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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갈등 조장, 불평등 ‘천장’ 뚫어야

장제사업·주유소, 축협은 기회 박탈…대표적 사례
일선농협, 전문영역 구분없이 축협사업 가세 일쑤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 상생협력 모델로 ‘주목’
불공정 제도 점검 보완…“협동정신 살리자” 여론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협동조합 간 협동이 농촌현장의 시대정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조합 간 갈등을 부추기는 불합리한 제도개선에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농촌현장에는 지역농협과 지역축협, 품목농협과 품목축협이 공존하면서 각각의 사업을 통해 조합원들과 호흡하고 있다. 산림조합, 수협 등도 있지만 농협중앙회라는 큰 틀에서 보면 외부조직이다. 그런 면에서 일선농협과 일선축협은 농협중앙회 회원조합으로 가입돼 있는, 어떤 면에선 경쟁자가 아닌 동지적 관계일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고질적이고 관행적인 제도가 이들 간의 갈등만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선 농협중앙회의 지도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선농협에는 없지만 일선축협에만 존재하는, 뚫을 수 없는 천장이 있기 때문이다.
일선축협 조합장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것이 사업영역에 대한 형평성 문제이다. 일선농협은 할 수 있지만 일선축협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업이 있기 때문이다. 장제사업이나 주유소가 여기에 해당한다.
현행 농협법 제57조 지역농협의 사업에 대한 규정을 보면 5항(복지후생사업)에서 장제사업을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러나 제106조 지역축협의 사업 또는 제111조 품목별·업종별협동조합의 사업에 대한 내용 중에 장제사업은 빠져 있다. 조합원 편의와 지역사회 환원차원에서 장제사업을 추진했던 일선축협들은 이 조항에 발목이 잡혀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해당지역 농협이 장제사업을 하지 않고 있어도, 축협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반대로 일선농협은 일선축협이 하는 모든 사업을 다 할 수 있다. 심지어 한우고기 유통, 동물병원, TMR사료공장, 배합사료 취급까지 축협의 모든 사업에 농협이 발을 담그고 있다. 일선조합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사업영역을 구분하자는 계속된 의견도 무시하고, 축협의 발만 묶어두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농협중앙회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운영하는 회원조합 지도·지원규정에도 균형을 잃은 조항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많은 일선농협과 일선축협이 본점과 사업장(금융점포) 이전 및 신규개설 문제에서 갈등을 빚어 왔지만 농협중앙회는 축협에 불리한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8월 농협중앙회 이사회는 회원조합 지도·지원규정을 개정하면서 몇 년 동안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농협과 축협의 문제에서 일방적으로 농협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해당축협은 잘 운영하고 있던 지점(하나로마트)의 초근접거리인 60m에 농협본점이 들어서는 수난을 당했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해당지역 때문에 규정을 개정한 것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야기되고 있는 조합 간 분쟁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빈축을 샀다.
현재 정부는 쌀 생산조정제, 논에 타 작물 재배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목표농지 5만ha 중에서 1만5천ha에 조사료를 심겠다고 한다. 이런 사업은 사실 경종과 축산이 충분히 협동정신을 살리면서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조합 간 형평성을 잃은 제도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차근차근 점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제도보완을 추진해 축협에 존재하는 천장을 열면 상생협력 기조에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