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시장 가능성 확인…농가 참여 이끌 품질 기준·제도적 지원 급선무
정부가 낙농산업의 저지종 보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산업화를 위한 후속 정책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원장 조용민)과 한국저지종연구회(회장 이학교·전북대학교 교수)는 지난 8월 26일 골든하버호텔 평택에서 ‘2026년 저지종 젖소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 국내 저지종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지종은 2010년 서울우유의 수정란 도입을 시작으로 국내에 소개된 지 16년이 지났다. 정부도 2023년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에 저지종 육성을 정책 과제로 삼고 유전자 보급에 나섰다.
이날 참석자들도 국내 낙농산업의 품종 다양화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저지종을 하나의 품종 카테고리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서울우유 측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현재 하루 약 2.3톤의 저지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초창기 제품 출시 당시보다 2배 이상 우유제품 판매량이 늘었다. 온라인 판매 제품에는 수천 건의 소비자 리뷰가 쌓이며, 차별화된 가치가 시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저지종에 대한 기대와 시장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농가의 참여 확대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남아 있다. 현재 홀스타인 중심 유대체계로는 저지종 원유가 가진 높은 유지방·유단백질 등 품질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데다, 상대적으로 낮은 산유량으로 인한 소득 감소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별도 유대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저지유를 실제로 구매할 유업체의 수요와 생산자 간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제기됐지만, 정부가 저지종 유전자원 보급만 추진하면서 정작 농가의 참여를 결정할 유대체계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영병 대표(경기 김포 학운목장)는 “2025년까지 공감대가 형성됐던 저지종 유대체계 개편 논의가 이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진전이 없어 정책을 믿고 저지종에 투자한 농가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며 “당장 별도 유대체계를 확정하기 어렵다면 저지유의 품질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나 기준부터 마련해야 하며, 이와 함께 가공·유통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지종 산업의 확대를 위해서는 농가의 참여를 뒷받침할 유대 기준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경기도축산센터 이양수 소장도 “별도의 유대체계를 마련하는 데, 사실 지침 하나만 바꾸면 되는 일인데도 이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며 “저지종 산업의 정착을 위한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해오면서 농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대 차액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자체가 매년 3억 원씩 유대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은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우유 생명공학연구소 김형종 소장 역시 “저지유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있지만 제품 생산 기반을 확대하기엔 협동조합인 서울우유가 독자적으로 별도의 유대를 지급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저지종에 맞는 별도의 유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학교 회장은 “저지종을 단순히 수정란을 보급해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산업화가 어렵다. 기후변화와 소비자 선택 변화에 대응하는 낙농산업의 전환이라는 큰 틀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농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며 “저지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농가가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객관적인 정책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