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국내 축산업의 생산기반을 미래형으로 재편하기 위한 움직임이 정부와 국회에서 동시에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방역과 환경, 생산을 함께 고려한 가칭 ‘국가 전략축산지구’ 조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축산지구의 건폐율·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가축사육제한구역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단순히 축사를 더 짓기 위한 규제 완화를 넘어 흩어져 있는 축산시설을 계획적으로 배치하고 스마트화해 생산성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풀겠다는 방향이다.
정부, 생산·환경·방역 통합 ‘국가전략축산지구’ 검토
국회, 건축·입지 규제 완화 입법 추진으로 뒷받침
노후·산재 축사 옮겨 한데 모아…시설 현대화 촉진
과도한 사육 제한, 현대화 걸림돌
축산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생산기반 확보다.
축산물 소비와 안정적인 공급 필요성은 여전하지만 신규 축사 진입은 물론 기존 농가의 시설 확대와 현대화조차 쉽지 않은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가 가축사육제한구역이다. 현행 가축분뇨법은 주민 생활환경과 상수원 수질 보호 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가축사육제한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축종별 가축사육 제한거리 권고안을 제시했지만 실제 제한거리는 지자체가 조례로 결정한다. 이에 따라 지역별 규제 수준에 차이가 크고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거리가 과도하게 확대돼 축산시설의 신·증축이나 이전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축산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 문제를 향후 축산 생산기반 유지와 직결된 과제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이재식 축산정책관은 “축산물 소비는 늘어나는 반면 공급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며 “필요한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기반을 어떻게 유지하고 확충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축산 가능 지역, 계획적 생산 기반 조성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방향은 모든 가축사육 규제를 일률적으로 푸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환경과 주민 생활 보호라는 규제의 목적은 유지하되 지역별로 지나치게 확대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축산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에는 오히려 현대화된 생산기반을 계획적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산란계 사육밀도 기준 강화는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년 9월부터 산란계 사육밀도 기준이 마리당 0.05㎡에서 0.075㎡로 확대됨에 따라 상당수 농가가 기존 사육마릿수를 유지하기 위해 축사 증·개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사육마릿수가 늘어나지 않는 시설 증·개축조차 일부 지역에서는 가축사육제한구역 관련 조례 등에 가로막히는 실정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가축사육제한구역에 일정한 원칙이나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 등을 관계부처 및 지방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검토되는 것이 가칭 ‘국가 전략축산지구’다.
방역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선정해 축산 생산시설을 계획적으로 조성하고 가축분뇨 처리와 냄새 저감시설, 스마트축산 기술 등을 함께 구축하는 미래형 축산단지 개념이다. 축사가 개별적으로 흩어져 입지한 뒤 환경과 방역 문제를 사후 관리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입지 단계부터 생산·환경·방역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건폐율·용적률 완화로 실효성 강화
국회에서도 이 같은 방향을 뒷받침할 입법이 시작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승규 의원(국민의힘·충남 예산·홍성)은 지난달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과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현행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은 농촌특화지구 가운데 하나로 축산지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축산지구가 지정되더라도 국토계획 관련 규제 등에 따라 건축 제한과 건폐율·용적률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면서 축산시설 집적화와 현대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강 의원의 개정안은 시장·군수 등이 축산지구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건축 제한과 건폐율·용적률 등의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사육제한구역-축산지구 충돌 해소
가축사육제한구역과 축산지구의 충돌을 해소하는 방안도 담겼다. 농촌공간계획에 따라 축산지구가 지정되는 등의 구체적인 사유가 발생하면 지자체가 기존 가축사육제한구역을 변경하거나 해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농촌공간계획을 통해 적정 지역에 축산지구를 지정하고, 해당 지역의 가축사육제한구역과 건축 규제를 조정한 뒤 노후·산재 축사를 이전·집적해 현대화하는 제도적 연결고리가 마련된다.
정부의 정책 구상과 국회의 입법 움직임이 향하는 방향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축산 생산기반을 단순히 ‘규제할 시설’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필요한 생산시설은 적합한 공간에 계획적으로 배치하되 환경과 방역 기준은 오히려 높이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화 설비를 적용해 스마트축산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결국 향후 과제는 ‘규제 완화냐 강화냐’라는 이분법을 넘어서는 데 있다. 주거지역과 환경을 보호해야 할 곳에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축산이 가능한 지역에는 생산시설이 지속적으로 존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공간을 열어주는 정교한 입지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국가 전략축산지구’ 구상과 국회의 축산지구 규제개선 입법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축산업은 생산시설을 개별적으로 허가하고 규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환경·방역을 함께 설계하는 새로운 생산기반 구축 단계로 넘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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