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종계 살처분 방역 여파로 병아리 생산 차질
시설 현대화 등 자립 기반 강화가 근본대책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국내 육용종계 생산 기반이 흔들리면서 수입 종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의 육계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AI 발생 때마다 종계 피해를 수입으로 보완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국내 종계산업의 자립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겨울 AI는 육계산업 생산 기반인 육용종계에 큰 피해를 입혔다. 많은 수의 육용종계가 살처분되면서 병아리 생산 여력이 떨어졌고, 이는 육계 공급 감소를 초래했다. 이에 정부는 AI에 따른 종계 감소가 육계 수급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용종란 수입 확대와 종계 생산성 제고 등의 대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육용종란 수입 규모도 크게 늘었다. 정부는 당초 수입 물량에 추가 물량까지 확보하며 국내 병아리 생산 부족분을 해외에서 보완하는 데 주력했다. AI로 단기간에 감소한 종계 기반을 빠르게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수입 종란을 활용해 병아리 생산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이 같은 대응이 AI 발생 때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육계 생산은 종계에서 생산된 종란, 부화장에서 생산된 병아리, 육계농가의 사육으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상위 단계인 종계에서 차질이 발생하면 이후 모든 생산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종계는 육계처럼 단기간에 사육수수를 늘려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번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입 종란이 단기적인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를 상시적인 대응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AI 발생 이후 부족한 종계 기반을 수입으로 보완하는 방식만 반복할 경우 국내 종계산업의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국내 육계산업은 생산비 부담이 높아지고 농가의 사육 여건도 악화되고 있어 종계산업의 불안정성이 육계농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종계 공급 차질을 병아리 생산 확대나 수입 종란으로 일시적으로 보완하더라도 국내 생산기반 자체가 약해진다면 장기적인 수급 안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AI 방역과 함께 종계산업의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 발생 시 살처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역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피해 발생 이후 종계 공급을 얼마나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는지까지 고려한 종계산업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종계 사육농가의 경영 안정과 시설 현대화, 질병 방역 지원을 강화하고 종계와 종란의 안정적인 국내 생산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며 “해외 종란 수입은 단기적인 수급 보완책으로 활용하되 국내 종계산업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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