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가 ASF 살처분 양돈농가의 재입식을 위한 위험도 평가기준안을 약 두달전에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축질병 방역분야의 최고 싱크탱크이면서,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기도 한 검역본부가 마련한 것인 만큼 위험도평가기준의 기술적 검토가 이미 완료돼 있음에도 불구, 정무적 판단에 의해 그 기준이 일부 수정되고 그나마도 외부 공개가 미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 그러자 양돈업계가 사전 협의 후 재입식 기준 확정을 거듭 요구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검역본부는 지난해 12월19일 ASF 발생지역의 위험도 평가기준안을 농림축산식품부에 공식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가 재입식 일정을 밝히지 않을 경우 농가 독자적 판단에 따라 재입식을 강행하겠다’ 는 ASF 발생지역 농가들의 최후 통첩 시한(1월31일)을 훌쩍 넘긴 이달 4일까지도 농식품부는 별다른 언급 조차 없이 위험도평가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초 발표하겠다던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한돈협회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위험도평가기준안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검역본부측은 ‘비공개 내용’이라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돈협회는 이에 따라 ASF방역과정에서 희생한 농가들의 조속하고 안전한 재입식 추진을 위해 이해당사자인 농가는 물론 생산자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재입식 기준을 결정해 줄 것을 또 다시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가 공개하게 될 위험도평가기준과 비교 검토를 위해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프로그램을 적용, 민간주도하에 국내 양돈장 방역수준을 평가하는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한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계획까지 마련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6면 정부와 한돈협회의 기준에 따라서는 갈등과 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한돈협회의 한 임원은 “양돈업계 입장에서도 강력한 방역대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철저히 과학적이고 누구나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고, 그 기준에 따라 예측가능한 방역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무적 판단에 의한 정부의 일방통행식 방역정책은 수용할 수 없다. 이러한 원칙에 대해서는 전국의 양돈농가 그 어느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한돈협회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