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은 국민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는 인체영양학적인 측면과 식량안보 및 자연환경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축산물은 인간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서로 다른 문화권이 섭취하는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의 비율은 차이가 있지만 축산물을 인간이 본능적으로 꼭 섭취해야 하는 필수 식품으로 간주했다는 것은 어느 문화권이나 동일했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 국제 곡물가 인상에 따른 사료비 증가, 축산 선진국과의 잇따른 FTA 타결, 축산물 수급불균형, 끊이지 않는 대형 가축질병 등으로 인해 우리 축산의 생산기반이 심히 염려스러운 현실이 되었다. 여기에 국내의 굵직한 사회적 사건들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 둔화와 지속적으로 왜곡, 확산되고 있는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축산물 소비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의 70% 이상이 권장량 이하의 육류를 섭취하고 있으며, 특히 65세 이상 여성의 경우 고기를 권장량만큼 섭취하는 비율이 10%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여실히 들어난다.
한국인 축산물 섭취량, 중국·일본보다 낮아
서구 식문화 연구결과 그대로 답습 부적절
축산 온실가스 주범 호도…밀집사육 이슈화
매스컴 ‘축산 때리기’ 자극 보도 부정인식 양산
오피니언 리더 등 올바른 정보 공유위한 교육
과학적 근거 각종 매체에 알린 마케팅도 필요
농협 등 생산자 단체나 기업들이 축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행사를 가끔 진행하지만 근본적인 축산물 소비 기반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가 축산물이 다른 어떤 식품과 비교하여도 안전하면서도 맛있는 우수 식품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축산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축산물 소비 기반 확보와 미래 축산과 축산식품산업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에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축산물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 인식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매스컴의 역할이다. 우리 소비자는 매스컴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축산물 섭취와 고혈압, 비만, 당뇨, 암 등 성인병이 높은 연관성을 갖는 것처럼 인식하게 된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축산물 섭취량은 대략 미국의 1/3, 유럽국가의 1/2, 그리고 가까운 중국과 일본보다도 낮다.
또한 우리나라는 일본, 대만과 함께 단백질 섭취원 중 동물성과 식물성 식품 비율이 거의 1:1로 매우 좋은 식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축산물을 많이 섭취하고 식생활 패턴도 매우 다른 서구에서 진행된 몇몇 단편적인 연구결과를 우리나라 국민에게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되며, 이러한 연구결과들 마저도 과학적인 검증작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에는 축산업의 환경부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경제적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2006년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UN FAO)가 발간한 ‘Livestock's Long Shadow’라는 보고서에서 축산업 분야가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18%를 차지하며 이는 자동차 등 교통 분야보다도 많다고 발표했다. 특히 적육 및 낙농산업이 전체 식품생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했다. 이후, 이 보고서가 상당 부분 계산 오류로 인해 축산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우 과다하게 발표됐다는 사실과 그 오류에 관한 정정기사가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됐으나, 이미 소비자의 뇌리에는 이러한 사실보다는 그 전의 부정적 내용들이 크게 자리 잡았다.
최근의 사회적 트렌드도 중요한 문제이다. 축산의 현실에 대한 소비자의 정보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전통적인 밀집사육 방식으로 질병과 상처에 허덕이는 동물들이 매스컴을 통해서 방영되면서 이에 대한 반감으로 축산물에 대해 등을 돌리는 소비자도 생기고 있다. 이러한 동물복지와 관련한 소비자 민감성을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축산물 생산에 활용되는 동물의 복지를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개선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본다면 교육, 홍보 및 마케팅, 그리고 연구개발이 그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 교육의 중요성이다. 소비자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자신의 식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 이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정보는 주로 전문 의료분야 및 언론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얻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은 것도 이 그룹의 잘못된 정보 전달이나 개인적 편견이 상당 부분 차지했었다. 따라서, 이들이 축산물에 대한 과학적이고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고 대중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축산물 전문인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이 그룹에 속하는 집단은 축산, 식품, 영양, 가공, 유통 관련 전공자들에 해당하며 이들이 교육을 통해 축산물에 대한 전문적이고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동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마저도 축산물에 관련한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심도있는 교육을 통해 축산물에 대한 과학적이고 설득력있는 설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한 식품섭취 요령과 관련한 교육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관련 산업 종사자에 대한 교육이다. 축산물을 생산하는 생산자, 가공유통업자, 판매자, 기기 및 시설업자 등 모든 관련 종사자들이 우리가 축산을 하는 의미가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여 전반적으로 안전하고 우수한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축산물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의 강화이다. 지금까지는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의견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축산물과 관련하여 과학적 증거에 근거한 각종 매체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관련 학회 및 연구계, 생산자 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여 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단편적으로 발표되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검토와 대응이 포함된다.
생산자 단체와 가공유통업계는 축산물의 영양학적, 관능적, 기능적 우수성을 적극 발굴하여 홍보하고, 이를 활용하여 새롭고 소비자가 만족할 국제 경쟁력 있는 축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위의 교육과 홍보 및 마케팅 분야에 근거를 제공하는 연구와 이를 취합하여 각 집단의 수준에 알맞은 교육자료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집단별, 연령별, 직무별 교육자료를 연구개발하고, 직간접적인 연구결과에 대한 검토 및 홍보자료를 준비하고, 이와 함께 축산물의 생리기능적 우수성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통해 결과를 확보, 홍보해야 한다. 거기에 안정적인 수급조절과 안전하고 수준높은 우리만의 차별화된 축산물 생산시스템 개발에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축산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과 소비자 불신 요소들에 대해 다각적으로 대응하며 해결하려는 ‘축산 바로 알리기 연구회’나 ‘나눔축산운동본부’와 같은 단체의 설립과 활동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판단된다. 이와 함께 체계적인 정리, 교육, 홍보 및 연구활동을 위한 축산물정보센터와 같은 조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고찰을 기반으로 한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올바르고 긍정적 인식을 제고하는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바로 미래 축산물 소비 기반 확보와 관련 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에 기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