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분야 ‘명인’이 말하는 한국축산 현재와 미래 <좌담회 지상중계>

  • 등록 2016.03.11 10: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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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들의 노하우 효율적 전달…활동 위한 저변 마련 급선무

 

농촌진흥청은 농업ㆍ농촌에서 창의적인 노력으로 성공한 최고농업기술자를 명인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공사례를 확산시킴으로써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타 농축산인들에게도  성공의지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축산분야에서는 지금까지 6명의 축산인이 명인으로 선정됐다. 이 6인의 명인들은 각 자 분야에서 지금껏 쌓아 온 기술과 노하우를 어떻게 하면 축산업계로 전파할 지에 대해 적잖이 고민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명인으로서의 귀감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농진청에서는 명인으로 선정한 것에만 그친 건 아닌지에 대해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4일 명인들과 함께 현재 축산업의 이슈와 전망에 대해 들어보고 명인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효율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가졌다. 명인들이 보는 한국 축산업의 현재와 미래는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일 시 : 2016년 3월 4일(금)
■장 소 : 축산신문 회의실(1층)
■참석자
 - 노경상 한국축산경제연구원 이사장(좌장)
 - 김건태 비젼농장 대표
 - 손민우 삼민농장 대표 
 - 백석환 석청농장 대표
 - 문홍기 행원목장 대표
 - 김상준 오성그린농장 대표    <발언순>
■기록·정리 : 김수형 기자
■사 진 : 서혜연 기자

 

▲좌장=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오늘 좌담회를 위해 시간을 내주신 명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축산 명인에 선정되었다는 것은 개인의 명예 뿐만 아니라 축산업계에서도 명예스러운 일이다.
아직까지는 축산 명인 제도가 홍보가 덜 되어있지만 이처럼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갖고 필요에 따라 공동의 활동을 하는 것을 생각해봐도 좋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우선 각자 인사말씀과 함께 어떻게 명인에 선정되었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문홍기 대표=지난 1974년 당시 성환 소재의 국립종축원에서 한우 챔피언을 뽑아서 처음으로 정액생산을 실험하고 있을 때 종축원에서 정액제조 기술을 배웠다. 정액제조 기술, 인공수정, 번식, 치료 등의 기술을 배워서 그해 7월 강진축협에 입사해 업계에 종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전문가들과 함께 축산업에 대한 표준설계도를 만들었으며 지붕이 열리는 축사를 최초로 개발했다.
처음에는 낙농업에 23년 정도 종사했다. 이후 한우로 전환을 하면서 개체기록카드를 개발하고 번식우 사양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많이 보급했다.
그러면서 지역 축산농가들을 상대로 강의를 많이 다니게 되었는데 이런 점들이 인정되어 명인으로 선정된 것 같다.

▲김상준 대표=선친때부터 축산업에 종사했었는데 풀 사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30년 전부터 외국을 돌아다니며 연수를 받았으며 한우에 맞는 풀사료를 직접 재배해 소에게 먹이면서 생산비 절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요즘에는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출하 전에 물을 많이 먹이던 시절이 있었다.
난 그 당시에도 물을 먹이는 방법보다는 절식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고기 맛이 좋아진다는 평가가 많아 남들보다 먼저 절식을 실천한 셈이 되었다.
최근 동물성 지방이 건강을 해친다는 언론 보도들이 많은데 무조건 싸울 일은 아니라고 본다.
사료의 주 원료인 옥수수, 콩, 밀 등이 GMO로 변화하면서 여러 낭설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는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소를 맛있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사료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실험을 했고 오메가3를 포함한 한우로 시장에서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지금은 오메가3 한우를 특허등록 한 상태다.

▲김건태 대표=1977년 군에서 제대를 했는데 근사한 집에서 돼지를 사육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일을 하며 10년 동안은 하루도 쉰 적이 없었다.
부지런히 일한 결과 꿈꿔왔던 목표를 불과 7~8년 만에 이루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대한한돈협회 중앙회장을 역임했던 시절을 꼽을 수 있다.
당시 한돈협회장으로서 자조금법 입법을 위해 국회에서 거의 살다시피 해서 만들어냈고 이는 축산업이 타 산업에 비해 월등하게 앞서나가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양돈장은 냄새로 인해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우리 농장에서 열린음악회도 개최하는 등 친환경 농장이자 관광지로 지역민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손민우 대표=1983년 목장일을 시작하면서 규모를 키워오는데 역량을 집중해왔다. 당시에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우유가 남아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유가공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작은 이웃과 나눠먹으려는 목적으로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이제 규모도 커졌고 축산과학원에서 개최하는 자연치즈 콘컨테스트에서도 수차례 입상하기도 했다.
이후 유가공 연구회를 만들어 축산과학원에서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에 참여해 기술을 전파시키고 있으며 퇴비처리, 종축개량, 사료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타 농장에 전파시키고 있다.
당시 낯설었던 요구르트와 치즈 등 유제품을 타 낙농가에게 기술 전파한 것이 명인 선정에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백석환 대표=1981년 농진청에서 실시하는 한우 전문교육을 2년간 받으며 한우산업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특히 1997년 IMF시절에는 사료값이 오르고 소값이 떨어지면서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자가 배합사료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런 노하우를 전파시키고자 축산과학원에 사료배합비 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하자고 제안, 농가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 농장에는 1년에 500명의 농가들이 견학을 온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3천명 이상이 자가배합사료 만드는 것을 배우기 위해 다녀갔다.
지금까지도 사료배합비를 직접 짜서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으며 농장에서도 1+등급 이상이 90% 이상 나올 정도로 성적도 좋은 편이다.

▲좌장=오늘 명인으로 오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각각의 분야에서 다양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소개는 끝났으니 본론으로 들어가 명인들이 보는 축산업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짚어주시고 앞으로 명인이 해야할 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김건태 대표=먹거리 과잉공급 문제가 지금보다 심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국민소득 4만불의 눈높이로 먹거리를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출 것이냐를 고민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많은 농가가 HACCP, 무항생제, 유기농 인증을 받아 운영 중에 있다.
명인들의 농장은 이들 농장과 차별화를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명인에 선정되려면 500대1 혹은 1천대1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명인에 선정된 타 농장을 방문해보니 해당 농장에서 생산된 축산물은 고가에 판매가 되더라도 소비자가 많이 찾는 경향이 있다.
각종 매장에 명인 코너를 만드는 것을 건의하는 방법도 생각해볼만 하고 명인 공동판매 구역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명인은 선정만 해놓고 끝나면 안된다.
특히 명인들이 산업을 앞서서 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인들이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손민우 대표=현재 낙농산업은 앞이 보이지 않는 힘든 상황이다.
쿼터제를 전국단위 쿼터로 간다는 것은 쿼터값을 조절하는 작업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많은 출혈과 희생을 필요로 한다.
현재 농가가 생산하는 원유는 쿼터에 못미친다. 그런데 왜 남는 걸까.
수입유제품이 문제다. 과거에는 정부에서 안정대책을 세워놓고 수입을 했는데 지금은 수입분유를 마음대로 풀어놔놓고 있으니, 문단속을 잘 못한 꼴이 됐다. 그 결과 지금의 우유파동이 생겨난 것이다.
남는 우유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권역별로 협동조합에 치즈숙성실을 만들어 놓고 전문가들이 관리숙성해서 판매하는 쪽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명인에 선정된 농가들은 남들보다 선구적으로 연구와 실천을 옮긴 농가들로 행정이나 지자체에서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가 아는 지식을 다른 곳에 전파하려고 하면 마치 잘난척 하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지역축산인들에게 명인들의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판단이 중요하다.
또한 명인을 너무 남발하는 것은 자중할 필요가 있다.
국가에서 선정한 명인 외에도 도 명인, 군 명인도 있다. 명인이 남발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본다.

▲백석환 대표=명인이라는 것이 물론 가문의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렵기도 하다.
우리 농장은 많은 사람이 찾다보니 농장에 관해 모든 걸 개방해야 한다.
이처럼 농장을 전면개방하면 질병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농가를 보호할만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농가들에게 전파도 하고 싶은데 아직까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신문에 명인 코너를 따로 만들어 게재하면 명인에 대한 권위도 올라가고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노하우를 계속 이어서 농가들에게 심어주고 싶은데 아직까지 다른 곳에서 정식으로 강사로 초대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도 많은 정보를 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다.
명인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명인들도 자부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다. 우리 농축산업이 존재하는 한 더 배우는 자세, 더 보급하는 자세로 임해야 미래와 희망이 있지 않겠는가.

▲문홍기 대표=전라남도 강진, 보성 등 남부지역은 한우산업이 지역 경제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한우 농가들도 청정축산, 아름다운 목장 가꾸기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특히 명인들이 생산한 축산물은 명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자.
화우의 자료를 입수해 본 결과 한우에 비해 지육률, 도체중, 등지방두께에서 모두 뛰어나다. 사료를 먹여 짧은 기간에 근내지방도가 높은 고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인데 일본은 현재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아직 한우와 격차가 다소 벌어져있다. 이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명인들의 기술 공유가 필요하다.
우수 축산물을 생산하는데 있어서 어느 토양에서 생산됐는지도 상당히 중요하다.
뉴질랜드의 경우를 살펴보면, 토양학자가 분석한 땅에서 생산된 우유는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다.
물론 초지가 50%가 넘는 뉴질랜드와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 축산물도 화학비료 없이 퇴비를 활용해 좋은 땅에서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축산물을 만드는 것이 수입축산물에 맞서는 길이며 수입축산물에 맞서기 위해 명인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
명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뒷받침해줘야 한다.

▲김상준 대표=나는 다른 견해를 발표해보고자 한다.
남들과 다른 기능성 사료의 활용으로 우수한 한우를 생산하고 명인으로 인정받은 나로서는 사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좋은 고기를 만드는 기술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어렵다. 사료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농장의 개방문제도 사실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명인에 선정되고 나서 한동안은 농장을 개방해 많은 손님을 맞이한 적이 있었는데, 농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 의해 화재가 두 차례 발생했다.
그 이후 농장 개방은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명인들이 농가들의 모범이 될 수는 있지만 방향에 있어서는 제각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박근혜 정부 들면서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대기업과 농협중앙회만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명품 축산물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도록 명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해야 한다.

▲좌장=처음에 좌담회를 구상했을 때 많은 생각을 했다.
역시 각자의 축종에 따라 특징이 있다보니 명인들끼리도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명인들끼리도 서로 자주 만나 정보도 공유하고 서로 조화로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명인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는 언론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명인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증한 가치를 널리 공유하고 이 가치가 세계적인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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