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기자]
환경과 경제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한 신간 ‘꿀벌의 열정페이는 끝났다’라는 책자<사진>가 출간됐다. 이 책은 꿀벌을 보호의 대상이나 연약한 생명으로 바라보는 기존 환경 담론에서 벗어나,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무임으로 활용해 온 핵심 노동자로 규정한다.
저자는 꿀벌의 수분 노동이 멈출 경우 인류의 식량 시스템과 경제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정면으로 묻는다. 꿀벌이 사라진 세계에서 인류는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수분을 인위적으로 대체해야 하며, 그 비용은 농산물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되돌아온다고 지적한다.
밀·옥수수 등 풍매 작물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사과·딸기·아몬드 등 꿀벌 수분에 의존 작물은 급격한 가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그 결과 ‘자연 수분’ 식품은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고, 식생활 격차는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또한 로봇 벌이나 인공 수분 드론 같은 기술적 대안 역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기술은 수익성이 있는 작물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될 뿐, 들꽃과 생태계 전체를 유지하지 못한다. 자연의 수분 시스템을 기술 인프라에 의존할 경우, 식량 체계는 오히려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 책의 특징은 대안을 감성이나 윤리가 아닌 경제 구조의 문제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꿀벌의 노동이 GDP에서 0원으로 처리돼 온 현실을 비판하며, 자연 자본 회계를 통해 꿀벌을 국가의 핵심 인프라로 재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밀원 조성과 생태계 관리를 수행한 농가에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생태계 서비스 보상’ 역시 현실적 해법으로 제시했다.
저자 이성엽 씨는 지난 20여 년간 병원에서 근무하며 생명의 가치를 체득한 뒤, 현재는 환경·생태 작가로 활동하며 자연과 경제의 관계를 꾸준히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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