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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시장 ‘룰’도 깨지는 마당에…뜬구름 잡는 한돈업계

‘삼겹살 불패’ 옛말…돈가 계절지수 어긋나 혼선
예견된 시장변화 대응미흡…소비절벽 충격 더해
객관적 시장분석 마저 부재…실효적 처방전 기대난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국내 대형 육가공업체의 한 임원인 A씨는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단 적자경영이 불가피한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
회사의 한 해 살림과 경영전략을 책임지고 있다는 A씨는 “올해 시장 전망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다. 경영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한치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보니 그마저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삼겹살만 해도 그렇다. 작년까지만 해도 실제 판매량이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차이가 크지 않았던 데다 냉동재고로 돌린다고 해도 그 소진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올해는 재고비율도 높고, 언제 소진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하소연 했다.


연중 최고가 시기?
국내산 돼지고기 시장에서 통용되어온 ‘룰’이 깨지고 있다.
돼지가격만 해도 그렇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돼지도체등급판정물량은 전월보다 6천951두가 줄어든 146만8천846두였다. 이 가운데 5만5천758두(제주, 등외제외)가 도매시장에 출하되며 역시 전월(5만6천994두) 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5월의 전국 도매시장 평균가격은 지육 kg당 4천159원에 머물며 전월에 비해 오히려 211원 하락했다.
도매시장 공급물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온 그간의 돼지가격 형성추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면서 “소폭이라도 최소한 전월 보다는 오를 것”이라던 양돈업계의 전망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연중 최고 가격이 형성되는 시기인데다 출하물량이 줄어들면서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기대 수준 만큼 오를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소규모 육가공업체들 사이에서는 “6월이라고 해도 돼지가격이 4천500원을 넘으면 작업이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에 따라 올해는 전통적인 돈가의 ‘계절지수’ 마저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며 양돈업계의 혼란은 깊어만 가고 있다.
게다가 돈두와 족발시장도 수입에 의한 시장잠식이 가속화되면서 이 부위 만큼은 ‘재고란  없다’ 는 국내 양돈업계의 자신감이 어느새 과거의 이야기가 돼 버렸다. 


미래시장은 수입육 전유물
이같은 현상은 극심한 소비부진이 근본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문제는 돼지고기 소비부진의 원인을 말할 때 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는 경기침체 속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상승의 여파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 유통전문가는 “그동안 광우병 파동과 고병원성 AI, 그리고 일본 원전사태 등이 다른 축수산물의 대체육으로서 돼지고기 소비를 뒷받침해 왔다. 이는 곧 돼지가격의 고공행진과 사육두수 증가가 매년 반복되며 국내 양돈산업이 오랜기간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이 됐다”며 “이러한 소비요인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들이었다. 하지만 국내 양돈업계는 이를 간과한 채 돼지고기 소비가 최소한 전년수준은 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공급을 중심으로 시장전망과 대응책을 마련하다 보니 혼란이 더 큰 것 같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올해와 같은 돼지가격 하락과 시장의 충격은 이미 예견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출산율 저하 및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소비트렌드의 변화속에서 우리 국민들의 국내산 돼지고기 총 소비량 자체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시장구조를 감안할 때 기존에 적용돼 왔던 한돈시장의 ‘룰’이 깨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는 게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원산지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는 국내 양돈업계로선 가장 큰 위협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보니 외식, 단체급식 시장 뿐 만 아니라 최근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시장까지 별다른 장애물 없이 수입육의 전유물화가 이뤄지고 있다. 한마디로 미래의 주력시장은 모두 수입육에 내주고 있는 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중국발 ASF 효과만 관심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양돈업계는 뚜렷한 대안을 마련치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양돈현장의 관심은 중국발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에 따른 기대효과가 국내 돼지가격에 미칠 영향과 시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모습이다. 당장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육가공업계도 크게 다를 건 없다.
특히 국내 돼지고기 시장의 오늘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내일의 모습에 대해 냉정한 시각으로 전망하는 조사나 연구가 부재할 뿐 만 아니라 관련 계획도 없는 현실은 국내 양돈업계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막상 대책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뤄진다고 해도 현실적인 처방전은 기대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사람들이 돼지가격이 떨어지면 응당 수입육을 이용하던 수요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수입육과 비교할 때 ‘국내산’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리 있겠느냐”며 “계량화된 지표 없이 막연히 ‘소비가 문제’라는 식의 접근방법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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