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생산은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우유 소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요즘은 우유 소비가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분유 재고가 줄어들기는커녕 분유재고가 쌓이고 있는, 최근의 낙농 현안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정부는 정부대로, 관련기관이나 단체는 그들대로, 또 낙농가들은 낙농가들 나름대로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축협 회의실에서 열린 지역 낙농지도자들의 간담회에서도 그런 고민의 일단이 거침없이 표출됐다. 이철호파주축협장과 이한주파주시농축산과장의 젖소 도태를 촉구하고 우유 소비 촉진을 위해 생산자들이 앞장서자는 내용의 당부와 인사말에 이어 시작된 간담회. 우유 소비 촉진을 위한 아이디어로 우유 포장을 현재 2백ml에서 2백20ml이나 2백30ml로 늘리자는 의견이 나왔는가 하면 학교우유 급식을 방학이라고 해서 중단할 것이 아니라 방학때도 가정 배달로 연계해 연중 우유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 강구, 지역내 공장에 우유 판촉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같이 우유 소비 촉진을 위한 의견을 개진할때만 해도 지역 낙농지도자 간담회가 축협이나 시관계자들의 당부를 들은 다음 몇가지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젖소 도태 문제가 나오자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사유재산인데" 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젖소 도태 시작이후 원유 생산 통계를 묻는등 젖소 도태를 하기는 하되 젖소 도태가 최근의 낙농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이 아님을 은연중에 강조하기도 했다. 간담회가 끝난후 일부에서는 이런 회의를 무엇하러 하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으며, 또 일부에서는 "지금은 우유가 남아돌아서 젖소를 도태하라고 하지만, 올 가을에는 우유가 모자랄지 누가 아느냐"는 말도 나왔다. 또 한편에서는 젖소를 도태하는 것은 좋지만 일률적으로 원유 생산량에 따른 젖소 도태두수를 목표로 설정하다보니 도태를 해서는 안될 능력있는 젖소도 도태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낙농가들의 이같은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낙농문제가 현장에서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실감케했다. 또한 낙농가들이 정부나 관계 기관의 낙농정책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도 읽게해 줬다. 특히 젖소 도태와 관련해서는 낙농가들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파주지역 낙농지도자 간담회는 중요하고 의미있는 결론 하나를 도출해냈다. 그것은 젖소 도태가 됐든, 우유 소비 촉진 운동이 됐든 일단 낙농가들이 해야할 바를 먼저 해놓고 정부나 관계 기관에 따질 것은 따지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현안이 있을때마다 "내탓" 보다는 "네탓"을 먼저 따지고, 무엇이든 농가탓보다는 정부 탓을 상대적으로 많이 했던 지난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같은 낙농가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또 정부탓이든, 관계 기관 탓이든 문제가 있으면 낙농가들이 스스로 할 일을 먼저 한다음 따지겠다는 자세는 보기에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미래의 낙농산업을 위해서도 매우 희망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날 간담회중에는 이런 발언도 있었다. "작은 지역에서 이렇게 낙농문제를 이야기해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그러자 이철호파주축협조합장은 "물론 파주와 같은 작은 곳에서 우유 소비촉진 운동을 편다고 해서 낙농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작은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그 영향은 매우 크다"며 이날 간담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낙농 현안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이날 파주 지역 낙농가 간담회가 그 해답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젖소 도태 목표를 1백% 달성한다고 해서 과연 현재의 낙농현안이 장기적으로 해소될 것이냐는 것이다. 일단 낙농현장에서 어떻게든 할 바를 다한후에는 공이 정부로 넘어갈 것이다. 과연 그때 정부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