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전우중 기자]
겉으로 보기에는 벌통이 조용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9~10월의 벌통은 꿀벌들에게 사실상 겨울을 준비하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봄과 여름 내내 꿀과 화분을 모으고 새끼를 길러왔던 꿀벌들의 생활도 달라진다. 이제 벌통의 목표는 더 이상 꿀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강한 벌무리(봉군)를 만들어 다가올 겨울을 넘기는 것이다.
■ 여왕벌 산란량 줄고 ‘겨울나기 꿀벌’ 생산
9~10월 벌통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변화는 여왕벌의 산란이다. 여왕벌은 산란을 이어가지만 봄·여름에 비해 산란량은 점차 줄어든다. 대신 이 시기에 태어나는 일벌들은 겨울철 벌무리를 유지하고 이듬해 봄을 준비하는 핵심 세대가 된다.
따라서 산란량뿐 아니라 산란·봉충 상태와 어린 벌의 발생 상황, 벌무리 세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
■ 벌통은 ‘생산 공간’에서 ‘월동 공간’으로
일벌들의 활동도 겨울나기(월동) 준비에 맞춰 달라진다. 외부에서는 꿀과 화분을 들여오고, 벌통 안에서는 저장 먹이를 정리하면서 육아 공간과 저장 공간을 조절한다. 벌통 내부가 점차 ‘생산 공간’에서 ‘월동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특히 외부 밀원이 줄어드는 시기인 만큼 월동에 필요한 먹이가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 먹이 부족은 산란과 육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겨울나기 꿀벌 노리는 최대 복병 ‘꿀벌응애’
9~10월에는 꿀벌응애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응애는 꿀벌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벌무리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각종 바이러스와 연관돼 겨울나기 꿀벌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지금 만들어지는 겨울나기 꿀벌이 응애 피해를 입으면 겨울철 벌무리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벌무리의 외형적인 세력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응애 발생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한 방제를 적기에 실시해야 한다.
■ 응애와 함께 바이러스도 살펴야 한다.
꿀벌응애 문제는 단순한 기생충 피해로만 볼 수 없다. 응애 피해가 심한 벌무리에서는 바이러스성 질병이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날개불구바이러스 등은 어린 벌의 정상적인 발육을 방해하고, 벌무리 세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결국 가을철 관리의 핵심은 응애의 유무를 넘어 건강한 겨울나기 꿀벌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 기후변화가 벌통의 계절까지 흔든다.
기후변화도 벌통 안의 질서를 흔드는 변수다.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꿀벌의 활동 시기와 꿀샘식물 꽃 개화 시기가 달라지고 채밀 환경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가을철 기온이 높게 유지되면 활동과 산란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고, 갑작스러운 저온이나 큰 일교차는 겨울나기(월동) 준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달력만 보고 관리하기보다 산란·봉충 상태, 먹이 저장량, 벌무리 세력, 질병·해충 발생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 강한 벌무리는 초가을에 만들어진다.
9~10월의 벌통은 단순히 꿀을 저장하는 공간이 아니다. 여왕벌은 산란량을 조절하고, 일벌은 월동 먹이를 준비하며, 어린 벌들은 겨울을 견딜 새로운 세대로 성장한다.
동시에 벌통 안에서는 응애와 바이러스가, 벌통 밖에서는 말벌이 벌무리의 생존을 위협한다.
양봉농가에게 9~10월 꿀벌 관리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만들어지는 겨울나기 꿀벌의 수와 건강 상태, 벌무리 세력이 몇 달 뒤 겨울을 견딜 수 있는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결국 강한 벌무리는 겨울이 닥친 뒤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9~10월의 벌통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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