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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앤 뷰>위기의 양돈산업, 원인과 대책은

장기 호황에 안주…시장 변화 ‘둔감’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국내 양돈산업에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 이어 7~8월 돼지가격 마저도 당초 예상을 밑돌며 최근엔 양돈농가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지육 kg당 4천원대 유지도 힘겨운 모습이다.


국내산 텃밭 구이시장 위축 불구 활로 찾기 미흡
 단체급식·간편식 시장 수요, 값싼 수입육 장악
‘생산만하면 팔리는 시대’ 지속…변화 대응 소홀
 경직화 탈피…산업 재편 수준 중장기대책 절실


# 중국발 변수 한가닥 기대
그동안 공식처럼 여겨져온 양돈시장의 ‘룰’이 깨지고 있다고는 하나 계절적 수급 상황을 감안할 때 돼지가격의 ‘상고하저’ 라는 큰 물줄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
이대로라면 추석을 전후로 더 큰 폭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근래들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하게 됐다. 물론 변수도 있다.
ASF가 발생한 중국이 국제 돼지고기 시장의 블랙홀로 작용하며 국내 양돈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당분간 전혀 다른 시장 흐름이 전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
하지만 자력으로는 지금의 기조를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예고된 불황
양돈업계에서는 “시장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과 함께 “시간 문제였을 뿐 예고된 불황”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요와 공급 모든 면에서 국내 양돈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기본 바탕에 깔려있기에 기존의 불황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혼밥족’ 으로 대변되는 소가구화, ‘편리함’ 이 강조되는 시대적 추세는 돼지고기 시장의 영원한 트렌드일 것만 같았던 구이문화의 쇠퇴를 불러오고 있다. 이는 곧 가정과 외식시장을 막론하고 냉장과 냉동육의 차이가 비교적 확연히 드러나는 구이수요 대부분을 충당해온 국내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삼겹살 불패’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다는 육가공업계의 분석은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 빈자리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간편식이 메워가고 있지만 가격과 공급의 안정성이 원료육 선택의 핵심기준이 되고 있는 이 시장에서 국내산 돼지고기의 존재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돼지고기 시장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단체급식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 국내 사육돼지의 30%가 살처분, 심각한 공급부족에 따른 ‘금삽겹살’ 논란과 함께 돼지고기 수입이 급증하는 배경이 됐던 2011년 안동발 구제역 사태, 스페인산 이베리코 광풍은 수입 돼지고기의 이미지를 바꿔놓으며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산 돼지고기의 텃밭이 돼온 가정용 시장까지 수입돼지고기의 침투가 본격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엔 수입쇠고기까지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돼지고기 소비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각종 대형 호재들의 연이은 출현은 돼지가격의 고공행진과 함께 국내 양돈산업은 호황을 가능케 하기도 했다. 


#  간절함 없었다
양돈계열화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내산 돼지고기 유통과 가공업계 뿐 만 아니라 농가들도 시장의 변화를 감지해 왔을 것”이라며 “다만 오랜 호황 속에 저마다 시장변화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대응한다고 해도 절박함이 결여됐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생산만 하면 팔리는 시대’가 지속되다 보니 양돈현장에서는 품질과 생산비 절감을 통한 경쟁력 제고 보다는 사육두수 확대에 치중한데다 관련기업들 역시 경고음을 내는 수준에 그치며 신제품 개발 등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에 소홀히 해왔다는 것이다. 이는 곧 별다른 저항없이 수입육이 단체급식과 간편식 시장을 장악하는 한편 구이용 시장에서도 ‘세’ 를 확장할 수 있었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  악재가 한꺼번에
그 여파는 지난해 하반기 부터 본격화되고있다.
광우병 파동과 고병원성 AI, 일본원전사태에 따른 수산물 소비감소, 캠핑붐, ‘저탄고지’ 에 대한 사회적 관심 등 그동안 돼지고기 시장을 지탱해온 각종 호재의 약발이 다해가는 상황에 경기침체와 함께 미투운동, 주 52시간 근무제, 윤창호법 등 회식문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한꺼번에 겹치며 좀처럼 넘어서기 힘든 ‘소비절벽’ 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축산물 가운데서도 유독 돼지고기 소비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이유다. 더구나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생산인구의 감소추세는 돼지고기를 비롯한 1인당 육류소비량 증가가 이뤄진다고 해도 절대적인 소비량의 정체 또는 감소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마저 불투명한 실정이다.
반면, 늘어날 대로 늘어난 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중국의 ASF 발생에 따른 글로벌 돼지고기 가격 상승 전망속에 단기차익을 겨냥한 수입돼지고기의 가수요와 맞물려 극심한 공급과잉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결국 장기간의 호황이 국내 양돈산업의 경직화를 가져오며, 최근의 위기를 불러온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  산업 유연성 절실
전문가들은 불황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단기대책과 함께 생산에서부터 도축, 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국내 양돈사업 전반에 걸친 재편수준의 중장기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시장의 변화가 신속히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통한 산업의 유연성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양돈산업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 대내외적 산업환경 및 시장의 객관적인 분석 없는 섣부른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철저히 개량한 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제시하고 각 부문은 이를 토대로 대응에 나서되, 정부가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의 완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향후 양돈업계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