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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K-동물방역, 글로벌 중심국가로 역량을 발휘할 때

  • 등록 2026.07.15 11:18:31

[축산신문 ]

 

이 명 헌 수의학박사
전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

 

세계는 지금 가축전염병과 끝이 보이지 않는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상황을 개선할 만한 대책이 마땅치 않아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특히 구제역(FMD),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은 질병특성상 인적교류, 물적교역, 기후변화, 생태학적 교호작용 등을 통해 손쉽게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특정국가에 국한된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초국경가축질병(Transboundary Animal Diseases, TADs)은 기본적으로 축산 생태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나아가 기아, 식량안보 파괴, 빈곤심화 등 유엔이 지향하는 SDG(Sustainable Developement Goals,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의 달성에 걸림돌로 작용함으로써 지구촌의 보건안보를 위협하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식에서 세계농업기구(FAO),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유엔개발계획(UNDP)을 포함한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TADs 대응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협력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공유를 넘어, 국제규범과 정책조정의 기반을 제공하는 동시에 식량안보, 공중보건, 환경 보호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글로벌 표준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TADs 대응을 위한 사업재원의 86% 가량을 제공하던 미국이 2025년 지원 규모를 대대적으로 축소(64개 프로젝트, 1억6천100만달러)함으로써 글로벌 질병 감시 및 대응 역량은 ‘펀딩 절벽’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였다.
이에 따라 제44차 FAO 총회(2025.6)에서 회원국들은 자원 동원, 파트너십 강화 및 각국에 대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새로운 이니셔티브 설립이 시급하다고 결의하였다.
궁극적으로 보면 이러한 움직임은 특정국가가 주도하는 일방적인 기술지원 방식이 지속가능성 결여라는 한계에 봉착함에 따라 다수의 역량이 있는 국가가 중심이 되는 집단 리더십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상황인식으로 읽힌다.
주지하는대로 대한민국의 K동물방역이 보유한 촘촘하고 과학적인 법·제도체계와 우수한 관리역량은 국제사회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먼저 2000년 이후 다양한 가축전염병 대응과정에서 체계화된 초동대응, 확산방지, 사후관리를 포함한 전주기 방역정책과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 축산차량관제시스템 등 첨단 인프라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AI 기반기술과 디지털역량을 활용한 현장진단, 진단결과의 실시간전송, 원격대응으로 이어지는 스마트 질병방역시스템도 TADs 제어를 위한 매우 효과적 수단이다.
R&D 분야에서도 FMD, HPAI 등 8개분야의 WOAH 국제표준실험실을 운영중에 있으며 이를 토대로 개도국 대상 가축질병분야 전문가 양성프로그램 운영, 정밀진단 대행서비스, 진단키트·백신기술 이전 등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FAO나 WOAH 등 국제기구가 주관하는 TADs 대응 협력프로그램에 분담금을 납부하거나 다양한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핵심회원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주변 상재국으로부터 가축전염병이 유입될 가능성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협력을 통한 선제적 관리는 의미있는 일로 생각된다.
국제사회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역할, 그간 국제협력분야 정책 일관성, 국내 가축질병 발생상황에 따른 근본적인 해결방안 모색 등 현실적 국익을 종합해 볼 때 글로벌 중심국가로서 적극적인 활동은 피할수 없는 소명으로 보여진다. 새로운 리더쉽을 요구하는 국제기구의 변혁기를 맞아 정책인프라와 현장경험을 모두 갖춘 K동물방역은 이제 그 역량을 펼쳐 세계를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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