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우유를 마시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원유 소비를 늘리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 세계 우유·유제품 시장에서 전통적인 음용유 소비가 성장의 한계점에 다다르면서 치즈와 버터 등 가공 유제품을 중심으로 소비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우유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우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역시 저출산과 인구 감소, 식생활 변화 등으로 음용유 시장의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제는 원유를 다양한 제품으로 전환해 새로운 소비처를 만들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세계 낙농시장, 치즈·버터·유청단백질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재편
국내 자연치즈 공급량 중 수입 비중 98%…우유 자급률 45.8%로↓
음용유 중심 생산구조 벗어나 국산 원유, 가공용으로 활용도 높여야
▲우유 ‘마시는 시대’에서 ‘먹는 시대’로
인도·파키스탄 등을 중심으로 신선 유제품 소비 자체는 증가 추세지만, 전통적인 낙농국가와 고소득 국가에서는 신선 유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치즈·버터 등 가공 유제품 중심으로 소비구조가 이동하고 있다.
실제 낙농진흥회 2026 낙농통계연감에 따르면 국가별로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1인당 우유 소비량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65.50kg에서 2025년 58.17kg까지 줄어들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 역시 7kg 가량 줄어들며 69.16kg, 101.87kg에 머물렀으며, 특히 호주는 동기간 15kg이 줄어들었다.
유럽연합(EU)은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크지 않지만 2018년 52.25kg에서 2025년 51.50kg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소비자들의 식생활이 변화하고 대체음료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인구 증가가 둔화하면서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우유를 소비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소비 확대를 이끌어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서구 낙농 선진국에선 유제품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품목이 치즈와 버터로 베이커리와 제과·제빵, 외식산업 등의 수요와 맞물리면서 높은 소비량을 유지하고 있다.
EU의 1인당 치즈 소비량은 2018년 19.70kg에서 2025년 21.31kg으로 1.61kg 증가했다. 미국 역시 같은 기간 17.35kg에서 17.67kg으로 0.32kg 늘었다.
버터 또한 대표적인 가공 유제품으로 전세계적으로 꾸준한 소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는 1인당 버터 소비량이 2018년 3.34kg에서 2025년 3.99kg으로 0.65kg, 미국은 2.75kg에서 3.00kg으로 0.25kg 증가했다.

▲원유 가치 높이는 낙농 선진국
실제 주요 낙농 선진국들은 제한된 원유를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으로 전환하며 생산구조를 바꾸고 있다.
Dairy Reporter에 따르면 수익성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주요 유제품 수출국들이 치즈와 유청, 고부가가치 유제품 생산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생산된 원유를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얼마나 다양하게 전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호주·뉴질랜드·EU·미국·아르헨티나 등 주요 낙농 수출국에서 치즈 생산으로 원유를 돌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치즈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통해 원유의 수익성을 높이려는 산업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26년 4월까지 미국의 치즈 수출량은 전년 동기보다 25.1% 증가한 약 23만8천톤을 기록했으며, 한국 역시 미국 치즈 수출 증가를 이끄는 주요 시장으로 언급됐다.
뉴질랜드 역시 유가공업체들은 일반적인 분말제품보다 치즈와 특수 영양원료, 프리미엄 유청단백질 등 고마진 제품을 우선하고 있다. 특히 유청 가공시설 확대와 고부가 단백질 원료 생산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낙농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뉴질랜드가 단순히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같은 원유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는 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U와 미국도 동시에 프리미엄 유청단백질 시장 확대를 겨냥해 유청 원료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커지는 가공 유제품 시장, 국산 원유는 제자리
국내 음용유 소비 감소는 낙농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 식생활 변화, 대체음료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음용유 시장의 성장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kg으로 전년 대비 9.5% 감소했다. 이는 흰우유 소비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전체 우유·유제품 소비는 꾸준히 증가해 2025년 국내 전체 우유 소비량은 425만 톤에 달한다. 흰우유 소비는 줄었지만 발효유와 치즈 등 다른 유제품을 통한 소비가 이뤄진 것이다.
이중 국내 1인당 자연치즈 소비량은 2000년 0.5kg에서 2025년 2.8kg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2025년 국내 공급된 자연치즈 중 수입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8%에 달해 국산 원유가 충분히 활용될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 결과 우유자급률은 2010년 65.4%에서 2025년에는 45.8%까지 낮아졌다. 불과 15년 만에 국내 소비에서 국산 원유가 담당하는 비중이 약 20%p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소비 변화에 맞춘 낙농산업의 새 전략 필요
현재 국내 원유 생산과 유통구조는 여전히 음용유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감소하는 음용유 시장을 가공 유제품 시장이 충분히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
국산 원유는 생산비와 유통비 등의 부담으로 수입산 원료보다 가격이 높고, 가공업체 입장에서는 원가 경쟁력을 고려해 수입 원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소비가 늘고 있는 유제품 시장을 국산 원유가 충분히 가져오지 못하면서 국내 낙농산업과 유제품 소비시장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음용유 소비 확대에만 의존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실제로 원하는 국산 유제품과 원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치즈와 버터 등 가공 유제품은 물론 유청단백질과 같은 고부가가치 원료까지 국산 원유의 활용 영역을 확대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공시설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특히 수입산과 단순 가격 경쟁을 하는 방식만으로는 국산 원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원유의 품질과 신선도, 안전성 등 차별화된 가치를 제품에 담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가격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요구된다”며 “용도별차등가격제 자체의 합리적인 보완과 함께 산업의 대전환을 위한 큰틀의 정책 마련 모색을 위해 산업 구성원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제도 참여 유업체의 철저한 준수가 뒤따라야 하며, 낙농가들 또한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원유 생산 방식과 품질을 고도화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생산에 적합한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