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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낙성대에서>도쿄 한복판의 도축장

  • 등록 2018.09.19 11:39:04

[축산신문]

이 상 호 본지 발행인

일본 내 도축장 모두 지자체가 직영
“도축장은 공익시설, 불편함 없다면 누가 뭐라고 할 대상 아니다”
현지 중앙도매시장 관계자 설명에 시찰단 일행 모두 할 말 잃어

 

도쿄 중심가 신주쿠에서도 한 복판에 속하는 서(西)신주쿠, 서울로 치면 소공동이나 테헤란로(路) 쯤 되는 곳이다. 여기에는 세계적 호텔체인인 인터컨티넨탈호텔과 미쓰비시은행 본점 등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건물이 즐비하다. 이곳에 도쿄도중앙도매시장이 있는데 우리로 치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해당한다.
지난 4일 농업정책포럼 한우소위시찰단에 끼어 이곳을 방문했는데 그 안에 대규모 도축장이 있는걸 보고 놀랐다. 시장입구에 도착해서도 도축장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도축장 특유의 냄새가 전혀 없었다. 1일 소 400두, 돼지 1천두(과거엔 3천두)를 처리하는 도축장에 악취가 없다는 사실에 우리 일행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각설하고 우리도 삼성동 코엑스 옆이나 소공동 롯데호텔 인근에서 이런 도축장을 운영할 수 있을까? 하나 마나한 소리겠지만 악취여부와 관계없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일본은 왜 가능할까.
비결은 간단하다. 도쿄도(都)가 도축장을 직영하는데다 어떤 형태가 됐든 악취가 없기 때문이다. 도축장은 시민 모두를 위한 공익시설이며 게다가 누구에게도 불편을 끼치지 않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느냐며 되묻는 중앙도매시장 관계자 앞에서 필자는 할 말이 없었다. 창피하다 못해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거릴 뿐이었다.
시찰을 다녀온 후 몇몇 관계자들에게 냄새가 전혀 없는 ‘도축장 같지 않은 도축장’ 얘기를 했더니 필자에게 여태 그걸 몰랐느냐며 비록 농담이긴 했지만 핀잔을 주는 이가 있었다. 결국 비용의 문제라거나 기술부족이라는 등의 진단을 내놓는 관계자도 없지 않았다.
냄새 없는 도축장을 구현하지 못하는 이유가 과연 비용이나 기술부족의 문제 때문일까. 만약 생산자나 소비자가 비용부담을 할 수 없다면, 진정 어쩔 수 없다면 이 나라에서 축산은 하지 말아야 하고 우리 국민들은 국내산 축산물 섭취를 포기해야 한다. 기술부족도 그렇다. 없으면 배워 오면 될 것이고 그도 안 되면 기술을 사오면 되지 않겠는가.
도쿄중앙도매시장의 사례를 감안할 때 우리 도축장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우선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양질의 동물성단백질식량을 공급할 책임이 있음에도 도축장을 민간에만 맡겨두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민간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도축장이 필수기간시설이란 관점에서 방위산업처럼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지원책을 강구해야 함에도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도축세 폐지이후 도축장을 바라보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여기에 민간분야의 적당주의까지 가세하면서 도축장은 이제 대도시는 물론이고 농촌지역에서마저 부지를 찾기가 언감생심인 상황이 돼버렸다.
고급호텔이 밀집한 소공동이나 삼성동에 도축장을 짓자는 얘기가 아니다. 도축장 문제는 공익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다. 일본은 모든 도축장을 도·도·부·현(都, 道, 府, 縣)으로 불리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한다. 그렇다고 도축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도쿄중앙도매시장의 사례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도축장에 대한 지원에 인색치 말아야 함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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