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지생태축산’을 위해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다. 각종 환경규제 강화와 각국과의 연이은 FTA체결 및 발효 등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축산업의 대내외적 환경속에서 더없는 신성장 동력이 될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산지상태축산의 우수사례를 소개해 본다.
>>경기 연천 명성한우
미경산우 방목체계 완성 높은 수익률 결실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농장…방목지 10ha 운영 산지축산 산증인
500kg 출하 ‘웰빙 저지방육’ 각광…생체 kg당 1만1천원 보장
산양까지 확대 관광산업 접목한 6차산업 실현 ‘새로운 도전’
명성한우(대표 명인구). 언제부터인가 친환경축산이 ‘화두’ 로 부상하기 시작한 국내 한우사육농가들에게는 꽤 익숙한 이름이 됐다.
아름다운 농장풍경과 개인으로서는 국내에서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100% 방목사육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축산과 딱 맞아 떨어지는 농장특성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과 함께 한우농가들의 교육장으로서 각광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
조사료 수경재배와 가축분뇨 연료화 시도 등 명인구 대표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 역시 국내 축산업계의 뉴스메이커로 자리매김하는 한 요인이 됐다.
◆90년대 초부터 방목
이러한 명성한우가 이번엔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최초로 지난 10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산지생태축산 시범목장으로 선정된 것이다.
지난 1985년 농어민후계자로 선정된 이후 약 2년간의 독일연수 기간동안 조사료와 관련장비, 펠렛, 엔실리지 등 ‘방목’ 관련 지식을 습득한 명인구 대표는 1990년 파주목장을 접고, 지금의 자리로 농장을 옮겨 임간초지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방목사육에 착수, 오늘에 이르고 있다. 총 5만평 부지의 명성한우는 모두 3개의 농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방목이 이뤄지는 1농장과 3농장 규모만 10ha에 달한다. 2농장은 비육구간에 활용되고 있다.
‘방목’이 산지생태축산의 핵심요소임을 감안하면 명성한우는 25년전부터 산지생태축산을 실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경산우 사육체계 완성
방목을 통해 암소번식에 집중해 왔던 명성한우는 5년전부터 비육에 눈을 돌렸다. “내농장의 암소개량이 어느정도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었다”는 게 명인구 대표의 생각이었던 것. 국립축산과학원의 제안에 따라 3년전부터는 암소비육 실증농장으로 참여하게 됐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남들이 하지 않거나, 실패한 도전을 무모할 정도로 선호한다는 명인구 대표는 마침내 “경제성이 없다. 증체도 잘되지 않는 방목을 통해서는 더욱 더 무리”라는 주의의 만류를 뿌리치고 미경산우 사육까지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독자적인 미경산우 사육체계를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명성농장 미경산우는 15개월령까지 방목이 이뤄진다. 이후 인공수정 과정을 거쳐 2농장으로 투입돼 500kg까지 사육된다. 웰빙을 중요시하는 소비트랜드에 착안, 저지방육 생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풀이 자라지 않는 동절기와 2농장 시절에는 조사료(70~80%)와 TMR(20~30%)을 일정비율로 섞어 급여하고 있는데 보통 18개월령이면 출하가 이뤄지고 있다고.
이렇게 생산된 명성한우의 미경산우육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최고’ 였다. 1년전부터는 유명백화점에 독점 공급되고 있다.
◆높은수익률 보장
물론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난소제거술은 동물복지에 적합하지 않았고, 호르몬제 투입은 적합치 않기에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명인구 대표로선 암소비육이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끝에 결국 해결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 결실은 명인구 대표에게 높은 수익률로 돌아왔다.
명성한우의 미경산우는 500kg 생체 kg당 1만1천원의 고정가격을 보장받는다. 1두 출하시 55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순수익만 200만원 수준에 달하고 있다. 그것도 18개월 사육에 말이다. 30개월령에 출하하는 일반 한우농가로서는 등급출현율과 시세가 아주 좋지 않은 이상 기대할수 없는 수준의 수익이다. 더구나 사육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보니 거의 매달 출하가 가능, 자금회전율도 빨라 농장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에 점차 30개월령 비육의 비중을 줄여나가 현재 미경산우 사육비중이 70%에 달하고 있으며 내년쯤이면 100% 미경산우 사육체계가 완성될 것이라는게 명대표의 설명이다.
◆산양까지 확대
명인구 대표는 그러나 생산은 물론 유통과 관광산업이 어우러진 6차산업의 실현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산지생태축산임을 감안하면 명성한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산지생태축산의 완성을 위한 또다른 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미경산우에 대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자신감을 얻은 명대표는 직접 유통에 까지 뛰어들 채비를 거의 마친 상태. 이뿐 만이 아니다. 두달전부터는 산양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산양이 사람과 쉽게 친해질 뿐 만 아니라 산양에서 생산되는 우유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 소비자에게 각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광산업화 하기 위한 축종으로 더없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확신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 40마리를 입식, 3농장에서 방목하던 중 거의 대부분을 도둑맞는 황당한 사건까지 겪었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호주에서 곧 도입이 이뤄질 예정이다. 6차산업까지 접목된 산지생태축산이 본격적인 싹을 틔우게 되는 것이다.
이일호 L21ho@chuk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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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대관령양떼목장
자연과 조화이룬 ‘관광축산’ 고부가가치 블루오션 창출
연중 6개월간 양떼 방목…16개 구간 초지 돌며 풀 뜯어
대관령 하늘아래 목가적 풍경…도시민 힐링캠프로 각광
체험료·새끼분양 등 수익…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 몫
입소문 효과는 대단했다. 줄 지어선 입장 대기객. 한 눈에 봐도 수백여명이 대관령양떼목장(대표 전영대)을 빼곡히 감싸고 있었다.
전영대 대표는 “팜플렛 한장 돌리지 않았다. 소문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다. 그 인원이 연간으로 치면 57만~58만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대관령양떼목장은 하늘 아래 대관령 첫자락인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3리 14-104번지에 자리를 잡고 있다.
목장 면적은 6만2천평에 달한다. 드넓은 초원 위에서 면양 270여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다. 그림 속 풍경 그대로다. 전 대표는 “봄에는 새끼 100여마리가 태어난다. 평균 270~280여마리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청결관리 위해 적정두수 유지
목장 규모를 감안하면 물론 더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보다 청결한 목장 환경을 유지하려는 의도에서다. 전 대표는 “양도 가축이다. 분뇨가 발생하고 냄새가 날 수 밖에 없다. 최대한 사육마리수를 적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목장은 정말 깨끗했다. 아무리 고개를 돌려봐도 똥 하나 없고,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조금 멀리서 보면 잘 가꾸어진 골프장 분위기가 난다. 목장 안을 조용히 흐르는 자그만 냇물은 분명 1급수일 것이다. 전 대표는 “목가적 시골풍경”이 성공비결이라고 밝혔다.
도시사람들이 목장을 통해 힐링하고, 힘든 삶을 위로받고 있다는 부연. 특히 한번 방문에 머물지 않고, 철따라 3~4번씩 다시 목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대다수라고 피력했다.
전 대표는 목장을 연극에 비유했다. “양들은 배우고, 초지는 공연장, 손님들은 관객입니다. 저는 여유있는 시골풍경을 연출해내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죠.”
고개 능선을 따라 펼쳐진 산책로는 그 자체로 단아한 멋을 풍긴다. 쉬지 않고 걷는다면 대략 30~40분 걸리는 코스다.
산책로를 걷는 동안 양떼들과 어울려 사진도 찍고, 이런저런 말을 시키기도 한다. 한바뀌 돌고 내려온 뒤에는 양들이 겨울철 머무는 축사와 만난다. 축사는 결혼화보를 찍을 정도로 말끔하다.
여기서 먹이주기 체험이 제공된다. 건초를 우물쩍 찝고 삼키는 양들 모습에 아이들과 어른들은 금새 웃음바다가 된다.
방목기간은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다. 이 기간 양떼는 축사 안으로 들어올 일이 없다. 16개 구간으로 나누어진 초지를 돌며 잘 자란 티모시, 켄터키블루그라스 등을 질근질근 찝고 다니는 게 전부다.
대관령양떼목장이 처음부터 이렇게 유명관광지가 된 것은 아니다. 눈물과 땀의 결실이다.
대관령양떼목장은 서울 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88년 9월 탄생했다.
서울에서 제약회사 영업과장을 하고 있던 전 대표는 ‘유능한 사업가’라는 꿈을 실현하려고 이리저리 사업대상을 물색하던 중 대관령과 양을 알게됐고,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고 전했다.
대관령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고, 양도 그 때 처음봤다고 털어놨다.
전 대표는 풀을 뜯는 양 모습이 너무 재미있고, 둥글둥글 뒤태가 관광상품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양이 희귀동물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과정은 험난했다. 전 대표는 초기 10년간은 전기와 전화도 없는 허허벌판 땅에서 길을 내고 풀만 심었다고 털어놨다. 민박, 캠핑 등은 규제에 묶였고, 양은 기타가축으로 분류돼 정부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지금도 목장 안에는 자판기 하나 없다. 전 대표는 일정 상행위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입소문만으로 관광명소 우뚝
이러한 여정 속 대관령양떼목장은 인근이웃들의 자연쉼터로 슬슬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한명 두명 구경을 오고, 잠깐 놀다 가기를 되풀이 했다. 소문이 소문을 불렀고, 점차 그 수와 지역은 많아지고 확대됐다. 대관령에 오면, 꼭 대관령양떼목장을 들렀다.
관광명소로 드디어 이름을 올렸다.
당시에는 관광수입이 하나도 없었다.
대관령양떼목장이 빛을 발한 것은 목장을 개방한 2004년부터다. 목장설립 16년 준비 끝에 목장을 개방했고, 폭발적 반응으로 이어졌다.
전 대표는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실한 신념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인고 시간을 참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때만해도 목장용으로 임대한 터여서 입장료를 받을 수 없었다. 다만 건초판매는 나름 짭짤한 수익원이 됐다.
올 9월이 돼서야 체험료 명목으로 대인 4천원, 소인 3천500원을 받고 있다.
양털의 경우에는 과거 이불용으로 판매를 하기도 했지만, 세척 등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현재는 그냥 통째로 팔고 있다.
1년에 100여마리 새끼분양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가수익은 된다.
방목지의 분뇨는 자연에서 흡수되고, 축사 분뇨는 인근 경종농가에서 가져간다. 대관령양떼목장은 흑자로 돌아선 이후,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그래서 점점 더 나아지고 있고, 더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규제완화…축산모델 다양화 필요
벤치마킹하려는 지자체, 축산인 등이 대관령양떼목장을 자주 온다. 그 때마다 전 대표는 좋은 고기만 생산하는 것이 축산이 아니라며, 관광상품으로서도 축산은 훌륭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낸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대표는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관광축산이 장려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대관령양떼목장 주위에는 16가구가 살고, 그중 상당 수는 양떼목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생이라는 단어도 자주 꺼냈다. 몇해 전 인근에 대관령하늘목장이 들어설 당시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도 함께 가는 것이 ‘시너지’를 일으키고, 규제 등 여러 걸림돌들을 풀어낼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 대표는 “농촌에는 꿰면 보배가 될 구슬들이 널려있다. 블루오션이다. 축산모델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길 young@chuksannews.co.kr