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계의 고민이 깊다.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낙농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낙농의 위기 상황임에 틀림없다. 본지는 ‘위기의 낙농산업, 돌파구는 없나’라는 주제로 업계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의견을 들어봤다.
■일 시 : 2015년 5월 29일 15시
■장 소 : 제2축산회관 대회의실
■주 관 : 축산신문
■기록·정리 : 이동일 차장, 민지영 기자
■사 진 : 이동일 차장
■좌 장 : 조석진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참석자
- 이천일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
- 손정렬 한국낙농육우협회장
- 신관우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
- 정수용 한국유가공협회장
- 이근성 낙농진흥회장
- 김연화 소비생활연구원장
수급안정, 소비가 해법…잉여원유 돌파구, 수출 이전 내수 촉진부터
낙농가 과잉생산 어불성설…현재의 쿼터제도가 근본적 문제
전국단위 쿼터제 시발점 수급조절협의회 형식수준 탈피를
공급은 넘치는데 가격은 요지부동…소비자 납득 할 수 있어야
일본 등 다른나라 비해 국내 농가 낮은 생산수익 구조 인지를
▲좌장=최근 낙농의 여러 문제를 인지하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축산신문에게 감사드린다. 미래지향적인 우리 낙농의 진로문제도 중요하고 또 현재 우리가 직면한 수급 문제 등 모두 중요하다. 한편으로 이런 자리가 ‘왜 이렇게 늦었나’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있다. 이 자리를 통해 우리 낙농이 당면한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계기만 돼도 좋을 것이다.
▲이천일 국장=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낙농산업이 어디로 가야하느냐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 얼마 전 유럽연합에서 쿼터를 폐지했다. 그 이유는 수출지향으로 가겠다는 의미라고 해석된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수출산업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내수위주로 가야하나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제도에 무엇이 문제냐를 논의하기 전에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돌파구에 대한 논의를 통해 방향성이나 지향성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한다. 가급적 듣는 자세로 이번 좌담회에 임하겠다.
▲이근성 회장=원유생산량이 5월까지 일일 평균 2천160톤으로 작년대비 0.4%정도 감소됐지만 2013년에 비해 늘었다.
그동안 잉여원유가격을 리터당 100원으로 낮추고, 정상유대지불정지선도 하향조정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했지만 원유가 남는 상황이다. 유업체의 분유재고가 금년 4월말까지 2만6천톤 정도로 아직도 수급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가격결정문제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수요자 모두가 만족하는 가격결정이 됐으면 한다. 그러나 정부재정도 수반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여기 오신 분들이 지혜를 모아주셔서 수급안정과 가격안정에 힘을 모아주시면 좋겠다.
▲손정렬 회장=이 자리에서 만큼은 낙농가나 유업체의 갈등보다는 앞으로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이 국장님께서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지금 우리낙농의 지향점이다. 우선 농가의 입장에서 잉여원유가 많아 수출을 생각하는데 우리 낙농현실에서는 내수를 확실히 지켜나간 다음에 거기서 남는 것으로 수출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나 아쉬운 것은 수급조절협의회다. 전국단위 쿼터제의 시발점으로 첫발을 들였다고 봤는데 지금 협의회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자주모여 어떤 새로운 대화를 시도하고, 제도를 만들고 보완, 수정하는 기구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오늘 같은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었으면 한다.
▲정수용 회장=오늘 주제가 위기의 낙농산업이지만 ‘위기의 유가공 산업 돌파구는 없나’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소비가 침체돼 있다. 주요 소비계층이 줄어들고 있는데 생산은 증가한다. 유업체로서는 계약물량을 소모하기 위해 20~30%세일, 묶음판매 등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대표 유업체들의 적자만 180억 정도로 추정된다. 또한, 유업체가 안고 있는 2만2천톤의 분유재고로 잠재 적자는 더 많은 상황임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유업체로서도 한계고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도 유대가 고공행진 한다면 계약물량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김연화 원장=결국은 생산자, 소비자, 가공업자, 정책 모두를 같이 놓고 봤을 때 소통의 문제라 생각하고 오늘의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과거에는 우유를 통해 고른 영양섭취를 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식품들을 통해 이것이 가능하다. 우유가격에 대해 현실적으로 타협안을 마련하고자했으나 결국에 우유가 시장의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힘들다 하는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 소비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 공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요지부동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점이 있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의 농림정책이 소비자 중심이 아니고 생산자 중심으로 많이 흘러간 것 같다.
유통업체나 유가공업계 등을 조사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보았다. 축산업계의 생각이 많이 바뀌어야 하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납득할 수 있는 가격 결정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생산비가 많이 들면 왜 생산비가 많이 들고 어떻게 내릴 수 있는지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고, 우리가 변화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손정렬 회장=공급과잉이라는 지적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 유제품 소비는 확실히 증가추세다. 하지만 낙농가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정한 원유를 생산할 뿐이다.
늘 지적되는 것은 과잉이다. 소비량은 늘어났으나 생산량은 그대로다. 그럼에도 넘친다. 생산자가 과잉을 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농가수취가격이 400원 정도 오르는 동안 소비자 가격은 몇 배 넘게 올랐다. 증가추세의 폭이 훨씬 크다. 우유 값이 3년에 1번씩 오르면 판매량은 줄어도 순이익은 늘어난다.
소비자단체가 이 문제를 잡아줘야 우유가격 부담을 낮추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낙농가의 생산마진율이 한국은 약 42.7%다.
일본이 약 49.4%, 영국이 49.3%로 수익구조를 봤을 때 마진율에 따르면 우리 낙농가가 외국에 비해 안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소비자단체에서 이런 부분을 고려해 주시기 바란다.
▲김연화 회장=유통마진의 문제를 통감하고 계속 유통업체에 의견 제시를 하고 있다. 물론 생산자들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 또한 동의한다.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 얘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손정렬 회장=외국과 마진율을 맞추자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의 수익구조를 이해해주고 확실히 알고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소비자 설문 조사에서 상당수의 응답자가 유제품의 원산지가 국산인줄 알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입유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유가공 시장이 K-MILK를 이용한 우리우유로 대체된다면 좀 더 긍정적인 상황이 올 것이다.
▲신관우 회장=참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다. 쿼터등록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산 쿼터 관리가 제대로 됐을 때 낙농산업에 대한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업체와 농가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야기하기 어려우나 적정한 선의 쿼터가격을 정해야 할 것이다. 진통이 없지 않겠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된다.
전국업체를 위주로 쿼터등록을 해서 임의 쿼터증가·감소를 막아야 하고, 이런 바탕 위에 정책시스템이 마련되면 지금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산 치즈 활성화가 필요하다. 국내산 치즈를 소비자들이 상당히 좋아해 학교급식에 공급하려고 노력한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학교 우유급식대로 일주일에 우유 하나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데 국내산 치즈의 생산단가가 너무 높아 어려움이 있다. 조합은 작게라도 국내산 유제품을 만들어 공급해야하는 것도 의무이다. 급식 가능 단가를 조금만 올려주면 좋을 것 같다.
그 동안 농가들이 쿼터구매를 위해 투입한 금액이 6천억원 정도다. 한 농가당 1억 정도다. 거의 부채이다. 농가는 쿼터를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책적으로 전국쿼터등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의논해 보고 싶다.
시유소비 활성화 정책적 뒷받침…제도개선, 공동의 책임의식 가져야
지금의 유대 결정구조로는 국내산 시유로 가공생산 어려워
학교급식 시장, 국내산 치즈 공급기반 구축 지원 고려를
지지부진 낙농제도 개선, 대승적 차원 상생의 협력 필수
▲이근성 회장=쿼터등록은 진흥회에서 하고는 있다. 관리가 문제이다. 수급문제 이것도 과잉 생산되면 같이 줄이고 부족하면 같이 늘리고 해야 한다. 다 같이 감축하기로 했는데 더 줄이는 업체도 있지만 안 줄이는 업체도 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우리 진흥회 농가들의 불만이 많다. 수급조절문제에서 쿼터관리만 잘 돼도 어려움이 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좌장=낙농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의 낙농역사를 되돌아보길 추천한다.
지난 십년간 낙농관련 문제는 변한 것이 없다. 정책자금은 다 들어갔으나 해결된 것이 없다. 이것은 정부, 생산자, 유업체 3자 공동책임이다.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낙농제도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난 10년 동안 허비한 시간과 앞으로 10년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관세는 매년 철폐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식으로. 결국엔 젖은 옷을 벗어야한다.
하지만 아무도 타격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유업체와 생산자는 함께 협력해야 한다. 이대로는 우리나라 낙농이 어떻게 갈지 모른다. 일본 J밀크는 홍보의 목표를 소비증대에 맞추고 있지 않다. 목표는 어떻게 소비자로 하여금 ‘일본의 낙농산업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를 알리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원유 생산이 5.8%증가했다. 이것은 형식적으로나마 쿼터제를 하고 있는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생산이 1% 또는 0.5%가 올라가면 바로 잉여 원유 값 삭감과 패널티가 부여된다. 이것이 바로 쿼터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쿼터제가 있으나 큰 폭으로 생산량 증감이 거듭하는 것은 쿼터제가 제도화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의 정확한 사실 인식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유업체와 생산자가 정확한 사실인식을 가지고 정부와 함께 고민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3자는 뭘 내가 양보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시유소비는 줄지만 시유를 포함한 유제품의 수입은 계속 늘고 있다.
그렇다면 줄어드는 시유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책적 뒷받침이 돼야 하지만 그게 안 되고 있다. 조합에서 치즈 만드는 것도 비싼 생산비로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일본의 한 업체는 가공유쿼터를 설정해 배분받고 국내치즈를 만든다. 일본 치즈 자급율은 25% 정도, 치즈를 만드는 원유를 40-50% 할인된 가격으로 사와 자국산 치즈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받고 있다.
이번 기회로 낙농문제의 근본을 풀기위해 노력해보자. 그동안 낙농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도움을 줬으나 지금은 상황마저 좋지 않다. 생산자 유업체가 손잡고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국낙농은 발전할 수 있다.
▲손정렬 회장=일본의 경우를 들어보니 정책적으로 해외의 수입유제품으로 마련된 재원을 자국 낙농산업 육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정부재원을 최소로 하고 치즈기금처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이천일 국장=유제품 수입으로 마련된 재원을 국산 낙농산업 진흥을 위해 사용하기는 어렵다. 전체 유제품 시장을 키우는 방법은 가능할 것 같다.
미국의 경우가 그렇다. 그런 경우는 가능하다.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한 직접적 지원은 어려울 것 같다. 검토는 해보겠다.
▲이근성 회장=생산자나 유업체에서 앞으로 지속성에 대해 걱정이 많다. 원유는 시유소비에 치우쳐있고, 가공은 수입유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산 치즈 판매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좌장=그렇기 위해서는 전국단위 쿼터가 우선이다. 근본적인 제도와 관련되지 않는 것이 없다.
▲신관우 회장= 적정한 농가의 쿼터가 인정되고, 행정에서 이를 강하게 관리해 상대적인 피해의식을 느끼는 농가가 없도록 정비해야 한다.
▲좌장=국내산 치즈 활성화는 지금이 찬스다. 단,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유통채널이 없다.
일본의 경우 지역의 낙농가들이 품목조합을 결집해서 생산된 유제품을 관광지내에 매점을 내서 판매하고 있다. 낙농산업도 이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뭐고 이것을 국내산 원유로 충족하는 방법이 뭔지를 고민해야 한다.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손정렬 회장=국내산 치즈 활성화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이에 앞서 그들 모두 쿼터 관리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우리 낙농업의 방향을 내수 위주로 가면서 백색시유가 기본이라면 유가공을 붙여 강화시켜야 한다.
▲정수용 회장=수급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유대의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적정한 유대인가? 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우리 시유와 음료는 유업체에서 감내한다. 하지만 현재 유대로 가공용을 감내하기는 어렵다. 경쟁이 안 되는 수준이다. 일본처럼 차등가격으로 하던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가 유업체의 입장에서 공허하게 들린다.
▲이천일 국장=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의지가 곧 가격이다. 유대문제를 보면 가격의 기본 원칙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생산자의 입장이다. 소비자 입장을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쌍방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
수급조절협의회는 지금의 인적구성으로는 균형적으로 가지 못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대등한 파워를 가지고 동등한 입장에서 모든 사안이 논의돼야 한다.
유제품 수출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리해야 한다. 생산이 남으니까 수출로 해결하자는 것은 아니다.
▲손정렬 회장=안티우유가 문제다. 실제 우리가 대응하다보니 자료가 부족하다. 외국에서 자료를 받아다 활용하는 수준이다. 기초자료가 없다. 광범위한 자료와 우유관련 일반상식들에 대해 정부에서 큰 프로젝트로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천일 국장=지금까지 그런 것이 없었다는 것도 놀랍다.
▲좌장=오늘의 모임자체에 의미가 크다. 오늘이 시발점이다. 밀도 있는 대화를 통해 우리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함께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