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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국 축산 스마트팜의 발전단계와 과제

함 영 화 대표(애그리로보텍)

  • 등록 2026.06.09 21:31:08

[축산신문] 

우리 축산농가들이 혁신적인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어떤 유형의 혁신에도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사회변화의 미시적 과정’으로 접근한 ‘혁신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s)’의 저자 Everett M. Rogers(1931-2004)의 혁신 확산 이론과 실제 한국 축산의 현장 데이터를 결합해 보았다.
저자의 아버지가 25% 높은 수확량과 가뭄 저항성에도 불구하고 신형 하이브리드 종자 옥수수 도입을 극도로 꺼렸다는 개인적 경험이, 이론의 씨앗이 되었다는 점은 특이한 이론의 탄생 배경이 됐다고 한다.
축산농가들이 수용해야 할 스마트팜 발전을 5개 단계로 구분, 각 단계별 농가 심리 상태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조건을 정리해 보았다.

 

‘불확실성’ 가장 큰 걸림돌
우선 5개 단계 가운데 심리적 저항감이 높은 단계에 대한 원인과 해결방안을 검토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각 단계의 전환을 가로막는 가장 큰 공통 요인은 ‘돈'이 아니라 ‘확신'이라고 한다.
정부 보조금이 50~80%까지 지원되는데도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는 자금 부족보다 ‘내 농장에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라는 불확실성일 것이다.
따라서 2단계(관심, 검토) → 3단계(도입,적응) 전환의 핵심 조건이 성공한 옆집 사례가 훨씬 강력한 설득 수단이라고 한다.
2) 3단계(도입·적응)가 가장 이탈률이 높은 위험 구간이라고 하는데 장비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을 포기하는 농가가 이 시기에 집중된다. 센서 등 장비의 오류, 데이터 해석의 어려움, 사용자 가족간의 갈등이 겹치는 시점이기 때문이며 이 구간을 넘어서려면 기술적 역량 보다는 심리적 인내와 현장 밀착 AS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3) 보편화(5단계) 진입의 실질적 트리거로써 시장 압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소비자 및 유통업계가 스마트팜 데이터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하면 좋은 것'에서 ‘안 하면 불리한 것'으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고 한다.

 

‘이웃 선도농가’가 버팀목
스마트팜 도입과 발전을 위한 단계별 특징과 내용도 살펴보았다.
1단계는 인지 시기로서 정부는 2014년부터 축산분야 ICT 융복합 확산사업을 시작해 양돈·양계(2015년), 한우·낙농(2016년) 순으로 ICT 장비 도입 지원을 본격화, 2019년 기준 2천150개 농가에 스마트 축사를 보급했다.
2단계 관심과 검토의 본질은 ‘정보가 부족한 게 아니라, 확신이 부족한 것’이므로 농가의 기술적 이해가 아니라 위험성에 대한 판단일 것이다. 축산 부문 스마트축산 장비의 국산화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대부분의 스마트농업 관련 기업은 영세하여 국산화 및 기술 고도화에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입장비 의존은 가격 부담 외에도 AS 불확실성이라는 심리적 장벽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3단계의 본질 ‘설치 이후의 전쟁’ 이라고 한다.
이 시기가 가장 위험한 이유는 투자는 이미 했는데, 아직 성과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표준화와 우수사례의 발굴로 대응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보다 실제 현장에서 투자에 대한 부담과 부적절한 AS로부터 농가를 버티게 한 것은 ‘이웃 선도농가’ 였다.
이는 곧 4단계에서 정부가 ‘청년 서포터즈 멘토링 제도’를 공식화 한 배경이기도 한다. 혁신적인 인식과 기술을 가지고 본인 농장의 우수한 활용 뿐 만 아니라 주변 이웃농가에게 기술교육과 사례경험을 제공하며 사회적 역할을 하는 혁신농가들이 다음단계로 가는 중요한 구심점인 것이다.

 

정책 ‘4단계’ - 현장 ‘3단계’
4단계 효과체감 및 확신 시기는 장비의 설치에서 장비의 활용으로 전이되는 단계다.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장비는 있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3단계의 고민이 해소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스마트축산 도입 성과 실증 사례 공유, 장비·솔루션 운영 노하우 전수, 우수 도입 사례 발굴 등을 우수농가가 이웃을 가르치는 위치가 된다는 것이 4단계의 심리적 특징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장비 보급 뿐만 아니라 솔루션 패키지 보급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5단계는 보편화 시기로서 스마트팜이 ‘선택'에서 ‘기본 인프라'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곡점이다.
축산농가의 보급이 보편화 되기 위한 법·제도 기반의 구축과 주요 지원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이뤄지는 단계로서 현재는 스마트팜 육성관련 법제정 및 정비와 함께 전문인력의 육성 및 자격제도가 확립돼 가고 있다.
현재 한국의 스마트팜 축산분야는 어느 단계에 있을까?
정부의 지원사업과 법적 · 제도적 추진을 보면 5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은 축종 · 장비별로 다르지만 많은 축산농가들이 3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한 판단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비 · 업체별로 4단계로 발전하거나, 오히려 2단계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태계 구축 뒷받침을
단계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과제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데이터의 수집·분석·유통·활용을 지원하는 공공 또는 업체의 ‘스마트 데이터 플랫폼의 개선’을 통한 수집된 데이터를 농가에는 축종별 사양·환경관리 솔루션 고도화에 활용하되, 연구기관과 컨설팅업체에도 제공함으로써 스마트축산 2세대를 위한 생태계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축산 기술의 발전과 시장규모의 확보를 위해 ‘K-스마트팜 수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적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또 다른 과제는 보편화를 가로막는 ‘축산업계의 기술교육과 인력양성 체계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팜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아직 효과에 대해 미덥지 않은 시각도 적지 않은 농가들의 인식 변화가 우선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장비에 대한 확신과 활용 역량을 키우는 농가 기술교육 및 장비, 빅데이터 및 AI에 대한 인력 양성에 노력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경험의 축산에서 데이터의 축산’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한국축산의 경쟁력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함께 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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