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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36. 쇠고기 무역전쟁의 현장에 서다 (3)

파견기간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 휴일 엄두조차 못 냈지만
국가 차원 높은 행정업무 접할 수 있었던 기회

  • 등록 2018.09.19 10:08:28


(전 농협대학교 총장)


▶ 농림부 축산국에 파견 나가서 일하는 동안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먼저 중앙정부 관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축협중앙회, 지역축협, 협회, 학계 등과의 소통과 의견수렴 그리고 관련부처인 외무부, 산업자원부와의 업무협의, 내부대책회의와 토론, 국회와의 협상업무 협의, 수없이 발생하는 자료의 번역과 정리, 회의자료 작성 등 업무량이 상상을 초월했다. 매일 반복되는 야근으로 피로가 누적되었고 휴일은 아예 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내게는 무엇보다 국가 차원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차원 높은 행정업무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쇠고기협상이 본격화되면서 대가축과에 있던 통상업무가 축산정책과(과장 신순우)로 이관되었다. 축정과에는 쇠고기 통상업무를 전담하는 통상계가 설치되었고, 소만호 사무관이 새로 부임했다. 소만호 사무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부에 배치된 능력 있는 공무원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그는 후에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다. 농림부에 파견 나가 있으면서 쇠고기 통상업무를 도왔던 것은 내게 큰 경험이었고, 또 농림부 직원들과도 친분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 미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정부에 청원사실을 통보해온 뒤, USTR의 조사절차에 따라 청원내용의 사실여부를 가리기 위한 각종 자료와 한국정부의 입장에 대한 자료 등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쇠고기수입이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설명하고 미국정부의 이해를 촉구했다. 즉, 소 값 파동으로 인한 한우산업 붕괴, 농촌경제의 어려움 등에 관해 각종 자료를 제시했다. 그러나 USTR은 우리나라의 주장이 합당하지 않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쇠고기 수입재개 압력을 강하게 행사했다.


▶ 정부는 88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우방이면서 스포츠강국인 미국의 강한 입장을 무시할 수도 없는 외교적 현실에서 크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할 것과 농민단체인 축협중앙회가 단독 수입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민간무역업체가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도록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축협중앙회는 축산농가들로 구성된 생산자단체이므로 국내 한우산업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수입을 규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정한 무역을 침해한다는 주장이었다.


▶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국내의 수급상황을 고려해 국내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입을 검토하겠다는 것과, GATT협정에서 허용하는 국영무역체제(State Trading System)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양국은 수차례 협상을 통해서 쇠고기 국영무역을 수행할 기구인 축산물유통사업단(LPMO: Livestock Products Marketing Organization)을 설립하여 쇠고기수입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해서 축협중앙회의 쇠고기수입권한은 신설된 축산물유통사업단으로 이관되었다. 또 수입쇠고기의 수입가격과 국내산 쇠고기가격의 차액 즉 판매차액은 부가금(mark-up)으로서 축산발전기금에 편입되었다. 축산물유통사업단(LPMO)은 1988년 7월 29일 재단법인으로 설립되었다.


미국의 GATT 제소와 패널설치
미국은 GATT 제소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1988년 2월 19~20일과 3월 21일 두 차례에 걸쳐 스위스 제네바 GATT본부에서 한·미 양자협상을 가졌다. 양국이 합의에 실패하자 3월 28일 미국 USTR은 미통상법 301조에 의한 조사개시를 결정하는 한편 한국의 수입금지조치에 대하여 GATT에 제소하고 쇠고기패널 설치를 요구했다. 한국 역사상 최초로 GATT에 피소되는 사례가 되었다.
   GATT 이사회는 쇠고기 분쟁해결을 위한 패널(Dispute Settlement Panel) 설치를 승인하여 5월 4일 한·미, 한·호주간 GATT 쇠고기패널이, 9월 22일에는 한·뉴질랜드간 패널이 설치되었다. 당사국인 세 나라 이외에도 캐나다, EC, 우루과이 등 이해당사국도 각각 패널에서 자국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았다. 당시 패널 구성을 보면, 의장에는 전임 주제네바 싱가폴 대사 Mr. Tai Soo Chew, 위원에는 주제네바 홍콩참사관 Ms. Yvonne Choi와 주제네바 폴란드참사관 Mr. Piott Freyberg가 선임되었다.


제1차 패널회의 (1988. 11. 28. 제네바 GATT 사무국)
제1차 GATT 쇠고기패널회의 일정이 잡히고 국내에서는 농림수산부, 외무부 등 관련 부처가 대책회의를 열고 협상 방안을 밤새워가며 논의했다. 제1차 쇠고기 패널회의 대표단은 한국 측에서 선준영 외무부 통상국장과 이영래 농림수산부 축산국장을 공동대표로 하여, 소만호 통상계장과 필자가, 그리고 경제기획원, 주제네바 대표부, 통상담당관들도 참여했으며 자문역으로 허신행 축산물유통사업단 이사, 강춘성 농업기술자협회장, 정달영 충주축협조합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은 USTR의 Mr. Warren H. Maruyama를 수석대표로 하여 USTR 담당관, 미농무부 담당관, 제네바 대표부 농무관과 법률자문관 등이 참여했다.
첫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미국대표단은 한국 대표단에 생산자대표 등 민간인이 포함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제외를 요구했으나 GATT 사무국은 정부대표단 선정은 해당 정부의 고유권한임을 인정하고 한국의 입장을 옹호하여 패널에 참석할 수 있었다. 제1차 패널회의에서 양국이 주장한 내용을 보면 무역전쟁의 현장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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