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주식개념은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미맥(米麥)위주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통계청이 밝힌 2014년 말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5.4kg으로 쌀 소비가 많았던 1970년, 138.6kg의 47.1%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인의 연간 1인당 우유. 유제품 소비량은 1970년에 1.6kg이던 것이 2014년 말에는 약 73kg에 달하여 쌀 소비량을 능가하였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우유는 어느새 주식의 반열에 올라와 있다. 지난 30년간의 유가공분야 발전은 국민경제 발전에 힘입어 급속한 확장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일반적인 원유소비의 전형은 생산량이 적을 때는 <시유위주> 소비를 하다가 생산량이 많아지고 시유소비의 한계가 드러나면 저장성이 좋고 맛과 기호성이 높은 <발효유, 치즈, 아이스크림, 버터> 같은 유가공 품으로 소비하는 로드맵을 따르는데 우리는 아직 그 경로진입이 늦어지면서 지난 30년간의 성과가 다소 무색해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국내 유제품 총 소비량 30년새 3배 이상 ‘껑충’
시유 소비량 ’06년 정점 찍고 감소세…한계 봉착
치즈 소비 신장도 폭발적…발효유 시장은 역주행
친환경 트렌드 맞춰 목장유가공형 제품 개발 활기
’87년 16개 유가공장, 현재 81개로
한국의 상업적 유가공장의 효시는 1937년에 ‘조선중요물산동업조합령’에 의거 설립된 경성유업동업조합(현 서울우유협동조합 전신)이었다.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63년에 (주)한국미락(현 비락 전신), (주)대한식품공사-해태유업(현 동원데어리푸드 전신), 1964년에 남양유업(주), 부산경남우유조합, 건국대학교 우유실습장(현 학교법인건국유업 전신), 1967년 대일양행(주)(현 빙그레 전신), 임실치즈공장 설립(현 임실치즈농협 전신), 1969년 한국낙농가공(주) (현 매일유업의 전신), 한국야쿠르트유업(주), 1971년에 연세우유처리장(현 연세우유 전신)이 설립된다. 그 뒤를 이어 1979년 롯데유업(주, 현 푸르밀 전신), 1980년 삼양식품, 1987년 파스퇴르유업(현 롯데 푸드 횡성공장 전신)이 설립 후에도 수많은 유업체들이 설립되었다.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데어리젠, 일동후디스, 서울 F&B, 명가유업 등이 후발주자로 합류가 이루어졌다. 1987년에 16여개에 지나지 않던 유가공장수는 2014년 말 현재 81개가 되었다. 1994년에 ‘강성원우유’라는 ‘목장유가공장’이 시원(始原)을 이룬 뒤 1998년부터 순천대학교에서 개시된 ‘목장유가공교육’의 전개에 힘입어 2015년 6월말에는 130여개소가 운영되기에 이르렀다. 서울우유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업체들이 1960년대~1980년대에 설립되어 지난 30년간 왕성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유제품 선진국으로의 넉넉한 바탕을 갖추게 되었다. 1990년대에 연간 매출규모 3조원 대이던 것이 2005년에 4조5천억 원, 2013년에 5조5천억 원의 시장규모를 갖는 큰 성장을 이루었다. 좋은 원유는 좋은 유제품의 근원이다. 1993년 이전에는 원유 지방함량을 기준으로 지급하던 원유 대 산정방식을 개혁하여 기존제도를 근간으로 하되 세균수와 체세포수를 규제하는 원유위생등급(5개 등급)제도를 도입하고 항생제 잔류 량도 규제하여 유질강화에 힘쓴 결과, 2014년 말에는 세균 수 1등급 통산 출현 율이 98.6%였고(1A등급, 91.5%, 1B등급 7.1%) 체세포 1등급은 50.6%, 2등급은 37.9%로 1,2등급유가 88.5%인 고품질원유 생산국이 되었다.
1995년에는 한국이 세계무역기구가(WTO)체제가입을 계기로 저가의 유제품 수입이 전면개방된 것이다. 주요 낙농선진국들의 완제품 아이스크림, 자연 치즈가 물밀듯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긴장을 했으나 당시 국내경제수준과 소비자의 준비가 부족하여 팔리지 않자 대부분의 제품들이 진열대에 몇 달이고 쌓여 있다가 점차 사라져 갔다. 이윽고 1990년대 말부터 해외여행 자유화로 인한 식문화의 급속한 서구화는 빵과 와인소비를 확산시키면서 치즈와 버터의 소비를 대폭 증대시키기 시작했다. 반면 시유의 소비가 급속히 감소하여 2002년부터 시작한 잉여원유 증가는 2003년에 원유파동을 거치면서 원유계획생산제(쿼터제)가 도입되기에 이른다. 2010년대 이후는 주요낙농선진국들과의 자유무역체제(FTA) 진입에 따른 새로운 시장 환경을 만나 저가의 수입유제품 대응과 소비자들의 새로운 니즈에 맞는 유제품 개발, 우유소비촉진방안 마련, 치즈산업에 대한 새로운 도전 속에서 슬기롭게 극복 해나가고 있다.
서구문화 확산따라 유제품 시장 팽창
’80년대의 국내 유제품 총 소비량은 1백만 톤을 밑돌았다가 90년대의 경제 성장과 해외여행 자유화는 식문화의 서구화확산을 유발하여 200만 톤 규모로 끌어 올렸고 2000년에 300만 톤이던 것이 2014년에는 360만 톤을 육박한다. 1인당 연간 소비량도 80년대에는 20Kg 정도이던 것이 2014년에는 73Kg이 되었다.<그림1>
시유소비량은 1986년에는 100만 톤 이하이던 것이 1994년에는 150만 톤을 상회하고 2천 년대에 166만 톤에 이르고 2006년에 정점을 지나 168-170만 톤을 유지하다가 2010년대에 168만 톤, 2014년에는 163만 톤으로 감소하면서 우리의 시유 소비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소비자들의 니즈와 트렌드에 맞는 유가공품 개발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발효유 소비는 1986년까지는 액상발효유가 전부였고 20만 톤 이하이던 것이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거친 1990년부터 호상 발효유소비가 자리를 잡으면서 2002년에는 월드컵과 더불어 16만3천 톤을 상회하다가 국제금융사태영향을 입은 2008년의 경기침체가 2010년까지 이어지면서 12만9천 톤이었다가 2014년에는 10만6천 톤으로 더욱 감소되었다. 반면 불경기였던 2008년 이후의 액상발효유 소비는 늘어나 2006년에 32만 톤 것이 2010년에는 36만7천톤, 2014년에 45만8천톤까지로 증대되었다. 유가공산업발전 측면에서 보면 발효유소비는 호상이 주류가 되어야 하는데 한국의 발효유 시장은 오히려 1994년 수준으로의 역주행을 하고 있는 셈이 되었다. 국제적인 발효유 소비경향은 고단백, 농후발효유 소비 추세인 점을 반영한 제품개발과 소비자의 발효유 건강 정보중심 홍보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본다. <그림2·3>
우리나라 유제품 중 가장 소비 신장도가 높은 제품은 치즈이다. ’86년도의 소비량이 2천87톤이던 것이 2003년에는 5만8천632톤(3만5천782톤 수입,61%), 2010년에는 8만8천689톤 (6만971톤/68.7%), 2014년에 11만8천67톤(9만7천210톤/82.3%)이 되었고 30여 년 전인 1986년 대비 2014년에는 그 소비량이 56배나(176,7%)나 증가하여 가히 폭발적인 소비 증가세를 나타내었다. 버터의 소비 또한 90년대 이후 꾸준한 소비신장세를 보이면서 30년 전에는 2천톤 미만, ’95년 2천755톤이던 것이 2014년에는 9천185톤이나 되어 ’95년 대비 3.3배나 증가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유제품 소비 트렌드가 급격히 바뀌고 있음을, 그리고 지난 날 액상 유 위주 시장에서 치즈를 비롯한 유가공품 시장에 중점을 두도록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 유가공의 새 지평 ‘목장유가공’
참살이, 로하스, 슬로우 푸드, 로컬 푸드 그리고 실버와 싱글 족 시대 같은 용어는 식품에서 친환경적일 것과 안전성과 기능성을 담은 21세기형 식품을 의미한다. 유가공분야에서는 이런 용어의 진정한 의미를 담은 유제품으로 목장유제품들이 주목을 받는다. ‘자신이 사육한 가축으로부터 당일 착유한 원유로 당일 가공하여 제품화한 유제품’ 이것은 미국 치즈협회(ACS)가 주창하는 ‘목장유제품’의 정의이고 영국에서 1970년대에 출발한 ‘Real milk’운동과 맞닿아 있는 개념이다.
이 나라에는 130개가 넘는 목장유가공장들이 가동 중에 있고 이 기세대로라면 2030년경이면 1천개가 넘는 목장유가공장들이 고을마다 자리 잡을 것이다. 이미 유업체들도 이런 목장유제품 유형의 유제품개발에 나서기 시작했고 대형 매장들과 백화점들이 목장유가공업체들을 초청한 소비자대상 즉석판매코너를 제공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유가공업의 미래 30년
우리가 지나 온 과거는 미래를 비쳐 주는 거울이다. 1985년부터 2015년까지를 돌아보면 미래의 답이 보인다는 뜻이다. 미래 30년이라 해 봐야 2045년이다. 국제낙농연맹(IDF)은 지난 20년간 치즈의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앞으로도 생산과 소비 모두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DF에서는 10년 주기의 미래 유제품 시장 전망과 예측치를 내는데 향후 30년의 미래를 장악해 나갈 주요 유제품은 치즈와 발효유라고 예측한다. 유럽에서의 지난 20년간의 유제품 주요 트렌드 변천은 ①보다 안전할 것 ②체중 조절이 가능 할 것 ③미용에 효과적이며 건강 복지적일 것 ④거기에 프리미엄으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등이었다. 유업계는 이제부터라도 시대적 사회문화 변동, 식문화의 서구화와 퓨전방식을 미리 읽어내 국제적 흐름과 국내 소비자 경향에 맞는 제품개발과 한국 고유 유제품의 트렌드 구축에 힘써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