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 수의사처방제 시행 2년 - 현황과 과제

  • 등록 2015.08.03 10: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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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축산물 ‘안전’ 인식 제고…현장과의 ‘간극’ 여전

[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딱 2년이 지났다. 수의사처방제는 지난 2013년 8월 2일 시행에 들어갔다. 처방제는 동물약품 오남용을 방지해 축산물 안전성을 확보하고 내성균 발생억제, 그리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시행초기를 돌이켜보면 이러한 기대도 컸지만, 괜한 규제를 만든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았다. 특히 농가에서는 많은 불편함과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수의사들은 처방전 없이 약국판매 등 빈틈 공백을 제기했고, 동물약품 업체들은 대상품목 매출하락을 걱정했다. 2년이 흘러간 지금 처방제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처방제 시행 2주년을 맞아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시행 효과

항생제 사용량·내성률 감소

처방제 시행에 따른 가시적 성과는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 측면에서다.
항생제 사용량은 지난 2008년 1천211톤, 2009년 998톤, 2010년 1천47톤, 2011년 956톤, 2012년 936톤, 2013년 820톤, 2014년 635톤을 찍었다.
4년 연속 하락했고, 처방제 이후 급격히 줄었다.
항생제 내성률도 전체적으로 감소추세다.
가축유래 대장균의 테트라싸이클린 내성률(축종별, %)은 소 44(’08)→43(’14), 돼지 88(’08)→69(’14), 닭 87(’08)→71(’14)을 보였다.
가축유래 내장균의 클로람페니콜(페니콜계 항생제) 내성률은 소 14(’08)→17(’14), 돼지 75(’08)→62(’14), 닭 31(’08)→47(’14)을 나타냈다.
항생제 사용량 및 내성률 감소를 모두 처방제 영향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상당부분 기여한 것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축산농가에서는 약품구입 절감, 체계적인 질병관리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을 어느정도 봤다.
수치적으로 따지기 어렵지만 국내 축산식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증가, 안심도 개선 등도 처방제 효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선

불편·비용발생 큰 부담…‘나 몰라라’ 일쑤

시행 당시 처방제는 적지 않은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농가들은 불편함과 비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처방제는 농가 입장에서 보면 규제다. 예전에는 아무런 동물약품이라도 자유롭게 구입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처방대상 약품인가를 우선 따져봐야 하고, 처방대상 약품이라면 동물병원 수의사를 통해 진료 후 처방전을 발급받아야 한다. 다시 이 처방전을 들고, 약품판매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겨나게 된다.
비용도 발생한다. 적지 않은 수의사 왕진비를 줘야하고, 처방전 발급에 따른 수수료(상한액 5천원, 시행최초 1년간 면제)를 내야 한다.
긴급상황에서 농가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예를 들어 소나 돼지가 갑자기 새끼를 낳으려고 할 때,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제를 써야 하는데, 바로 옆 동물약품 판매점을 두고, 수의사를 불러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이쯤되면 이런저런 농가 하소연과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조용하다.
처방전 시행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처방전 발급 수수료를 내는 일도 거의 없다. 겉으로는 처방제가 삐그덕 잡음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처방제가 무난히 정착돼서 그럴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오히려 처방제가 잘 안지켜지고 있는 까닭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각지대는 없나

왕진없는 처방전 등 불법 횡행

처방제는 수의사(동물병원 수의사 등) 직접 진료 후 처방전 발행을 근간으로 한다.
문진 또는 화상과 같은 원격진료는 원천적으로 불인정된다.
물론, 많은 현장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잘 따른다. 하지만 왕진하지 않고 처방전을 끊어주는 등 사례도 부지기수다.
농가들은 처방전 없이 동물약품 판매점을 들러도 어렵지 않게 처방대상 동물약품을 구입하고는 한다.
판매점이 수의사(동물병원 수의사 등)와 계약을 맺고, 수의사 대신 처방전을 발급해 주어서 가능한 일이다. 엄연히 불법이다.
수의사가 한번 방문했을 때 여러장 처방전을 발급해주는 경우도 있다.
동물약품 판매점 옆 동물병원은 처방제 시행 이후 나타난 동물약품 유통망 트렌드다. 처방전을 끊을 수 없는 판매점이 수의사를 고용해 인근에 동물병원(처방전 발행가능한)을 차리는 형태다.
이 자체를 불법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 역시 왕진 후 진료 없이 약품판매가 행해진다면 불법이다.
동물약품 업계에서는 비처방 마케팅 붐이 불었다.
혼합약품에서 처방대상 성분을 빼기도 하고, 비슷한 효능을 가진 비처방약품을 집중 홍보하기도 한다.

 

>>현장 관리는

관리감독 부실…채찍보다는 당근 필요

현장에서는 불법·편법이 횡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이리저리 알아봐도 단속사례는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처방제 관계주체들은 단속으로 처방제를 풀어가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당근정책을 통해 스스로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주문한다.
한 수의사는 “수의사의 경우 역량을 강화해 농가들에게 실도움을 줘야 한다. 그렇다면 농가들이 수의사를 찾게 되고, 처방제 역시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수의컨실팅 업체는 “농가 뿐 아니라 수의사, 동물약품 업체 등 관계자들은 처방제를 피해가려고 해서는 안된다. 처방제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식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단속에 급급하지 말고 “왜 처방제가 이렇게 흘러가는지’를 면밀히 검토해 ‘동물약품 오남용 방지와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도입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 보완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대책은

처방관리시스템, 편의성 증대·불편 해소

정부가 내놓고 있는 처방제 관련 대책은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이다.
처방관리시스템은 처방전을 모바일, PC 등으로 발행·전송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축산농가 편의성이 증대되고, 불법판매에 대해 모니터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종이 처방전의 보관·제출 등 불편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켠에서는 처방대상 동물약품 성분이 정비 중이다.
현재 동물약품 판매액 중 15% 가량되는 처방대상 동물약품 범위는 2017년까지 20% 수준으로 확대된다.

인체약품에서 의약분업 초기 얼마나 많은 혼란을 야기했던가. 시행착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제도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처방제 역시  필요하다 아니다를 논할 때는 이미 지났다. 우리에게 더 가치를 창출하는 제도로 다듬어가는 과정이 남아있을 뿐이다. 애정어린 협조와 협력,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김영길 young@chuk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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