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발원지 알 수 없는 거짓소문 확산…공포감 반영
음모론까지 가세…시장동요·국민불신 부를 수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는데, 알고 계세요?”
경기도에서 양돈을 하고 있는 A씨는 며칠전 친목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급히 길가에 차량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스피커폰을 통해 들려온 이야기가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충남 OO에서 ASF가 발생했지만 농장주가 죽은 돼지와 함께 해당돈사를 태우고 마치 화재가 난 것처럼 꾸몄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평소 호형호제할 정도로 스스럼 없이 지내는 식육 유통업계의 지인이 소식을 전하면서 사실로 믿는 듯 했다. 그러다보니 나 자신도 ‘혹시’ 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전화해 사실을 확인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발원지를 알수 없는 ‘ASF 괴담’ 들이 떠돌고 있다.
저마다 지역만 다를 뿐 국내 양돈장에서도 ASF가 발생, 돼지 폐사가 적지 않았지만 농장주가 신고를 피한 채 숨기고 넘어가고 있다는 골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괴담들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이달 2일 현재 방역당국에 접수된 의심 신고 조차 한건 없다.
괴담에 언급된 해당지역 지자체나 농가들 역시 한결같이 “몇군데서 확인전화를 받았지만 지역내에서는 비슷한 소문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더구나 충남 OO지역에서는 최근 돈사 화재도 전무한 상황.
전문가들은 “일단 ASF가 발생한 농장이라면 돼지 폐사가 많아 숨기기 힘들 것이다. 설령 농장주 의지가 있다고 해도 외부와 담을 쌓고 살지 않는 이상 곧 세상에 알려지고 말 것”이라면서 ”우리 턱밑까지 다가온 ASF에 대한 공포감이 근거 없는 각종 괴담을 양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하고 있다.
일개 돼지질병 수준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사안일 뿐 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그 위험성과 사회전반에 걸쳐 미칠 파장을 감안,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챙기고 나설 정도다 보니 첫 발생농장이 안게 될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괴담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ASF 괴담이 가져올 부작용은 여느 연예계 스캔들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중국발 ASF 사태 소식만으로도 가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국내 수입돈육 시장을 비롯한 전체 식육시장의 큰 혼란을 유발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정부는 물론 양돈업계에 대한 국민 불신을 가중, ASF방역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유관기업의 직접 피해 가능성도 배제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미 ASF 수혜주의 가격 상승을 겨냥해 일부 주식 브로커들이 괴담을 양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 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법무법인 수호의 이형찬 변호사는 “허위사실 유포는 명예훼손이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은 ASF 관련 정보나 괴담이 많이 돌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때 일수록 양돈현장에서는 흔들리지 않은 방역태세와 함께 만약의 의심증상 발견시 즉각 신고하는 체계를 보다 굳건히 하는 노력만이 그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