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대한민국 한우산업은 건강한가. 건강한 한우산업을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 한우산업은 쇠고기 수입개방 후 고급화 전략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20두 미만의 부업규모 농가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한우농가비율은 100두 이상 전업규모 농가 중심으로 개편됐고, 거세고급육 사양관리를 통해 1등급 이상, 고급육 출현율이 60%를 상회하고 있다. 농가들에게 거세를 권장하며 정부에서 장려금을 지급하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농가의 의식구조는 물론 산업의 형태 또한 몰라보게 달라졌다. 광우병 발생으로 중단됐던 미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되는 과정에서 얻어낸 쇠고기이력제와 음식점원산지표시제는 수입쇠고기와는 차별화된 한우의 품질이 더욱 돋보이는 결과를 낳았고, 농가들 사이에서 ‘등급이 곧 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빠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물론 한우가 가진 우수한 고기소로서의 유전적 능력이 이 같은 성장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가 한우산업에 긍정적 영향만을 미친 것은 아니다. 한우농가들은 규모화, 고급육 위주 사양관리로 과도한 투자부담과 높은 생산비를 강요받고 있으며, 농가수 또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며 20만호를 넘던 것이 불과 몇 년 사이 10만 호 아래로 내려앉았다. 농가들은 사육규모 확대를 위해 빚을 내 땅을 사 대형축사를 짓고, 생산비 절감을 목적으로 값비싼 조사료 장비를 또 빚을 얻어 구매한다. 보기에는 번듯할지 모르지만 농가 대다수가 높은 부채비율로 경영구조가 취약해졌다. 생산현장에서는 한우농가 중 빚 몇 억원씩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부업형태 농가들의 감소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았다. 우량한 송아지의 공급기지 역할을 하던 번식농가의 폐업 및 규모화로 최근 몇 년간 가축시장의 송아지가격은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송아지 가격이 높다는 것은 결국 한우의 생산비가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정밀한 관리가 필수인 암소와 송아지는 규모화로 인해 예전만 못한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사육현장의 빠른 규모화와 고급화가 정답으로 여겨지던 시대가 가고 축산에 있어서도 디테일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규모와 소규모가 공존하고, 전업농가와 부업농가가 함께 상생하는 시대를 말하는 것이다. 그 동안의 노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갈수록 강해지는 수입개방의 압박에서 한우산업이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 앞으로는 작지만 정밀한 관리를 통해 경쟁력을 가진 농가와 규모화를 통해 한우산업의 볼륨을 키우는 대규모 농가가 조화롭게 서로를 지켜주는 건강한 체질로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