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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최윤재의 축산 인사이트 21> ‘지역기반 펀드’라는 축산업의 새로운 해법

축산업의 미래, 지역과 함께 키우는 투자에서 찾자

  • 등록 2026.07.20 21:39:54

[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그동안 우리 축산업은 정부 보조금과 정책자금 대출에 크게 의존하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대출은 단기적인 경영 안정에는 분명 도움이 되었지만, 자생적인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이것이 위기가 올 때마다 정책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반복된 이유 중 하나이다.
최근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지역기반 펀드 투자’이다. 지역 주민들이 사업 펀드의 주체로 직접 참여하고, 수익도 함께 나누는 구조다. 지역 공동체가 축산업의 이해관계자로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때, 함께 검토해볼 만한 방식이다.

 

해외 사례와 시사점, 그리고 축산업 적용의 과제
해외에서는 이미 지역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농축산 투자 모델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유럽의 L3F(Livelihoods Fund for Family Farming)가 대표적이다. 소규모 농가가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직접 자금을 투입하되, 농지 매입이나 지분 취득 없이 농가가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다. 탄소 저감이나 품질 개선 등 실제 성과를 기준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이 모델은, 보조금과 대출에 의존해온 우리 축산업이 참고할 만한 방향을 보여준다.
미국의 ‘슬로우 머니(Slow Money)’ 운동도 주목할 만하다. ‘내 돈을 내가 사는 곳의 먹거리에 투자하자’는 철학 아래, 지역 주민들이 소액을 모아 인근 농가와 먹거리 사업체에 직접 투자하는 풀뿌리 금융 모델이다. 거창한 제도나 정책 없이도, 지역 공동체의 자발적인 참여만으로 농업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낸 사례다.
이런 모델들은 빠른 수익을 좇는 금융자본과 달리, 지역의 토양과 공동체를 함께 살리는 ‘가치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충청남도가 결성한 ‘농축산 지역경제 활성화 펀드’는 충청남도와 정부 모태펀드, 민간 자본이 함께 출자한 100억 원 규모로, 단순 융자가 아닌 투자와 수익 공유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결이 다르다.

 

핵심은 갈등을 투자로 바꾸는 구조
지역기반 펀드는 단순한 자금 조달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더 중요한 가치는 따로 있다. 지역 주민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순간, 축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 구조 자체가 바뀐다.
냄새나 환경 문제로 갈등을 빚던 주민이 수익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면, 축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지역기반 펀드가 자금 문제를 넘어, 축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지역 갈등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예를 들어, 지역기반 펀드는 축산업을 ‘남’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자산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인식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축사에서 발생하는 냄새 문제도 더 이상 남의 집 문제가 아니라 내가 투자한 자산의 관리 요소로 인식이 바뀐다.
환경 개선이 곧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갈등이 자연스럽게 협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농가 역시 주민 친화적인 방향으로 경영을 개선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도 있다.

 

작게 시작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현실에서 지역기반 펀드를 바로 조성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축산업에 맞는 맞춤형 모델 설계가 필요하다. 축산업은 질병 리스크와 환경 문제 등 변동성이 큰 산업인 만큼, 투자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기존 지역펀드 농업 분야의 성공 사례가 주로 경종 작물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축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설계가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축산업 분야의 지역기반 펀드는 생산 영역은 농가의 역할로 남겨두고, 가공과 유통 단계부터 투자를 시작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생산 단계는 질병 리스크와 가격 변동성이 커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이 크지만, 가공·유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설계하기가 수월하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과거 바이오텍 분야를 모델 삼아 대규모 펀드들이 조성된 적이 있었지만, 주인의식 없이 자금만 모인 펀드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 경험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지역기반 펀드는 단순히 자금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투명한 운영과 책임 있는 관리, 참여자 간의 신뢰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넣고 수익만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사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업 단위는 대규모 단일 조직보다 3~5인 규모의 가족농 또는 소규모 공동체 중심의 운영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지자체가 부지를 조성하고 여러 농가가 입주하는 축산 단지 형태로 분뇨 처리·에너지 생산·방역 시스템을 공동 운영하는 방식도 유효하다. 특히 바이오가스 발전과 같은 모델은 환경 문제 해결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역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도 적합하다.
여기에 농협이 중재자로 참여할 수 있다면 더욱 이상적이다. 신뢰 기반이 취약한 초기 단계일수록 이런 중간 매개자의 존재가 중요하다. 농협이 초기 리스크를 분담하고 지역 자본이 농가로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지역기반 펀드를 통해 축산업이 지역과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그림이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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