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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110. 실패한 협동조합들은 왜 망했나?

수익 무시한 경영으로 회생의 ‘골든타임’마저 실기
협동조합 경영, 자칫 절차 오류에 함몰 우려

  • 등록 2019.07.24 10:15:26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전 세계에는 수많은 협동조합들이 탄생했다. 성공한 협동조합도 많지만 실패한 곳도 많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실패했을까. 아주 성공적인 조합으로 평가받던 조합이 천천히 침몰해간 이유는 무엇인가. 때론 급작스럽게 침몰했는데 왜 그랬을까. 결코 망할 것 같지 않았던 협동조합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까닭은 무엇이란 말인가.


▶ 이유를 든다면 무엇보다 ‘협동조합도 경영체’라는 엄연한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출자를 하고 조직을 갖추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설립된다. 그러므로 사업의 내용을 보면 농축협의 경우 영농이나 양축에 필요한 자재 즉 비료, 농약, 사료, 기자재 등을 공동구매하는 구매사업, 생산한 농축산물을 가공하고 팔아주는 가공판매사업, 조합원 생산을 지원해주는 지도사업, 조합원이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주는 금융사업 그리고 조합의 경영관리에 관한 업무로 나눌 수 있다. 조합의 의사결정을 위해서 이사회를 두고 사업집행은 조합장과 임직원들이 담당한다. 업무를 감독하는 기능은 감사가 수행한다. 체제상으로 보면 나무랄 데가 없어 보이는 완벽한 조직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경영이다.


▶ 조합의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은 조합의 경영을 책임지고 선량한 관리를 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그러므로 일차적인 경영책임은 그들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협동조합을 경영함에 있어 절차의 오류에 함몰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분명히 경영상 문제가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의결, 대의원회 의결, 총회 의결을 받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업을 집행하는 사례가 많다는 말이다. 의사결정기관의 의결을 거쳐서 시행하는 것이 분명히 합당한 절차인 것은 맞지만 의결한 사안이 조합을 망치는 일이라면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일부 조합에서는 이사회의 의결만 받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는 예를 많이 보아왔다. 그런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도록 개입, 조장, 방치한 경우 집행임원들은 책임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실제로 그릇된 의사결정으로 경영에 실패하여 문을 닫은 조합들을 소개하여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한다.


▶ 축협중앙회가 농협중앙회와 통합할 때 전국의 축협은 195개소(지역축협 147, 업종축협 48개소)였다. 2018년말 현재 축협의 숫자는 139개소(지역축협 116, 업종축협 23개소)이다. 2000년 통합이후 56개소(지역축협 31, 업종축협 25개소)가 합병, 청산 등의 절차를 거쳐 문을 닫았다. 주된 이유는 경영부실이다.


▶ 충북지역을 관할 구역으로 하는 낙농조합으로 ‘청주우유협동조합’이 있었다. 업종조합으로서 도청소재지인 청주에 자리를 잡고 우유가공장도 운영하는 꽤 건실한 조합의 하나였다. 문제의 발단은 원유(原乳)의 과잉생산이었다. 경기침체로 우유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우유생산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생산을 늘린 조합원도 있었다. 조합원의 원유를 전량 구매할 수밖에 없는 조합은 생산된 우유를 모두 수집했다. 시유, 요구르트 등 유제품의 판매물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집유량은 넘치므로 결국 남는 원유를 분유로 만들어 저장하다 보니 분유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자금이 부족하다보니 고객이 맡긴 예금을 끌어다 썼다. 직원들의 봉급도 예금으로 줬다. 고객의 예금은 이자를 주어야 하므로 잘 운용하지 않으면 그 또한 적자요인이다.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적자가 불어나고 예금의 유동성 부족문제가 발생하여 당시 축협중앙회의 경영관리조합으로 지정되고 관리역이 파견되어 회생대책을 강구했으나 경영정상화에 실패, 우유공장은 서주우유로 매각됐고 예금업무는 청주축협으로 이관되었다. 당시에 전 조합원이 원유생산을 감축하고, 집유량(集乳量)을 소비량에 맞추었다면 조합원에게 지급되는 원유대금도 줄일 수 있었고, 분유를 만들지 않아도 됐고, 적자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경영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노조는 직원들의 급여감축에 동의해야만 했었다. 수익을 무시한 경영으로 건실한 조합이 없어진 사례다. 이후 2004년도에 충북낙농협동조합이 다시 설립되었고, 크게 성장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육계조합으로 전북양계조힙과 충북양계조합이 있었는데 이들 또한 경영의 실패로 망했다. 전북양계조합은 전북 김제에 도계가공공장을 가지고 있던 계열화된 육계전문조합이다. 충북양계조합은 충북 충주에 위치한 두 번째 육계전문조합으로서 도계가공장이 없는 구매조합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두 조합의 경영부실은 조합원이 생산한 육계를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하고, 유통량보다 과도하게 구매함으로써 재고가 늘어난데 원인이 있었다. 자금의 유동성부족과 경영손실의 누적으로 부실화된 조합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경영의 기본을 무시하고 협동조합의 원칙조차 무시한 경영이었다. 시가보다 비싸게 구매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었다. 당시 이유를 규명해보니 조합원들의 요구에 의해 이사회에서 의결한 대로 따랐다는 것이다. 조합장은 어떻게든 이사회에서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이를 부결시켰어야 했었다. 이 두 조합은 조합원들의 생산을 감축하여 고통을 분담하고 구매가격은 시장가격으로 해야 했었다. 자금이 부족하면 조합원들의 출자를 늘리고 긴축 경영을 해야만 했었다. 경영이 어려우니 임원은 임금반납 등 솔선수범을 보이고 노조와 합의하여 직원들의 급여도 감축하는 등 비상경영대책을 시행해야만 했었다. 두 조합 모두 육계전문조합으로서 건실하게 성장하다가 경영실패로 문을 닫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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