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구제역 현장

  • 등록 2002.05.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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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헌 편집국장

칼럼/안타까운 구제역 현장
지난 5월 24일자 본지 1면의 사진 두장은 안타까운 구제역 현장의 모습을 상징적이고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남편을 잃고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어찌하지 못하는 미망인의 모습이나, 축산터전을 잃고 실의에 찬 축산인의 모습은 구제역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지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다.
특히 구제역 방역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고 박상권수의사의 슬하에는 이제 태어난지 불과 14개월된 딸 서영양이 있는데, 이 딸마저 선천성담관폐쇄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병원비 부담으로 수출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구제역 현장에서는 이밖에 구제역 방역을 위해 그야말로 불철주야 일하는 방역관계자들의 모습도 옆에서 보기가 안스러울 정도라고 한다. 이번에 순직한 고 박상권수의사 역시 그들중 한 사람이었다.
구제역이 안성시 삼죽면 율곡리 율곡농장에서 지난 3일 신고 접수돼 양성으로 확인된 이후 공교롭게도 8일 주기로 세차례에 걸쳐 추가 발생, 24일 현재 모두 12개 양돈장에서 구제역이 발생된 상태에서 언제 또 어디서 구제역이 추가 발생될까봐 방역당국은 물론 축산인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아울러 이제 이달말만 넘기면 구제역은 진정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행이 이달말이 지나도록 구제역이 추가 발생되지 않고 구제역이 진정된다면 구제역 현안은 그렇게 진정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축산인들도 안도의 한숨과 함께 구제역이 발생되기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구제역이 진정된다고 해도 구제역 발생지역 축산인들에게 남아있는 상처는 좀처럼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구제역이 진정된다고 해서 잃었던 남편이 돌아올 수 없고, 구제역이 진정된다고 해서 한 번 잃은 축산터전을 되찾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축산인들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주변 지역 주민들의 고통 또한 그 지역 주민이 아니면 그 고통의 크기가 어느정도인지 알지 못한다. 구제역 방역을 위해 현장에서 밤을 낮과같이 일한 방역 관계자들의 땀을 그 현장에서 같이 고생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그 역시 그 땀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제역이 진정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구제역 발생지역 축산인들과 주민들, 그리고 방역관계자들의 고통이 어쩌면 더욱 심해질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상처를 입었을 때 상처입을 그 당시에는 그 상처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잘 몰랐다가 막상 상처에 대한 응급치료를 하고 나면 그때부터 그 고통을 비로소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처럼 구제역이 진정되고 구제역 발생지역 이외 지역 축산인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면 구제역 발생지역 축산인들과 방역관계자들은 그때서야 구제역의 상처로 인한 고통에 신음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를 두고만 볼 것인가. 그럴수는 없다. 지금까지 먼발치에서 구제역이 어떻게 될 것인가 지켜보기만 했다면, 이제는 구제역 현장에서 상처받고 고생한 사람들에게 같은 축산인으로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정말 내부모, 내형제 일같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구제역 발생지역에서 고통받는 축산인들과 방역을 위해 내몸 돌보지 않고 불철주야 고생하는 방역관계자들에게 같은 축산인으로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와 함께 성금을 보내자. 그렇게해서 그들 축산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하고, 방역 현장에서 목숨을 건 방역관계자들의 사명감에 보람을 느낄수 있도록 하자. "고통을 함께 나누면 그 고통은 반으로 줄어든다"것을 우리 축산인들이 실천해 보이자.
본지 다음 호에는 그런 축산인들이 모습이 본지에 가득 담기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훗날에는 구제역 발생지역 축산인들이 다시 일어서서 "그때 축산인들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에 용기를 얻어 이렇게 일어섰노라"고 하는 말을 꼭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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