ 냐, ‘행정구역’ 이냐를 먼저 따지기 보다 지형적 특성, 생활권, 돈사 입지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방역대 설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Q. 현장방역, 짚어봐야 할 점은 없나
A. 지금 시점에선 파격적으로 무엇을 바꾼다는 생각보다 정부나 현장 모두 기존의 원칙부터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하나하나 점검해 보는 게 중요하다.
SOP만 해도 그렇다. 살처분 매몰작업을 보자. 가장 전파 위험성이 높은 만큼 작업 참여자들은 맨몸으로 들어갔다가 맨몸으로 나와야 한다. 휴대물품도 금물인데다 샤워도 가급적 그 자리에서 이뤄져야 할 정도다. 작업 당시 착용했던 옷과 신발은 모두 소각시켜야 하지만 살처분 작업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SNS에 돌아다니고 있는 것만 봐도 보완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힘들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한다.
SOP 뿐 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행방안도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방역공무원들의 현장업무도 가급적 최소화 하되 위생수칙 준수가 전제 돼야한다.
양돈현장도 세심히 들여다 봐야한다. 돈사로 들어갈 때 마다 신발을 갈아신고 있다지만 같은 발판위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방역수칙을 다 지킨 돈분장 작업자가 막상 사용한 기자재는 무심코 돈사내부로 반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정도면 되겠지” 라는 인식을 갖는 순간 재앙이 현실로 될 수 있다. 살처분 이후의 현장 방역관리도 결코 소홀히 하면 안된다.
특히 돈사 외부는 모두 오염됐다는 가정하에 각 농가마다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 모르는 지역 보다는 알고 있는 지역을 통해 ASF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사례가 많았던 전철을 우리는 밟지 말아야 한다.
발생지역에 대한 경험을 비발생지역과 공유, 만약의 발생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돼야 한다. 종식 이후 개선은 너무 늦다. 보완된 정책이나 방역방법은 바로 현실화하고 공유해야 한다. 이는 양돈농가들도 마찬가지다.


Q. 야생멧돼지 대책이라면
A. 먼저 DMZ와 민통선내 지역에 대해선 별도의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접경지역에 국한돼 있는 정부의 야생멧돼지 예찰과 개체수 조절 대책도 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더 많은 예산과 샘플 검사가 뒤따라야 한다.
세부적인 방법은 달리하더라도 나머지 지역까지 정밀예찰과 개체수 조절 대책이 확대돼야 한다.
일단 발생이 되고 나면 개체수 조절은 수배 더 어렵고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개체수 조절은 선제대응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뒷북 대책’은 안된다.
이를 위해 사육돼지와 야생멧돼지의 관리체계 일원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이원화된 체계는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 방역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야생멧돼지 서식지에 대한 소독대책도 시급하다. 야생멧돼지가 더욱 빈번히 민가에 내려오는 시기가 곧 다가온다. 더구나 기온까지 떨어지면 소독 효과 마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신뢰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인물이나 조직에서 야생멧돼지 질병관리대책을 리딩해야 한다.


Q. 큰 틀에서 지금의 방역정책은 어떤가
A.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나라 가운데 1~2년내에 청정화를 선언한 사례는 그 어디에도 없다. 성공사례로 알려진 체코나 벨기에의 경우 야생멧돼지에서만 발생했다.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 모두에서 ASF가 발생한 스페인의 경우 방목이 이뤄지는 이베리코 지역을 제외하고는 10년이 소요됐다. 이베리코 지역까지 포함할 경우 35년으로 늘어난다.
우리나라도 냉정한 시각에서 ASF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 조기종식은 누구나 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더구나 DMZ와 민통선이 존재하는 상황이기에 다른 어느나라 보다 불리한 여건이다. 조기종식만을 염두에 두다보면 무리한 방역대책이 나올 수 있고 오히려 종식기간이 더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힘들고 지쳐서 포기할 수도 있다.
장기전에 대비한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 국내 지형과 정치적 현실을 감안할 때 유럽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Q. 재입식까지 수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많은데
A. ASF와 구제역은 ‘폭탄’과 ‘수류탄’ 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두려움은 금물이다. ASF도 바이러스다. 까다로울 뿐이지 농장내외에 대한 철저한 소독을 통해 바이러스를 소멸시킬 수 있다.
비록 한편에서는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더라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재입식이 병행돼야 한다. 여건이 다르고 재감염이 발생한 경우도 적지 않지만 중국에서도 이미 재입식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교통사고 날까봐 운전을 못해서는 안되지 않나. 살처분 농장은 재입식을 위해 내농장의 방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다만 접경지역 발생농가에 대해서는 방역당국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정부와 해당 양돈농가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와 이를 가능케 하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Q. 정부와 양돈업계에 조언이 있으시다면
A. 농가 협조없이 방역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합리적 보상과 재입식 성공을 위한 지원도 충분히 필요하다. 아울러 어려울 때 일수록 서로 격려와 위로, 그리고 소통하는 양돈업계가 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ASF가 국내에서 확인된 이후 국내 양돈산업을 위해 생산자를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잔적이 없다. 방역 정책과 현장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은 더할 것이다. 귀가도 못한 채 고생하는 이들에게도 위로와 격려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