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농협속의 ‘외로운 섬’인가

  • 등록 2002.06.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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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본지 발행인

농·축협이 통합된지도 어언 2년이 됐다.
통합농협은 통합작업이 이뤄질 당시 축협의 강한 반발과 저항이 있었지만 2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볼 때 언제 그런일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극히 평온한 모습이다.
전국의 축협건물은 온통 농협로고로 도배를 했고 일부 조합은 명칭조차 ‘축산농협’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통합은 절대 안된다며 버티던 많은 축협인들의 왼쪽 가슴엔 복주머니 모양의 뺏지가 선명한 금빛을 발하고 있다.
이로 미뤄 본다면 농·축협 통합은 적어도 법적으로나 물리적으로는 완벽한 성공인 셈이다.
그러나 축협은 여전히 농협이란 바다에 떠있는 ‘외로운 섬’으로 남아 있다.
대부분의 축협인들은 통합이후 자신들의 입장을 싸움에서 진 패자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통합농협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면 축협인들의 현실인식을 괜한 자격지심으로 몰아부칠수 없는게 사실이다. 농협보다 승진이 빨랐다는 이유로 축협중앙회직원들의 호봉을 몇 년씩 뒤로 후퇴시켜 직급을 강등시킨 사례나 기회다운 기회 한번 주지 않은채 밀어부치는 일선축협합병문제가 축협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이것은 곧 물리적 통합은 성공했을지언정 화학적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다는걸 의미한다. 그리고 농협은 축협과의 대등통합으로 출범한 그야말로 새로운 조직임에도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는걸 의미하는 것이다.
축협조합장들은 통합이후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하거나 전달할 창구가 없다고 말한다. 중앙회장이 조합장출신이지만 회장과 간담회다운 간담회 한번 못가져 봤다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 안성의 구축협연수원(현 농협안성교육원)에서 열린 전국축협조합장회의는 축협조합장들이 조합구조개선등의 현안문제를 중앙회와 대화로 풀어보기 위한 자리였지만 그런 기회는 끝내 갖지 못했다. 이날 회장은 회장실은 항상 열려 있으며 조합장들의 최대관심사인 합병문제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잘 활용하라는 내용의 짧은 인사말만 남기고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이후 회의는 위치상 회원조합관리와는 무관한 축산경제대표에게 축협조합장들이 불만을 털어놓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이런 일은 전남에서도 있었다. 조합장들이 지역본부가 주관하는 행사에 반드시 참석해줄 것을 당부하는 관계자에게 이런 사실을 지적하며 참석할테니 회장과의 간담회를 주선해달라고 했지만 회장의 일정이 바쁘다는 말만 들어야 했고, 실제로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구조개선문제와 관련해서도 축협조합장들은 기회 있을때마다 단위농협 미곡종합처리장엔 자금을 지원하면서까지 기회를 주고 일선축협엔 자금지원도 없이 합병만 하라고 하느냐고 목이 터져라 항변하지만 중앙회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회원조합에 관한한 10년전이나 20년전이나 한결같이 권위주의적인 하향식 관리방식을 바꾸지 않는 농협의 행태를 보면 그것이 체질이거나 아니면 방대한 조직규모에 바탕을 둔 자신감의 발로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문제는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회가 그토록 터부시하는 품목별 연합회가 하나둘 생기듯 농협속의 원심력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외로운 섬’의 존재는 원심력을 더욱 가속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농협은 바로 이점 때문에라도 축협에 대한 지금까지의 관리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비록 축협이 흡수통합은 되었을지라도 결코 전쟁터의 패자는 아니다. 일선축협은 더더욱 패자로 볼수 없는 존재다.
뉴스관리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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